지난주부터 고함20에서는 고함 멤버들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되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번 인터뷰이였던 라별이 고함 내 유일한 새내기 잠만보를 만났다. 잠만보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간 투입 멤버였지만 존재감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고함 멤버들이 생각하는 가장 ‘치명적인 캐릭터’. 평소에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던지는 그의 엉뚱한 말 덕분에 ‘빵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인터뷰에선 또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쏟아낼지 기대가 되었다. 


늦게 도착했네요. 회의 때는 항상 일찍 오더니.

 
오늘 저희 학교 보강주간이라 학교 안 갔어요. 집에서 오느라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참고로 그는 부천에 산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장소는 대학로.)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시립대학교 행정학과 1학년 (강조하듯)스무살!! 박현중입니다. (풀이 죽어서는)곧 헌내기가 되지요. 12월 21일 동지에 태어났어요. 2012년 제 생일날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지구멸망의 키포인트를 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고함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요? 고함에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는 뭐가 있었나요?

 
수능 끝나고 친구한테 프로그램 몇 개를 추천받았는데 그 가운데 고함이 있었어요. 장래희망이 신문기자라서 언론 쪽에 자연히 관심이 갔고 그래서 지원하게 됐죠. 그땐 대학생 기자단 종류가 많은지, 활동이 어떤지 이런 거 잘 몰랐거든요. 정보력이 부족한 면이 있긴 했죠. 하지만 기업이나 정부 등 어떤 단체에서 주도하는 것보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왔어요. 언론의 독립성 측면에서도 좋고요.
 재미있는 에피소드요? (이 짧은 질문에 대답하는 데 5분을 넘게 끌었다. 우리는 그 덕분에 즐거웠는데 정작 본인은 고함에서 재밌던 기억이 잘 없었나 보다.) 맨 처음 MT 갔을 때 이민재의 아메리카노 했었는데 각자 가지고 있는 성적 판타지 얘기했었잖아요. 정장 페티시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상세하게 얘기해서 사람들한테 주목을 받았는데 약간 부끄러웠어요.

※ 고함20은 어떤 소재로도 자유롭고 건전하며 즐거운 토론을 하는 모임이므로 오해 없기 바랍니다. MT 때까지 나라걱정, 먹고 살 걱정을 할 수는 없잖아요^^;

고함 관련 질문 여기서 다 할게요. 고함을 정의하자면? 고함에서 쓰고 싶은 기사는? 고함에 바라는 점은?

 고함20은 대한민국 소수 1%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음, 원래 들어올 땐 오피니언을 진짜 많이 쓰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대학가뉴스를 자주 쓰고 싶어요. 마음이 바뀐 이유요? 생각만 하면서 글을 쓰는 것보다 현장을 직접 느끼고 싶어서요. 우리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현장성이 짙고, 대학가 뉴스라는 게 우리 주변 이야기지만 실상을 알기는 의외로 어렵기 때문에 취재하는 매력이 있어요. 고함에 바라는 점은 좀 더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거예요. 고함 사람들이 지나치게 자신에게 엄격한 면이 있어서요. 맘 더 편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착한 잠만보는 이렇게 말했지만 라별은 날카로운 판단력으로 ‘사실은 새로 취임한 민편-현 편집장 민경호-의 폭풍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워요. 기사 쓰라는 압박이 장난 아니예요 엉엉T_T’이라는 답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고함에서 치명적인 캐릭터를 맡고 있는데 맘에 드나요? 또 자신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느낄 때는?

 음.... 맘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전 평범한 사람입니다. 치명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교과서 같은 말투를 사용하면서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다니!) 생각보다 사람들 각각의 개성은 뚜렷해요. 이 정도 개성은 다른 사람도 가지고 있는 수준이죠. 제가 치명적일 때는 개드립이 대성공을 거두었을 때! (필자 주 : 개드립=어이없지만 빵 터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애드립) 고함은 개드립이 환영받는 곳이니까요. 전 은근히 개그 욕심이 있어요. 웃기고 싶어요.

고함에서 유일한 새내기를 맡고 있어요. 10학번으로 보낸 1년은 어땠나요?

 굉장히 정신없었어요. 사람들이 대학생활 힘들다 힘들다 하는 거 흘려 들었는데 이제 이해가 돼요. 1년 내내 과제를 했죠. 고함도 하고 헌법학회 하면서 연극도 하고. 가끔은 필수과목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과제하고 시험 보느라 밥 먹듯이 밤샘을 해서요. 철야는 대학생활의 기본인 듯.

학교 얘기 나와서 말인데 왜 그렇게 애교심이 많나요?

 애교심 없습니다. 오해입니다. 오히려 학교가 너무 조용해서 아쉬워요. 풍경 괜찮고 한적하긴 한데 역동적이지 않고 경직된 분위기가 별로예요. 보수적인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는 고시촌 같달까요.

변치 않는 관심사와 요즘의 관심사를 알려 주세요.

 변치 않는 관심사요? 책, 게임, 사색 정도요. (게임이라 하면 미연시? -잠만보는 문화리뷰로 미연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링크
http://goham20.com/440) 아뇨. 미연시는 그때 잠깐 했으니 과거의 관심사죠. 요즘 제일 신경쓰는 건 개드립이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인데, 캐릭터에 맞는 드립을 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러고 보니 이성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해요. 게이입니까? 대중문화 쪽도 무관심한 듯한데.

 해탈했습니다. 연애는 기회가 오면 하긴 하겠지만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지금은 별 생각이 없어요. 게이냐고요? 저는 다만 성적 소수자들을 존중할 뿐입니다. 그리고
대중문화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것과 전문예술의 반대 개념으로 쓰이는 것이 있어요. 전 둘다 별로 관심이 없어요. 흥미가 안 생겨요.

식상한 질문입니다. 취미와 특기는 뭐죠?

 취미는 숨쉬기? 취미는 웹툰 보는 거고 특기는 웹툰 보면서 숨쉬는 거예요. 근데 질문이 참… 전 취미와 특기를 묻는 기업에는 입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고함 멤버들이 ‘두고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잠만보라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계속해서 식상한 질문이네요. 꿈과 진로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시죠. 

 신문기자가 되고 싶어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영상보다는 글이 좀 더 좋은 것 같아서요.
그것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다기보다는 계획하는 일이 있어요. 책을 본다거나 유학생활을 하려고요. 만약에 유학가게 된다면 프랑스, 네덜란드 둘 중 하나로 가고 싶어요. 책은 어려운 책이라기보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인문학 책이나 사회과학책을 보고 싶어요. 아, 물론 지금은 미래를 위해 고함을 하고 있죠! (이거야말로 옆구리 찔러 절 받은 격이다.)

급 생각난 건데 예전에 ‘소설은 절대 읽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그거 아직 유효해요?

 그건 소설을 아예 본다는 것이 아니었어요. 전 주류 작가들 소설을 꺼리는 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류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거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람을 말하고요. 워낙 소설은 잘 안 봐요. 국산 판타지 소설을 몇 개 안 읽긴 하는데 그나마도 많이 가려서 읽는 편이죠. 전민희씨가 좋아요. <룬의 아이들_데모닉>편이 제일 좋고요.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어 알리고 싶은 면이 있다면요?

 저는 웹툰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웹툰학을 만들고 싶어요. 웹툰은 챙겨 보는 편인데, 그 중에 <연민의 굴레>가 제일 좋더라고요.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부드러웠어요. (이에 고함 내 히아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집중도가 떨어지고 칸 구성이 웹툰으로서 읽기에 적절하지 않은 구성이라는 것. 중요한 부분이 아니니 안 읽고 넘겨도 된다.) 좋은 웹툰의 조건은 참신함이라고 생각해요. 기존 출판 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소재라든가 스토리 전개가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 보태기 질문

(+) 왜 히아를 보면 웃나요?

 
이유가 있어요. 히아님 남자친구가 제 고등학교 동창을 진짜 닮아서 남친분이랑 같이 있을 때마다 웃음이 나요. 그래서 똑바로 못 쳐다봐요.

(+) 왜 페르마타 전화만 안 받나요?

 
지하철에서 항상 잘 때 형 전화가 옵니다. 페르마타의 전화는 저를 각성상태로 만들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 온 다른 사람의 전화는 멀쩡하게 받을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