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대학생이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계층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아득한 언젠가, 대학생들은 그러한 사람들이었다. 70년대 초반 이른바 신세대 청년문화로 불리던 대학생들의 문화는 대중문화에 커다란 바람을 불고 왔다. 장발,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 등으로 상징되던 청년문화 속에서 대학생들은 문화, 그 중에서도 특히 대중음악을 주도해나갔다. 포크 음악은 통기타와 함께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서정적으로 노래했고, 록 음악은 기성사회에 대한 저항을 강한 비트와 사운드를 통해 표현하곤 했다.



대학생이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대중음악의 중심에 서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상징적으로 MBC의 대학가요제가 몰락했으며, 이외수의 글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대학생의 취향은 초등학생의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상업 자본이 만드는 대중문화, 특히 걸그룹, 보이밴드를 필두로 한 대중음악은 20대가 아닌 10대의 취향을 공략한다. 그렇게 하면 대학생들의 반응까지 얻어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국민학생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악세사리를, 대학생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악세사리를, 대학생들도 똑같이 선호한다.
대학생들과 초등학생들이 똑같은 수준의 문화를 줄기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늘날 모든 문화가 정체성을 상실해 버렸다.

- 이외수, 장외인간


지금의 대학생들은 거대화된 문화 자본이 만들어내는 대중음악 상품들에게 종속되어 있다. 대학생 집단 스스로가 만들어낸 문화를 찾아 즐기기 보다는, 실시간 검색어에 떠 있는 노래, 오늘 TV에서 나왔던 노래, 차트 1위에 오른 노래를 듣는다. 모든 이의 MP3 안에 같은 노래가 들어 있다.

대중음악이 클래식이나 인디음악에 비해 저열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오늘날의 대중음악은 그야말로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택된 음악이다. 그러나 주류 음악이 아닌 음악들에도 Gee나 Nobody가 줄 수 없는 매력이 존재한다.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청춘’이 된 지금의 20대는 어떻게 보면 음악적 다양성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억울하고, 불쌍한 세대다. 좀 더 다양한 차원의 아름다움을 접할 기회를 잃은 것은 물론,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쾌감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한국일보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그럴 듯한 결론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주류 음악이 차트를 장악하고, 매스미디어를 지배하는 상황에서라도 다양한 비주류 음악들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히지 않을 때, 그리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소비자에게 갖추어져 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고함20은 기획 특집 ‘대학생과 음악’을 통해 젊음과 다양한 음악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일단 어떤 음악들이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그리고 누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대학생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고함20이 준비한 글들로 인해 ‘자신의 감성과 딱 알맞은’ 새로운 매력에 귀를 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