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대학생과 음악’ 기획, 앞선 꼭지에서는 국악, 민중가요, 클래식 등 조금은 ‘오래된 취향’인 줄 알았던 장르들을 만나보았다. 천편일률적인 대중음악에는 조금 질렸지만, 감수성이 올드한 노래는 도저히 듣지 못하겠다면 제3세계에 주목해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민족과 국가, 문화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운 음악을 향유하고 있다.

진부한 말이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전 세계의 문화가 교류되고 융합되면서 좀 더 새로운 장르의 대중음악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팝의 작법에 민족 고유의 악기를 사용하고 멜로디를 차용하고 감성을 드러내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국내음악계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응용되고 주목받고 있는 브라질과 아일랜드의 음악을 집중 탐구해보자!


라틴 문화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브라질음악

보컬 알렉스와 호란의 인기로 더 잘 알려진 클래지콰이의 노래 Nova Bossa를 알고 있는가. 이국적이면서도 따스하고 산뜻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보사노바(Bossa Nova) 곡이다. 오리엔탈리즘에 젖어 있는 당신이라면, 보사노바를 듣는 순간 왠지 유럽의 음악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사실 보사노바는 브라질 대중음악의 한 장르다.

한국 팝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되며 우리 귀에 익숙한 보사노바 장르는 물론, 브라질 음악에는 다양한 매력이 있다. 설운도의 ‘삼바의 여인’으로 잘 알려진 삼바(Samba), 삼바의 기초를 만들어 준 기악 음악인 쇼로(Choro), 젊은 뮤지션들이 벌이는 음악 운동인 트로피칼리스모(Tropicalism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독자적인 대중음악 장르를 가진 것이 브라질 음악의 매력이다. 심지어 우리의 정서, 우리 귀가 듣기에 이국적이면서도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보너스!


브라질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뮤지션으로는 소히(Sorri)가 있다. Sorri는 포르투갈(브라질)어로 ‘미소’라는 뜻을 가진 단어. 2006년 1집 앨범 [앵두]에 이어, 2010년 2집 앨범 [Mingle]을 발표한 소히의 음악에는 브라질의 향기가 적절하게 우리 정서에 맞게 녹아들어 있다. 그녀의 청아한 음색과 귀에 쏙쏙 박히는 약간은 철학적인 노랫말이 소히를 듣는 즐거움이다.


소히 추천곡 ▶ 좋아, 거짓말, 그럼 그렇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앵두

‘별’, ‘유난히’ 등의 노래로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던 가수 신예원은 미국 시장에서 브라질 음악을 하는 한국인으로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아티스트 셰어’를 통해 2010년 9월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신예원 추천곡 ▶ Aquarela Do Brasil, Rosa Morena, Palhaco

브뮤넷(http://www.brazilmusic.net/)은 브라질 음악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볼만한 사이트. 최근엔 활발한 포스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꽤나 많은 브라질 음악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다. 트위터 @bossanovamusic 에서는 브라질 음악 영상을 공급해주고 있으니 팔로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에스꼴라 알레그리아(Escola Alegria)(http://www.escolaalegria.com/)는 신촌-홍대 지역에 위치한 브라질 문화공간으로 브라질의 음악은 물론이고 영화와 종합예술인 까뽀에이라까지 브라질 문화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슈퍼스타K의 조문근이 연주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퍼커션을 배울 수 있는 퍼커션워크샵도 열린다.



드라마 <아일랜드>를 기억한다면, 아일리쉬 음악

왠지 모르게 강렬한 문화적인 매력이 있는 대륙 유럽, 그리고 그 중에서도 뭔가 특별할 것만 같은 아일랜드 음악도 어느새 우리 귀에 낯설지만은 않은 리듬으로 자리 잡았다. 뭔지 모를 초자연적인 신비함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아일랜드의 느낌, 아일리쉬 음악은 그러한 신비로움을 닮아 있다.

아일랜드의 음악은 생각보다 세계 대중음악계에 퍼져 있는 잘 나가는 상품이다. 아일랜드 악기 하나만 추가해도 음악 전체의 매력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아일랜드 출신인 U2(유투), Cranberries(크랜베리스), Enya(엔야), The Corrs(코어스) 등은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뮤지션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켈트족 특유의 민족성, 한의 정서는 아일리쉬 음악을 좀 더 풍부한 감성을 가진 음악으로 만든다. 영국으로부터 오랜 탄압과 고통을 받아온 역사 속에서 만들어져온 아일랜드 특유의 정서로 인해, 아일랜드의 음악은 한층 깊이 있고 의식 있는 음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아일랜드가 가진 한의 정서는 우리가 가진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우리의 귀에 잘 맞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탓인지 꽤나 많은 우리나라 뮤지션들이 아일랜드 음악을 도입해서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 <아일랜드>의 OST에 참여하며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두 번째 달’이 가장 잘 알려진 팀이다. 이들은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앨범상을 포함하여 3관왕에 오르는 등 평단에서도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두 번째 달의 프로젝트 그룹인 바드(Bard) 또한 아일랜드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는 음악으로 손꼽힌다.



두 번째 달 추천곡 ▶ 봄이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서쪽 하늘에, Home
바드(Bard) 추천곡 ▶ Bird Song, 듣고 있을까, London Lasses, Donny Brook Fair

‘출국’이라는 곡으로 데뷔한 이후 많은 곡들이 CF에 삽입되며 인기 뮤지션의 반열에 오른 하림의 2집 [Whistle in the maze]에도 아일랜드의 향기가 가득히 스며있다.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악기들을 하나씩 사 모으며, 연구한 아름다운 소리들을 앨범 곳곳에 집어넣어 이국적인 느낌을 살렸다. 하림과 아일랜드의 인연은 EBS 다큐멘터리 <세계테마여행> 4부작을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다.



하림 추천곡 ▶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여기보다 어딘가에, 지난봄 어느날, 이방인

소규모로 개봉하여 전세계 관객들을 흔든 아일랜드의 음악영화도 아일랜드 음악에 첫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도와 줄 좋은 재료다. 수많은 국내 뮤지션들이 불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Falling Slowly’를 포함해, 글렌 핸사드(Glen Hansard)와 마케타 잉글로바(Marketa Irglova)의 따뜻한 목소리가 OST에 수록되어 있다.


원스 OST 추천곡 ▶ Falling Slowly, When your mind's made up, Fallen from the sky

아일랜드 음악에 관심이 생긴다면, 네이버 카페 ‘아일랜드,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http://cafe.naver.com/musicisland/)을 검색해 정보를 얻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무궁무진한 월드뮤직의 매력

브라질, 아일랜드, 그리고 또 다른 수많은 나라들에 셀 수 없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월드뮤직과 조우하는 시간은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즐거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어떻게 만날 수 있느냐고? 모두들 쉽게 이용하는 멜론, 벅스, 엠넷 등의 온라인 음악사이트에는 사실 월드뮤직 음원들도 준비가 되어 있다. 가요 Top 100에 비해 쉽게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장르별로 음악을 찾을 수 있는 기능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샹송을 통해 프랑스로, 칸초네를 통해 이탈리아로 또 시부야케이 음악을 통해 일본으로 세계 곳곳으로 떠나보자. 때로는 MP3 플레이어로, 때로는 방안 가득 음악과 커피향을 흐르게 해 두고 책을 읽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