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부터 연재되는 '여기여기 붙어라'는 새로운 모임이나 동아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20대를 위한 코너입니다. 무언가 시작하고 싶은, 혹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20대 여러분, 어떤 꿈을 그리고 있는지 여기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보세요. 시간, 열정, 용기가 없어 우물쭈물하고 있는 20대 여러분, 지금 여기서 당신과 함께 할 친구들을 만나보세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을 때 함께 할 사람들을 찾고, 인터뷰를 통해 알리고 싶은 20대 여러분 지금 바로 editor@goham20.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고함20이 당신과 함께 할 사람들을 함께 찾아드립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기산씨는 작년 3월, 연세대학교 야생조류연구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새'를 만들었다.

야생조류연구회(이하 야조회)는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친 사람들의 대학연합 동아리로 이미 서울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단국대, 계명대, 대구대 등의 교내 야생조류연구 동아리가 연합하여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 야생조류연구회는 작년에 새로 생겨, 신입회원다운 활발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대학연합 야조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야생조류연구회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그녀가 소개한 야조회만의 특별한 활동은 ‘학습’, ‘탐조’, ‘조사’, 이 세 가지다. 야생조류는 먹기 위해 기르는 닭, 혹은 애완용으로 기르는 잉꼬처럼 사람이 키우는 새가 아닌, 자연 상태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새를 말한다. 이러한 새들의 종류와 그 특징에 대해서 공부하는 ‘학습’, 직접 밖에 나가 자연 상태의 새들을 관찰하며 즐기는 ‘탐조’, 그리고 특정 지역을 매해 같은 시기에 방문하여 관찰된 새의 종류와 개체 수를 기록하는 ‘조사’가 있다.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야조회 활동의 진정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 연세대학교 야생조류연구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새> 회장 이기산 입니다. 이번학기에 4학년이 되어야 하지만, 휴학했어요. 회장 자리는 3월이면 새로운 사람에게 넘겨주지만 제가 창립자니까 여전히 실세에요.



연세대학교 야생조류연구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새' 창립자 이기산씨 (제공: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동아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 연세대학교 야생조류연구회의 정식명칭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새>입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새>(이하 하새)는 2010년 3월 5일에 청송대 탐조를 시작으로 3명이 활동하다가, 2010년 4월 29일에 싸이월드에 클럽을 만들고 2010년 9월에 첫 공개모집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새>의 상징새는 파랑새입니다. 지도교수님은 생물학과의 조면행 교수님이십니다. 

하새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 학기 중 정기모임은 학습과 탐조가 있는데요, 매주 1회 학습을 하고, 2회 교내 공원인 '청송대'로 탐조를 나갑니다. 그리고 모임 후에는 언제나 즐거운 신촌 맛집 탐방이 있어요. 이름하야 ‘맛따라 멋따라’ 라고. 학교 밖 탐조도 비정기적으로 가요. 연중행사로는, 1학기에는 3월 5일에 n주년 창립총회가 있습니다. 이번이 1주년 개강총회에요. 그리고 3월 말~4월 초 전시회가 있어요. 여름방학에는 새명식이라는 독특한 야조회만의 의식이 있는데, 있다가 자세히 설명 드릴게요. 겨울방학에는 송년회와 한 해 동안의 활동을 기념하는 회지발간이 있습니다. 사실 연중행사 작년에는 여건이 안돼서 하나도 못했지만 올해에는 꼭 할 예정이에요! 가능하다면 2학기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탐조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것 말고도 연합에서 진행하는 각 조사와 연합강의도 있답니다.

동아리 이름이 독특한데, 어떻게 지은 이름인가요?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새>는 윤동주 시인의 시집이름<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착안한 거에요. 하늘과 바람과 별이 항상 새와 함께 하는 것들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줄였을 때 “~하세”하는 권유형 문장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탐조하새”, “가입하새” 등등으로.

기산씨는 언제부터 새를 좋아했나요?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또는 애완조류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도, 야생조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은 드문 편인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 저는 새를 별로 좋아하지는....... 아니, 별 관심이 없는 편이었어요. 저는 생물학이 전공인데, 살아있는 것에 관해서 전반적인 관심은 있었어요. 식물도 좋아하고, 곤충도 좋아하고. 오히려 새에 대한 관심은 하새를 시작하고부터 많아진 편이에요.

의외인걸요. 그렇다면 새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동아리를 혼자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사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우연하게 작년 2월에 야조회에서 ‘새명’을 주는 전통이 있는 걸 들었는데, 그게 너무 재밌을 것 같은 거에요. 새명이라는 건 어느 정도 활동을 해서 자격이 되었다 싶은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그 사람에게 꼭 맞는 새(鳥)이름을 붙여주는 건데, 이게 참 재밌어요. 예를 들면, 어떤 자리에 가더라도 항상 참석하기 때문에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후배에게는 정말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새 중 하나인 ‘멧비둘기’나 ‘참새’ 같은 새이름을 붙여주는 거죠. 사람들한테 새명 주는 게 진짜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인 연세대에 새로 야조회를 만든 거죠. 물론 이 이유 하나만은 아니지만, 이런 재밌는 제도 때문에 더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참새 (출처:
www.flickr.com)


그럼 기산씨는 위에 선배가 없으니 새명도 없겠네요?

- 그래야 맞긴 한데....... 제 새명은 쇠가마우지에요. 제가 초등학생일 때 어린이 철새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 때 거기서 자원봉사하시는 ‘새선생님’이 계셨는데, 저희한테 새명을 하나씩 다 지어주셨죠. 그런데 그 분이 지금 알고보니까 단국대 야조회 출신의 학번이 꽤 높으신 선배님이셨더라고요! 이렇게 보니 야조회와 인연이 깊네요.



쇠가마우지 (출처:
www.flickr.com)


혼자서 동아리를 시작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은 일이잖아요. 시간도 많이 들고, 수고로운 데 비해서 직접적인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1년 간 동아리를 하면서 어떤 것이 가장 힘들었나요?

- 일단 동아리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정말 신경 써야 할 게 많았어요. 동아리 홍보하고 기틀 잡는 것만 해도 시간이 없어요.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래서 지난 학기에는 학점이 안 좋았어요. 한 전공수업은 중간고사를 너무 못 봐서 교수님께서 ‘아무리 기말고사를 잘 본다 해도 이러면 F를 줄 수밖에 없다’고 하셨을 정도였으니까요. 이해할 만한 사유를 대면 보고서로 대체해주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생물학과잖아요. 야생조류연구회 만드느라 그랬다고 하니 학술 활동으로 인정해서 참작해 주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정말 너무 다행이었죠.

이렇게 힘들어도 계속 활동을 하게 하는 매력은 뭔가요?

- 연합 동아리라는 점이 굉장히 커요. 제가 사실 다른 동아리도 하나 하고 있는데, 거기도 좋긴 좋지만 정말 매일 보는 사람들만 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야조회는 일단 연합이니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재밌어요.

그리고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조사’를 하기 위해서 봄, 가을이면 강화도, 여름에는 섬, 겨울이면 서산, 금강, 낙동강, 제주도, 한강 일대를 며칠씩 두 발로 빼곡히 누비고 다니거든요. 야조회 활동을 일 년만 하면 과장을 좀 보태서 전국 버스 노선이 빠삭해져요.

또, 사람들 간에 분위기가 참 훈훈해요. 연합이라고 해도 그냥 이름뿐인 데도 있잖아요. 야조회는 그렇지 않고, 서로 교류가 굉장히 많아요. 저도 이번에 처음 학교에서 데스크 세우고 홍보할 때 도움 많이 받았어요. 진짜 든든했죠.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처음에는 새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점점 활동을 할수록 새 보는 게 좋아져요. 제가 아무래도 하새에서는 제일 선배고 알려줘야 하는 입장이니까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흥미도 점점 더 많이 생기구요. 



2010년 제주도 조사에서 동아리 후배와 함께(제공: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많은 사람들에게 새에 대한 관심은 생소한 편이죠. 사실 취업과 관련 없는 것에는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것이 요즘 대학의 분위기이기도 하구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같이 새를 보자’고 얘기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 ‘새를 보는 건 즐겁다.’ 저는 이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처음 듣고서는 ‘야생조류연구? 새 관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제가 이런 동아리를 한다고 하면 웃음부터 터뜨리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구요. 그런데 정말 가까운 주변에 어떤 새들이 살고 있는지 사람들이 전혀 모르거든요. 조금만 신경을 쓰면 보이는데. ‘아, 너 거기 있었구나’ 하는 발견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요. 모르고 지나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실 이게 돌이 아니라고, 보석이라고 말이에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잘 모르잖아요. 이런 게 심할수록 사람 살기 좋은 동네는 아닌 것 같거든요. 새도 마찬가지에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뻔히 서로 아는데 쓰레기 함부로 그 집 앞에 못 버리잖아요. 여기에서 멧비둘기들이 사는데, 여름에 큰유리새가 오는데,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생명이 살아가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저도 야조회 활동을 하면서 새 뿐만 아니라 자연 전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어요. 새를 보는 즐거움에서 출발해서, 더 나아가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 이런 변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하새는 매주 꾸준히 학습과 탐조를 한다고 들었어요. 연세대 근처에서 탐조를 할 만한 환경이 있나요? 신촌일대가 굉장히 도시적인 곳이라 새를 보기에는 좀 힘들 것 같아요.

- 우리 학교 근처가 새가 살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긴 해요. 그래도 학교 안에는 비교적 나무도 많고, ‘안산’이라고 작은 산도 있어서 새가 꽤 있어요. 그리고 그 산에 이어져서 ‘청송대’라고 작은 공원 같은 곳이 있는데, 여기도 저희의 주요 탐조 장소 중 하나랍니다. 탐조는 보통 아침에 하는 게 가장 좋아요. 햇빛이 강하지 않아서 형체가 잘 보이고, 새들이 이 시간에 가장 많이 활동하거든요.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고, 일찍 일어나는 야조인은 신종을 봐요!



탐조 중인 모습 (제공: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대학생들 중에 하고 싶은 열정은 있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아리나 모임을 만드는 것은 힘들어서, 부담스러워서, 시간이 없어서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저는 일단 시작을 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말이에요! 힘들어도 일단 시작을 하면 자기가 하는 만큼 결국 이뤄내게 돼요. 그리고 내가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걸 내가 직접 하기 전까지는 누가 대신 해주지 않거든요. 스스로 해야 돼요. 그러면 언젠가는 나한테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생겨요. ‘이런 좋은 걸 시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구요. 제가 연세대 야조회에 바라는 점은, 꼬박꼬박 신입회원이 들어와서 동아리 활동을 재밌어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계속 우리 이웃에 누가 살고 있나 같이 알아갔으면 하는 게 제 소박한 바람입니다.



(제공: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하새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 연세대 야조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새>와 함께하시고 싶은 분들은 학기 초 데스크에 직접 신청하거나, 아무 때나 싸이월드 클럽에 가입하여 자기소개를 남겨주면 됩니다. 트위터와 메일로 상담도 환영해요. 클럽 가입이 귀찮으신 분들은 여기로 신청해주셔도 좋습니다. (작은 목소리로)트위터는 사실 가끔 확인해서 좀 늦을 수도 있어요.

싸이월드 클럽 http://club.cyworld.com/YSyajo
트위터 @YSyajo
메일 YSyaj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