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송아름씨(23)는 신용우라는 성우의 광적인 팬이다. 잠이 안 올 때면 신용우씨가 녹음한 오디오북을 듣고, 미니홈피 메인에는 신용우씨의 사진이 있으며  일년에 한 번 열리는 팬미팅 날에는 소녀처럼 기분이 들뜬다.  


신용우를 좋아하는 정도가 굉장하기 때문에 ‘성우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며 마니아보다 더욱 심취해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은 뜻하는 신조어)’라고 판단되지만, 아름이라는 친구 그냥 단순히 신용우에 미쳐있는 ‘덕후’ 가 아니다. 신용우를 좋아하는 것은 확실하나 신용우로 인해 생긴 고민들이 예사롭지 않다. 자신의 미래,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모두 녹아있어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인터뷰. 궁금하다면 아래의 내용을 기대해보자. 


Q. 성우에 처음 관심을 가진 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네요. 말해주실 수 있나요?


A. 전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무척 좋아했어요. 어느 날 만화를 보고 있는데 만화의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굴까 무척 궁금했어요.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한테 여쭤봤죠. 그런데 엄마가 목소리의 주인공이 어른이라고 하시 더라구요. 그게 어린 저한테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어요. 전 당연히 저 만한 친구 들 일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목소리가 어리잖아요. 그때부터 ‘성우’에 대해 막연한 환상과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Q. 어린 시절 아름씨의 동심이 그대로 묻어나는 답변이네요. 무척 귀여워요(웃음). 그   이후의 일도 듣고 싶네요. 혹시 특히 좋아하는 성우가 있는지도 궁금하구요.


A.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성우에 대한 정보들을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고등 학교 때는 ‘audien' 이라는 싸이트를 알게 되었죠. 잘 모르실텐데 성우들이 육성으 로 책을 읽어주는.... 그니까 오디오북을 판매하는 싸이트죠. 특히 좋아하는 성우가 있냐 고 하셨는데 저는 ‘신용우’라는 성우를 참 좋아해요. 이 성우를 알게 된 것도 그 싸이트 를 통해서 이죠.


Q.  오디오북 중에 특별이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A.  ‘얼음 나무 숲’ , ‘홍염의 성좌’ 라는 작품을 좋아해요. 장르는 판타지입니다. ‘천일야화’  라는 작품도 좋구요. 다 신용우씨의 출연작이기도 하구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공녀’라는 작품인데요. 고려말 공납으로 바쳐진 우리나라 여인과 원나라 왕의 호위무사 와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입니다.


Q. 신용우씨와 성우에 대한 관심으로 활동도 많이 하시나요?


A. 음 .. 의외로 외부 활동을 많이 하진 않아요. 네이버 신용우 카페와 DC 성우갤에서  활동을 하긴 하지만 친목보다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들어가곤 하죠. 정모에도 참석하지만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진 않아요.  그냥 신용우씨를 보는 것이 좋은 거죠 뭐


                                                                          
신용우씨의 팬미팅 현장 

 


Q. 사람들과 교류 하거나 이런 것은 아니지만 아름 씨의 일상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신용우씨와 함께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네요. 신용우씨를 좋아하면서 아름씨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굉장히 큰 변화가 생겼죠. 이건 신용우씨를 좋아 한 후로 한정 짓기보다도 성우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진 후 생긴 변화란 말이 적절 하겠네요.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전 어릴 때부터 애니를 굉장히 좋아했고, 성우에 대해 관심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제가 성장하는 와중에도 애니 대한 관심을 지속시켜주는 힘이었어요. 보통 중고등학생이 되면 애     니를 잘 안보지만 저는 성우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아서 계속 애니를 접했어요. 그러면서 애니메이션이나 성우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림 솜씨도 없고 성우를 할 수 있을 만한 끼는 더더욱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그런데 기획은 제가 도전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도 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강했고요. 'audien' 같은 회사 또는 애니매이션을 다루는 회사 에서 PD로 일하고 싶어요. 그래서 방송영상학과에 진학한 것이고요.

                          

Q. 어떻게 보면 아름씨가 어릴 때 가졌던 성우에 대한 놀라움이 아름씨의 인생 전반 을 결정짓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제는 아름씨의 성우에 대한 관심을 단순한 ‘팬’ 정도의 수준이라고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팬을 뛰어넘어서  생산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아름씨가 즐기는 성우 컨텐츠에 대해서 아 쉬운점, 내가 나중에 생산자가 되면 이렇게 바꿔 보고 싶다는 점이 있나요?


A. 가장 아쉬운 점은 오디오북의 장르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또한 BL(Boy Love, 남자끼리의 동성애를 지칭하는 은어)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데 이것이 안타까워요. 저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지만 너무 치우치는 느낌이 들거든요. 게다가 여기에는  상업적인 목적도 있다고 분명히 생각해요. 동성애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까지는 보수적이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적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BL을 소재로 하면   골수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또한 오디오북은 주로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들이 많은데 요즘 만화에서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많고 인기를 점점 더 얻고 있다는  점도 원인일 것 같아요.


Q. 이어서 연관된 질문을 하나 드리자면 우리나라는 성우의 입지가 매우 좁다고 알고 있는 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혹시 외국 성우에도 관심이 있다거나 외국  성우들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같이 말씀해 주시면 좋겠네요.


A. 우리나라는 성우의 입지가 정말 좁죠. 외국 성우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본은 성우에 대한 대우가 정말 굉장해요. 거의 연예인 수준의 대우를 받을 정도로 관심과  인기가 있다고 알고있어요. 성우의 입지가 작아지고 이제는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까지     모두 인기 연예인에게 맞기니 정말 문제지만 제가 정말 안타까운 점은 사람들의 더빙에 대한 편견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빙을 하면 ‘촌스럽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로서는 아쉬운 점이에요. 훌륭한 우리말을 놔두고 왜 영어를 귀로 듣고 눈으로 자막을 봐야 하는지.....


Q.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인데요. 저 또한 더빙을 하면 촌스러운 느낌이 들거든요. 아름씨는 다르다고 하셨는데 그럼 정말 더빙한 작품을 보고 오히려 더 좋았 던 적이 있으세요? 예를 들면 자막을 쓴 작품 보다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던가요.


A.  네, 정말 있어요. 전 특히 만화 같은 경우는 한국어 더빙판으로 보는 것이 몰입이 더 잘됩니다. 자막이 얼마나 어색한 부분이 많은데요. 활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수가  있거나 직역을 한 경우도 있죠. 하지만 더빙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연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변환된 연기를 볼 수 있고요. 그리고 성우의 연기가 촌스럽다는 것은 아마도 옛날 영화를 보고 느끼시는 것 아닌가요? 전 최근에 더빙된 만화를 보거나  할 때 전혀 그런 느낌을 느낀 적이 없거든요.


Q. 그렇군요. 제가 성우에 관심을 갖지도 않으면서 성우들의 연기가 촌스럽다고 편견을 가진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아름씨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제 대학교 4학년이고 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도 성우산업에 대한 관심이 선행된다면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정말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기획이란 것은 혼자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관심과 사랑도 필요하고 그것이 충분하다면 그 안에서 자금 문제도 해결 될 수 있겠죠. 성우와 기획자들이 돈에 매달리지 않고 작품성을 추구하며 좋은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요!



어찌 보면 조금은 생소한 남들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녀, 그 관심은 지금 그녀의 삶의 목표를 만들어 놓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애니메이션과 함께라면 행복하다는 모습이 순수하며, 다들 별 문제의식 없이 자막으로 된 영화를 볼 때 왜 좋은 우리말로 듣기를 거부하고 자막을 선호하냐는 물음을 던지는 그녀의 비판의식이 놀랍다. 그녀의 말처럼 성우 산업이 우리나라에서도 잘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제까지 수입영화는 어린아이가 아니면 자막으로 봐야한다고 당연시하고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 것이 충격적이다. 왜 우리말 더빙이 우리말을 더 잘 살릴 수 있음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인터넷에서 ‘오디언’ http://www.audien.com 또는 ‘디바’ http://www.diivaa.com란 사이트에 들어가 보자. 성우들이 녹음한 오디오북을 접할 수 있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검색해보라! 성우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