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제역 매몰지’ 지하수 오염 심각”
“구제역 100일, 2차 환경피해 가능성 여전”

구제역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하지만 연일 보도되는 뉴스로 인하여 무뎌진 탓일까. 그저 그 지역의 문제로만 치부되고 있는 듯하다. 

“고양시, 벽제천 물고기떼죽음”

인류에게 ‘환경문제’이라는 대단한 숙제가 아직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이와 같은 기사도 별 일 아닌 듯 지나치게 된다. 어쩌면 환경오염이라는 말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양서류 멸종 속도 컨트롤 못하면 인간도 멸종될 것”
“지구 6번째 대멸종 시작, 생명체 75% 파괴 예측”
“美 연구진, 300~2200년 사이에 지구 대멸종 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사들은 어떠한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심각한 내용의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환경문제에 대해 무감각해져있는지를 방증한다. 

이쯤에서 소개하고 싶은 화가이자 건축가가 있다. 바로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이다. 예술의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만난 그의 작품은 환경문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결국 무뎌져버린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지표를 제시해 준다.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는 그의 본명이 아니다. 프리드리히 스토바사가 그의 본명인데 이후 스스로 개명한 그의 이름에는 그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평화롭고(Friedens) 풍요로운(reich) 곳에 흐르는 백 개(Hundert) 의 물 (Wasser)' 화가,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였던 그는 이 이름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확고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다.

“수평은 자연의 것이며 수직은 인간의 것이다.”

그는 기능주의와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현재의 건축물이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1958년 ‘합리주의 건축에 반대하는 곰팡이’ 선언을 시작으로 그는 도시의 건축물들을 자연과 인간의 행복한 동거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건축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게 된다. ‘악마의 도구’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던 직선 대신에 자연의 굴곡을 그대로 보존하고, 바닥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는 식물이 자라나며, 구석과 모서리는 불규칙하고 둥글게 하는 등 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충분히 조화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후 그는 건축 치료사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건축을 통하여 지상낙원을 향한 그의 꿈을 실현했다. 

“직선은 인류를 파멸로 이끈다.”

직선을 강도 높게 비난했던 그는 회화에서 역시 ‘나선’을 끊임없이 등장시킨다. 나선을 생명의 원초적 형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나선은 자연과 닮은 유기적 형태인 동시에 인간의 삶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선은 그의 모티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비오는 날에는 색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흐리고 비오는 날이 가장 아름답다.”

색채의 마술사라고도 불리는 그의 회화는 무척이나 화려하다. 그렇다고 해서 값비싼 재료들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물감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고 값비싼 캔버스가 아닌 종이나 나무, 흙까지도 소중한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하고 대담한 색채가 살아있는 그의 그림에서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 그러면서도 조화로운 것. 그의 철학은 그림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당신은 자연에 들른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십시오.”

앞서 말했던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그의 철학은 예술 활동으로도 표현되었지만 동시에 예술 밖의 삶에서도 활발한 환경 운동을 통해 드러났다. 환경운동가로서 그는 자연보호, 산림보호, 반핵운동 등에 앞장서 성명을 발표했으며 포스터 캠페인 제작, 시위 참여 등 다양한 환경운동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점차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으며 1980년 워싱턴 D.C의 시장은 11월 28일은 ‘훈데르트바서의 날’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자신의 철학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그는 2000년, 그의 유언에 따라 뉴질랜드에 있는 그의 정원 ‘행복한 죽음의 정원’의 튤립나무 아래 묻혀 영원히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의 작품을 통해서, 또한 그의 삶을 돌아보면서 다시금 생각해봤으면 한다. 환경문제에 너무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너무 무뎌져버린 것은 아닌지.

“우리가 혼자서 꿈을 꾸면 오로지 꿈에 그치지만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 된다.”  
-훈데르트바서


※훈데르트바서 2010 한국전시회는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 1,2,3 전시관에서 현재 전시 중에 있고 
기간은 2011년 3월 15일(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