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출간 후 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한 데 이어 3월 둘째 주에도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인기몰이의 비결이 궁금하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책 안에 ‘잉여’를 비롯하여 20대만이 사용할 만한 은어가 종종 나온다는 것이다. 저자가 대학생들의 언어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춘과 소통하려는 저자의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나온 조언들이 있는 책이기에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일까? 



하지만 이 책은 대학생들에게 위로 수준의 말은 될 수 있으나 현실적 조언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표지에 적혀있는 것처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정말 불안하고 막막하다. 누군가의 공감과 조언은 힘이 되고 감동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 조언이 따뜻한 말을 넘어서서 오히려 다소 냉혹하거나 충격적이더라도 왜 대학생들이 아파야 하는지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했더라면 독자들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답답한 인생의 실마리를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물질’에 연연하지 않는 낭만이 있는 인생에 대하여 말하지만 낭만이 있는 인생은 살다보면 꼭 성공할 수는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사실 이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보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고 꿈을 이룬 사람보다는 이루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김난도는 책 속에서 ‘열망을 가지고 꿈을 따르며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은 것이다. 기다리면 너의 계절이 올 것이다.’ 라고 말한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기다려도 나의 계절이 오지 않을 수 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하는 노력 자체에 행복 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떨까? 꿈의 성취를 위해 행복한 것이 아니라 꿈을 따라가는 과정 자체에 행복해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는 안정된 직업보다 일 자체의 즐거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적성에 맞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종국에는 오히려 고소득과 안정성을 더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내용은 앞서 말한 내용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안정적인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을 은폐하며 독자들에게 다소 허황된 꿈을 심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김난도씨는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았다’라는 제목을 가지고 젊은이들의 시련에 관해 이야기 한다. 어떤 때는 ‘포기’가 필요하며 그것이 항상 비겁한 것이 아니라거나 진정한 몰두를 위해서는 ‘자신으로부터의 혁명’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해결책으로 제시된 시련을 이겨낼 방법들이 다소 실망스러웠다. ‘사랑하고, 마음껏 고민하고, 감사하는 것’ 한 달 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의 조언치고는 식상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대학생이 더 꿈꾸고 더 고민하는 것만으로 불안한 미래가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덧붙여, 10대들은 어떤가? 다른 나라 같았으면 10대 중반에 겪었어야 할 사춘기적 문제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수능을 위해 유예됐다가 성년이 되면서 폭발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 없이 우리나라의 10대들이 20대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말들, 20대의 언어와 사고방식에 공감할 수 있는 김난도씨의 조언들로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현실의 어두운 면은 감추어 놓은 채 희망만을 이야기 한다는 점이 자기개발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대의 여러 불행들의 해결책을 결국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찾아야 한다는 것도 아쉽다.



20대, 큰 꿈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나이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나 삶에 실패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름답지 않은 것과 실패를 인정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자 왜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20대에게 꿈과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그러한 꿈과 가능성이 현실이 항상 낭만적이지 않다는 사실, 때론 너무나 잔인하다는 사실을 가리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가장 아쉬운 점은 마무리가 ‘성공’이라는 의미부여로 이어 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은 일을 하라는 말이 성공과 연결되지 않았다면, 마지막 부분에서 1등 칸을 향해 움직이라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 책에 있는 많은 좋은 말에 더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