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이소라, 박정현, 윤도현, 김범수, 백지영, 정엽’ 이들 중 누군가 탈락을, 그것도 노래를 부르는 무대에서 관객에 의해 평가를 받아 결정 된다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MBC 일요일 저녁 예능의 간판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2주에 한 번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7명 중 500인 방청객의 투표를 통해 꼴찌를 하는 가수는 탈락하게 되는 프로그램. 탈락자의 빈자리는 새로운 가수가 투입되어 매주 7인의 가수가 경쟁을 펼치는 서바이벌 음악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가 3월 5일 첫 선을 보였다.

‘나는 가수다’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과연 어떤 가수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프로그램에 나서겠느냐 라는 논란이 가장 컸으나 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섭외로 일단락되었다. 섭외 후 또 다시 논란이 된 것은 7명 중 누가 탈락을 하냐 였다. 장르도 다르고 가창력과 팬층 모두 두터운 가수들이기에 어떠한 방법이든 이들의 순위를 매기기 위한 공정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우리는 ‘나는 가수다’에 왜 열광하는가?

대다수의 대중들은 아이돌 위주의 가요 시장에 대한 실증으로 다양한 음악 장르에의 갈증이 있었다. 항상 유행을 타던 장르와 주류가 되는 가수가 있었지만 최근 몇 년전 걸그룹 열풍으로 시작된 아이돌 시대는 비정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장기간 가요 시장을 지배했다.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돌이 아닌 가수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각종 음원 차트 역시 아이돌이 장악하다시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노래에 목말라 있던 우리에게 1990년대, 200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줄 그 시절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돌아왔으니 환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가수다' 첫 무대는 우리에게 전율을 맛보게 해주었다. 7명의 가수가 자신들의 명곡을 열과 성을 다해서 부르는 모습이 TV를 통해 전파되자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정말 오랜만에 노래다운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와 같은 찬사를 쏟아내며 처음의 우려와 불안 섞인 시선과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은 대단했다. 짧게는 8년, 길게는 20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떨어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라는 인터뷰와 마치 신인 때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듯한 그들의 긴장감 서려 있는 무대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또 언제부턴가 가창력을 지닌 가수보다는 현란한 퍼포먼스 및 화려한 비쥬얼을 갖춘 가수를 더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락, 발라드, 댄스, R&B, 인디, 트롯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공존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와는 달리 최근 몇년간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은 아이돌풍의 댄스 음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에서는 본인들 노래 외에도 과거 인기 있었던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선사하며 다시금 장르의 폭넓음을 각인시켜 주었고, 아이돌이 아니라도 가수로서의 자질과 충분한 실력만 있으면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이는 획일화된 댄스 가요를 듣던 우리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해주었고, 그 결과 노래 잘 하는 가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호응이 되살아나며 출연 가수의 앨범 판매량 급증, 경연 음원 공개 등 가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이러니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탈락자의 재도전? 그것이 최선이었나?

지난 일요일, 첫 번째 탈락자가 결정되는 방송. '누구를 떨어뜨릴 수 있겠는가? 말도 안 된다.' 라는 의견을 개진하던 사람들까지도 긴장 속에 결과를 바라봤는데, 결과는 '재도전' 이었다.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선배의 탈락에 대한 후배들의 송구함과 애정이란 점에서도, 국민가수의 탈락과 더불어 출연 가수들의 예상보다 심한 동조에 당황한 제작진의 급작스러운 결정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프로그램의 본질을 뒤집을 수 있는 이와 같은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일까? 

방송의 시작부터 가수 7명을 두고 서바이벌을 하겠다던 프로그램의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방송 처음부터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떨어지는 가수는 꼴찌를 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 다른 가수들에게 노래할 수 있는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이라던 말이 공허해지는 순간이었다. 또, 새로이 참가를 위해 와 있던 가수는 무엇이 되는 것인가? 제작진의 긴급 결정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하락시킨 것은 분명하다. 7위한 가수를 떨어뜨릴 수가 없었다는 변명과 형평성의 문제로 다른 가수들 역시 탈락은 본인들의 의사에 맡기겠다고 말한 것은 최초의 탈락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 연출자가 책임져야 될 부분을 가수에게 결정권을 줌으로써 경연이라는 틀 속에서 노래에만 집중해야 할 가수들에게 또 다른 짐을 안긴 것이다.

처음부터 이러한 결과를 예상치 못 하고 준비했던 프로그램도 아니었을 것이다. 박수 칠 때 떠나란 말이 있듯이 7위 가수가 의연히 500인 청중 평가단의 결과에 승복하고 떠났다면 그 가수의 노래는 시청자에게 인상 깊게 남았을 것이고, 남은 가수들 역시 더욱 더 무대에 최선을 다 해야하는 이유를 만들어 줬을 것이다. 또 처음부터 꼴찌가 아닌 1등이 명예롭게 퇴장하는 형태로 갔다면 가수들 자존심에 상처주지 않고, 우리 모두가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퀄리티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탄생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가 기대되는 이유는,

김영희 CP가 밝힌 ‘나는 가수다’의 최초 기획 의도는 ‘출연 가수들의 마음이 그러하듯 ‘나는 가수다’를 통해 노래와 음악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는 가수다’에 가수들이 출연한 목적이고 내가 연출하는 의도다.’ 라며 앞으로 출연할 가수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트로트나 아이돌가수도 출연할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라는 출연기준은 준수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나는 가수다'의 가장 큰 매력은 잊혀졌던 것에 대한 향수다. 흔히 볼 수 있는 가수의 출연이 아닌 실력파 가수의 출연은 대중들에게 다시금 한국 가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되살릴 것이다.또, 기성 가수들에게 마치 데뷔 무대처럼 설렘 가득한 무대를 선사하고, 그들의 떨림 가득한 무대를 본 관객들이 감동을 받는다면 제작진이 의도한 음악의 진정성 역시 전달될 것이다. 앞으로 재도전과 같은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없애고,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이 원하는 방송을 만들어 나가면 충분히 가치 있는 예능 프로가 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회를 거듭한다면,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일요일 저녁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