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구나 그렇다.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또는 언제나 그랬듯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현관문을 닫고 버스를 기다리며, '늘 타는 그 버스가 아닌 다른 버스를 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충동, 그 중에서도 '떠남'의 충동은 언제나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일탈이다. 그러나 그렇게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만큼 아무나 행동에 옮길 수는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의 저자 김동영(a.k.a. 생선)은 그 충동을 행동으로 옮겼다.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그가 방송국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미국행을 결심한 것이다. 가진 것을 다 팔아 비행기 표와 자동차를 서른 살 선물로 자신에게 선물한 그는, 그 자동차로 미국 전역을 230일 간 돌아다녔고, 그 결과물로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를 출간한다. 이 책은 그가 미국에서 생활하며 겪은 일들을 모은 결과물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면서 그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들도 바뀌어간다. 그리고 그 변화가 이 책에 있다.



김동영보다는 '생선'으로 더 많이 알려진 저자는 방송작가 뿐 아니라 밴드 활동, 작사가 등으로 활동하며 쌓은 그만의 감성을 책에 고스란히 풀어낸다.

"생선은 절대 눈을 감지 않잖아요. 그거 알아요? 생선은 눈꺼풀이 없어요. 사실 감지 못하는 게 아니고 감을 수 없는거죠. 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눈을 감지 않을 거거든요."

정말 생선다운 이유로 생선이라 불리기를 자처하는 그는 이렇게 자신이 생선인 이유에서부터 책을 시작, 해고당했을 때의 슬픔, 중고차 혼다 어코드와의 만남, 미국을 돌아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선다운 언어로 이야기한다. 여기서 '생선답다'는 것은 지나치게 솔직하고, 지나치게 순수하다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말한다. 마치 본인의 글이 책으로 출간되어 전국에서 절찬리에 팔릴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 전국의 독자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기라도 한 듯 솔직하고 순수하다. 그리고 그래서 독자는 알고 지내던 사람의 이야기를 듣듯 저자의 모험담에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66번 도로는 생선에게 도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66번 도로가 '순례의 길과도 같다'고 했다.


그리고 저자는 책의 끝머리에서, 여행이 길어질수록 떠나오기 전의 자신을 잊어버렸다(또는 잠시 접어두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새로운 것들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배우며 익숙해지고 나니, 다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김동영의 책에서 여타의 흔한 여행 에세이의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저자의 여행의 시작을 함께 하는 것과 같고, 다 읽어갈 때쯤이면 당신도 저자와 함께 여행을 한 듯 새로운 것들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굳이 떠나지 않아도, 떠난 자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는 앞에서 말했던 '떠남의 충동'을 아는 사람만이, 그리고 그 충동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가치로운지 아는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 많은 풍경들에게 일일이 대답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 아름다운 길 위에 나를 못질해줘서,
또 나를 찬란하게 해줘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