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면서 외로움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외로움이란 불편한 감정은 틈만 나면 언제든 우리 곁을 비집고 들어와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 혼자 있는 방안에서도, 시끌벅적한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우리는 종종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어찌 보면 외로움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받아들여야 할 숙명과도 같을 것이다.

하지만 외로움이란 비릿한 감정이 죽기보다 싫은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외로움을 외면하고자 한다. 점차 우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단히 외로움을 퇴치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신도 모르게 ‘ 외로움 피하기 중독현상 ’ 에 걸리게 된다.


사람에게 중독되다. 관계중독증

외로움으로 인해 생겨나는 대표적인 중독에는 ‘관계 중독증’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독이라고 하면 술, 담배, 마약과 같은 물질적인 대상을 전제로 하는 것 같지만 여기서 말하는 관계중독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즉 사람에게 중독된다는 뜻으로써 사람에 대한 지나친 의존증이라 말할 수 있다.

관계중독증의 기본적인 특징으로는 ‘ 나 자신’ 이란 것은 없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내 생활의 전부를 이룬다는 것이다. 결국 나와 남과의 경계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나의 내면의 공백을 메우려하고 존재의 무가치성과 무의미감 그리고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종의 정신질병이다. 정신질병이라는 단어에 우리는 손사래를 치며 자신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관계중독증은 특정한 소수의 인물에게만 해당되는 유별난 현상이 아니다. 지금도 혼자 방안에 있는 순간을 견디기 힘들어 자연스레 핸드폰으로 주변사람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는 당신 또한, 자신의 외로움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치유 받고자 하는 ‘관계중독현상’ 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관계중독증, 더욱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를 불러오다.

관계중독을 앓고 있는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자 한다. 다행히도 통신의 발달은 이러한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충분했고, 우리는 여러 소셜 네트워크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기에 용이한 미니홈피,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같은 네트워크로 도리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의 허무함, 아무도 댓글을 남겨주지 않았을 때의 불안함,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공간에 글을 남겼을 때의 불타오르는 질투심으로 우린 더 외로워지고야 만다. 통신이 외로움을 싣는 격이 되는 것이다.

관계중독으로 인한 또 하나의 현상은 바로 비밀을 공유하는 것 이다. 사람들은 친해지기 위해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곤 한다.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비밀 한 두 개쯤은 풀어 공유해야, 서로를 좀 더 깊이 알게 되고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경숙의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는 이러한 글이 나온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우리는 ‘ 침묵속의 공감’ 을 공감하기 어렵다.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아픔을 공유하는 것이 어떤 관계의 한계를 넘어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로울 이유는 많다. 지금 옆에 아무도 있어주지 않아 외롭고, 나에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외롭고, 사람들 틈에 섞여있지만 왠지 모르는 소외감에 외롭다. 하지만 외로움의 끝에 서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자신을 온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정작 나를 가장 외롭게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