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들을 보며 가수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이돌과는 다르게 노래를 잘하는 진짜 보석을 찾는다는 취지의 위대한 탄생,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그 열기는 더해졌다. 이전까지 예쁘고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만 가수에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명 ‘길거리 캐스팅’에 의해 우선 준수한 외모를 가진 사람을 훈련시켜 가수로 데뷔시키는 등 가수가 됨에 있어 외모는 꽤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많이 시행되고 있는 TV 오디션에서는 오디션의 전 과정이 대중에게 노출된다. 즉 가수가 될 기회를 줄 때 ‘얼굴이 좀 되는’ 사람들에 한정시키지 않음을 전 국민에게 공개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던 사람들까지 오디션장으로, 학원으로 모여들었다.
 

 

 

그래서인지 악기상가나 각 지역의 실용음악학원은 학생들로 붐빈다. 실제로 그 열기는 어느 정도인지 느껴보기 위해 3월 14일, 홍익대학교 인근의 한 실용음악학원을 찾아갔다. 오후 5~6시쯤, 홍대 앞에 도착했다. 기타를 등에 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타보다는 손에 사탕과 꽃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학원으로 향하는 길, 홍대 내에서 꽤나 유명한 학원인데 생각보다 작은 골목에 있어 찾기 힘들었다. 초입부터 음악소리, 노랫소리가 많이 들릴 줄 알았는데 이것 역시 예상 밖의 일이다. 취재를 위해 학원 원장님의 허가를 받고 학원 내부를 둘러보았다. 시간대가 일러서 그런지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았다. 드럼, 기타, 베이스, 피아노 수강하고 있는 악기도 가지각색이었다. 한 편에서는 보컬 연습을 하고 있는지, 한 부분을 계속해서 부르고 있었다. 한 두 시간 후면 이제 대학생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과 대입 후 1:1 강습을 받기 위해 추가로 더 레슨을 받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 대학 입학 후에도 추가로 학원을 더 다니는 이유는 학교에서 개인지도를 받지 못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취미반과 전문반으로 나뉘는데 수강생의 비율은 1:2~3 정도로 상대적으로 전문반 학생 수가 많다. 다시 말해 ‘가수’의 꿈을 키우는 학생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꿈을 키워가는 건물만 훑어서 어떻게 이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실제로 가수의 꿈을
가진 한 학생을 만나봤다.


자기소개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태장고등학교 3학년 안미진입니다. 제가 학원 다닌지는 1년 쯤 됐어요. 현재 보컬레슨과 피아노레슨을 함께 받고 있어요. 요즘은 노래는 누구나 잘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어요. 보컬로 입시를 치른다 해도 부차적으로 다른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게 좋아요. 그래서 보컬만 배우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지금 학원을 다니는 것은 당장 눈앞에 있는 대학 입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의 최종 목표인 ‘가수’가 되기 위해서예요. 수원이 집인데요. 수원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여기(홍대)까지 와서 레슨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죠. 보통 레슨은 한 시간 정도고요. 레슨이 없더라도 와서 연습하고 가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온다고 보면 되죠.

피곤하지는 않나요.
힘들긴 한데 재밌어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아요. 학교 끝나고 집에서 쉬고 싶은데 서울까지 올라와서 연습하고 밤늦게 돌아가야 하니까,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그랬죠. 이걸 한다고 해서 반드시 대학에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 합격 뿐만 아니라 가수가 되는 것도 까마득하게 느껴지니까요. 오디션장에 가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있어요. 제가 여기서 이 사람들을 제치고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데, 이건 오디션장에 갈 때마다 이런 생각이 항상 들었어요. 그래도 나는 될 수 있다는 자기암시를 해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모든 것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어요. 주변에서 저를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본인이 그려놓은 가수가 되는 길은 어떤지 궁금해요.
대학을 다니면서 오디션을 치르는 게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길인데요. 대학도 붙기 전에라도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더 좋겠죠. 제가 꼭 TV에 얼굴을 비추는 연예인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물론 연예인을 하면 더 좋겠죠. 하지만 언젠가 노래할 수 있는 공간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거리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사람들 중 하나가 “어, 나 가수 얼굴은 모르겠지만 이 노래 알아.” 이렇게 말해준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오디션을 지원해 본 적이 있나요.
네. 한 3~4번 정도 있어요. 굉장히 떨렸어요. 오디션에 참가하는 자체가 저에게 있어서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후에 피드백이 되거든요. “이런 점은 좋았지만, 이런 점은 나빴다.” 라는 식으로요. 그래서 고쳐나갈 수 있게 되는 거죠. 오디션장에 가면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정말 많아서 세기도 힘들죠. 아마 천 명은 족히 넘을 거예요. 유명한 회사에서 개최 한다고 하면 새벽부터 나와 준비하고 저녁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만큼 열기가 뜨거운 것 같아요. 학원에서 오디션을 열기도 하는 데 학원에서 하면 많으면 서른 명 정도 오는 것 같아요.



최근 들어 가수지망생이 많아 진 것에 대해 학원 원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재능이 있는 친구도 음악 할 여건이 안 돼 많이 포기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음악이 한류다 뭐다 해서 말 그대로 돈벌이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잖아요. 음악 시장이 커진거죠. 그래서 재능 있는 많은 친구들이 음악 시장에 뛰어든다면 자연스레 발전하게 되겠죠.”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사실상 ‘고시’가 따로 없다. 신림동에 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이 모여있다면,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예능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은 오디션장에 모이는 것이다.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딱 한 자리 남은 저곳에 내가 오를 수 있을까라는 까마득함은 신림의 고시생이나 오디션장의 고시생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마냥 절망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곳이 어디든 ‘내가 노래할 작은 공간’은 주어질 것이며 이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대세라고 불리는 가수 아이유도 오디션에서 숱하게 떨어진 끝에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꿈을 이루긴 했지만, 매번 오디션에 떨어질 때마다 자신의 재능을 의심했고, 큰 무대는 바라지도 않으니 내가 노래하기위해서 서 있을 공간이면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고 당시 심정을 회상했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다. 재능은 언젠가 빛을 발하게 되어있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