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7시,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화려한 강남역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반짝이는 네온사인, 거리에 넘쳐 나는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인파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말을 즐기기 위해 거리에 나왔을 것이다. 명동, 신촌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손꼽을 수 있는 강남역. 하지만 일요일 저녁 이 거리를 즐기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분위기에서 유혹을 뒤로 한 채 영어 공부를 위해 학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해커스 어학원, 파고다 어학원, 이익훈 어학원, YBM을 비롯하여 강남역에는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면 유명하다는 영어 학원들이 모두 모여 있다. 1996년 12월 30자 경향신문에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주변이 서울의 새로운 학원 타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경기도에 위치한 각 대학의 지방 캠퍼스로 향하는 버스들이 강남역에서 도착, 출발하고 있고 근처의 테헤란로가 서울의 대표적인 금융타운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5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지금 강남역 영어학원의 풍경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해커스 어학원을 찾아갔다. 강남역 6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자리한 해커스 어학원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쪽에는 안내 데스크가 자리하고 옆쪽에는 ‘소스페소’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커피 전문점이 있다. 커피 전문점 안에서 해커스 어학원의 수강생을 만나볼 수 있었다. 
 

  

토익시험을 위해 ‘일요 집중반’을 수강하고 있다는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이예나(가명)씨는 개포동 집과 가까운 강남에 있는학원을 선택했다. 현재는 강의도 들으면서 강의 후에 학원생들끼리 따로 모여 공부하는 스터디에도 참가하고 있다. 워낙 음식점이나 카페가 즐비하다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뒷풀이를 할 때도 강남은 좋은 장소가 된다. "사실 강남역은 워낙 번화하고 놀기 좋은 곳이라 처음 왔을 때는 학원이 있다는 것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라는 말을 덧붙였다.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인 윤솔씨도 강남에 있는 학원에서 토익공부를 하고 있다. 강남 쪽의 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강사진이나 학원 자체가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취업준비를 한다는 게 공통점이에요. 토익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죠. 사실 토익이라는 게 시험을 위한 영어이고 실생활에는 쓸모가 없는 것 같아요. 학원비도 비싼데 사실 아까운 면도 있어요." 그녀의 이야기에서 뭔가 씁쓸함이 느껴졌다.

기자가 강남역 학원으로 현장취재를 간 의도는 사실 강남역 영어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향유하는 그들의 문화를 찾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커스 어학원 수강생들의 말처럼 강남역에서 영어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만의 문화나 이들로 인해 생겨난 독특한 풍경을 찾기는 사실 쉽지 않았다. 
 

 
 
다만 학원 근처에는 밥집과 술집이 즐비했는데 어학원 수강증을 제시하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정도가 학원가 특유의 독특한 풍경을 보여줄 뿐이었다. 해커스 어학원의 경우에는 카페 아이스베리, 서브웨이 등과 제휴를 맺어, 해커스 수강증을 제시하면 할인헤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모든 것을 끊고 공부에만 매달리는 고시촌과는 달리 학원이 끝나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가는 식도락가들도 많고, 학원에 들어가면서도 한 손에는 커피 전문점의 커피를 들고 잠을 쫒는 학생들이 꽤 보이는 것이 강남역 영어학원 학생들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도 있겠다.

영어에 미친 나라, 대한민국. 대표적인 영어학원가 강남에는 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젊음을 세 자리 숫자 토익점수와 맞바꾸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토익책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