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어른으로 살고 있는 당신은 꽤나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고 있는가?

어른이라는 타이틀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그리고 마음을 꽁꽁 싸매게 만든다. 울고 싶은 일에 쉽게 울어서도 안 되고, 화가 나도 함부로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사소한 일에 투정을 부리는 것도, 엄살을 부리는 것도 모두 어린아이나 하는 행동이지 어른인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어른스럽다’ 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흔히들 말하는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기에 우리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다. 모든 것에 능수능란하지도, 의연하지도, 성숙하지도 못하다.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때도, 새로운 것과 마주할 때도 우리는 금세 서툴 고야 만다.

책은 ‘어른 아이’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지름길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다만 어른이 되기엔 2% 모자라 아직도 아프고, 서툴고, 불안한 너와 나의 모습을 공유하고자 할 뿐이다.





내 이야기이면서도, 내 이야기가 아닌.

저자는 라디오 작가다. 그는 라디오 에세이를 소설과 에세이, 그 어딘가 쯤에 놓인 글 같다며 그가 쓰고 있지만 그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즐기고 있다. 라디오 에세이는 작가가 쓴 글이 DJ의 입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작가의 이야기가 마치 읽는 사람의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더욱 솔직해 질 수 있기에, 아마 라디오 에세이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가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느끼고 있는 나의 감정을 적어 내려가는 것 같다.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많은 감정들, 그리고 인정하기 힘들었던 마음 까지도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 인양 털어놓는다. 내 맘과 같다는 공감의 끈으로 시작한 작가와의 소통이 이내 곧 자신과의 소통이 되어버린다.






내 청춘에게 묻는다.

우리는 언제나 청춘이 끝날까 두려워한다. 지금은 청춘을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곧 끝날 텐데. 혹은 다가오는 생일을 맞이하며 나의 청춘은 이제 끝이 낫다는 생각에 인생이 허무해 지는 순간 또한 그렇다. 이렇게 우리는 청춘을 살아가면서도 청춘의 끝을 두려워하며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은 청춘이란 찬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불안해하며, 무엇이든 조급해 일렁이는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 준다. 다른 모습, 더 나은 모습이 되지 못하여 안달이나 어제와 같은 오늘에 마냥 초조해 하는 우리에게, 어제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제자리를 잘 지켜냈다며 등을 다독여준다. 막연한 위로가 아니다. 자신을 위한 변화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준과 시선에 못 이겨 자꾸만 변화에 목을 매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청춘은 결코 우리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다만 청춘은 단순히 숫자로 매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언제나 청춘을 살고 있음을 말해줄 뿐이다.

왠지 모르겠다. 불안하고 서툰 어른아이로 살아가는 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을 덮을 때 쯤 퍼지는 행복의 느낌은 왜 인지. 그건 어쩌면 내가 어른다운 어른이 아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