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열풍이다. '청춘' 두 글자를 빼놓고 대한민국 문화계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에는 때 아닌 청춘바람이 불고 있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지성의 <스무살 절대 지지않기를>, 강세형의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등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고,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티나 실리그의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책이었다.
인터넷 교보문고 검색결과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청춘’ 이란 단어가 제목에 포함된 도서는 총 63권이었다. 반면 2009년, 2008년은 각각 24권, 23권이 검색되어 대조를 보였다. 최근 출판계에 부는 청춘 열풍을 보여준다.

왜 갑자기 청춘 열풍인가?

20대에게 큰 인기를 모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렇다면, 왜 청춘인가. 출판계의 청춘 열풍은 현 시대와 무관치 않다. 전 세계를 매몰시킨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에서, 20대는 소외되어 왔고, 20대 고유의 가치는 묵살되기 일쑤였다. 매년 봄이 되면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사상 최대라는 취업란은 청춘을 경쟁으로 내몬다. “분노도 열정도 연대도 모르는 20대여, 난 너희를 포기한다” 라는 소위 ‘20대 개새끼론’ 과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김예슬 선언」, 그리고 “김예슬이 고대생이 아니었더라면 한 대학생의 자퇴가 이슈가 될 수 있었을까”를 자조하는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의 시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청춘은 방황한다. 그 방황과 고민은 20대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의 문제가 되기에 이르렀고, 문화계를 휩쓰는 청춘 바람도 위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청춘 열풍은 청춘이 더 이상 청춘답지 못하게 된 사회에 기인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청춘은 출판되나

20대로서, 우리의 담론과 문제의식이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청춘을 다루는 컨텐츠들이 생산됨으로써 우리의 목소리가 전달된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또 사회에게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청춘 열풍은 분명 과장된 측면이 있다. 언젠가부터 청춘이란 단어는, 그리고 그 단어 안에 함축된 우리의 목소리는 마케팅 측면에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트렌드 코리아」를 매년 내놓으며 한국 최고의 트렌드 전문가로 불리는 김난도 교수의 책 제목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트렌드 전문가인 저자와 출판사가 고심해서 지었을 이 책은 5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청춘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보여주었다.  출판계의 청춘열풍은 얼핏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마케팅 논리가 숨어 있다. 그 마케팅의 희생자는 다시 20대이다. 일반적으로 도서의 주 구매층은 30대 여성이다. 그러나 ‘청춘’, 혹은 ‘20대’ 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책들은 다르다. 인터넷서점 리브로에 따르면 대부분의 청춘 도서는 20대가 주 구매층이다. 출판사는 20대를 겨냥하여 마케팅을 벌이고, 20대는 책을 구매함으로써 그들의 ‘마케팅’ 에 희생당한다.

그렇다면 양산되고 있는 이들 청춘 도서의 내용은 어떠한가. 일부 도서를 제외하면 이들 도서는 ‘20대, ○○을 하라’ 류의 자기계발서와, 청춘을 위로하고 응원한다는 에세이류로 나뉜다. 2010년 한 해 동안 ‘청춘’ 이란 제목을 달고 출판된 도서 중 사회과학 도서는 2권, 인문학으로 분류된 도서는 4권에 불과하다.(그나마 이 4권도 인문학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한 마디로, 마케팅의 논리가 ‘청춘’ 담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깊이와 진정성으로 청춘을 대변하는 도서들보다는 이 책이 저 책 같고, 저 책이 이 책 같은 일회용 도서들이 시장을 점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바란다  

우리를 힘내게 할 수 있는 진정한 청춘도서가 출간되기를.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라고 민태원 선생은 그의 글 ‘청춘예찬’에서 말했으되, 우리에게 청춘은 더 이상 설레는 말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20대는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가진 무서운 세대가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청년실업률 1위를 달리는 세대가 되었고, 또 한 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이들은 눈이 너무 높다” 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당분간 청춘들의 아픈 외침은 계속될 것이고, 따라서 청춘 도서 열풍 현상도 계속될 것이다. 2011년 1분기에 ‘청춘’ 제목을 달고 출간된 도서는 총 18권.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11년은 약 70권 정도의 ‘청춘’ 도서가 출간될 것이고, 이는 작년의 63권보다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우리는 바란다. 어차피 청춘이란 키워드가 화두가 되어버린 시대라면, 이왕이면 ‘청춘’ 이 마케팅의 대상이 아닌 성찰의 대상이기를. 책을 팔기 위한 애정이 아닌, 진정으로 20대에 대한 애정과 비판적 지지가 가득한 책이 출간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