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부터 S세대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졌던 20대(이전 기사 : ‘20대 세대론, 20대는 그 동안 뭐라고 불려왔을까’- http://goham20.com/711). 과연 20대는 이러한 세대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세 가지 질문을 가지고 6명의 20대에게 개별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대를 부르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다. 88만원 세대, G세대, P세대, S세대 등. 이런 말이 실제로 20대에게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2. 보통 이런 말은 언론을 통해 만들어진 후 퍼진다. 언론이 세대론을 이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3. 20대 세대론이 가져오는 역기능, 순기능에는 무엇이 있을까?


20대 세대론 체감도는 반반

 
3명은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른 3명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인터뷰 참가자 장인범(24) 씨는 “쉽게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말이 대부분이다. 주위에서도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이슈를 만들기 위해 20대를 억지로 끼워맞추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송영옥(23) 씨 역시 영향력을 잘 체감하지 못하겠다며 “무슨 세대라고 하는 것이 20대의 동의 아래에서 나온 것인지, 20대를 정말 잘 아는 집단이 만든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20대가 다양한 사고와 성장배경을 바탕으로 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계층이기에, 20대를 규정하는 특정 단어들이 그들을 모두 끌어안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오영지(가명, 25) 씨는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게 만드는 데 일정 정도 기여한다고 본다. 다수의 20대가 본인을 88만원 세대라고 여기며, 혹은 88만원 세대로 살고 있다.”며 20대 세대론이 피부로 와닿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서로 간 공감대 형성도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조어가 나오면 자연스레 관심의 대상이 되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허일(23) 씨는 “현실이 각박하다 보니 신조어가 생기면 그에 쉽게 동요되고, 그 말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 와중에 20대 사이에서 또 새로운 용어가 생기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세대론 이끄는 언론엔 다양한 반응

(혹시 답변에 치우침이 있을까 우려되어 언론 이외에도 기업, 광고회사, 정치권 등이 이러한 말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었다. 다만 이번 기사에서는 언론의 역할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질문을 만들었다.)

 
‘~세대’를 만들어 내는 데 언론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전제에 대해서 대부분 공감했다. 그러나 언론이 왜 이러한 세대론을 탄생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폭넓은 의견이 나왔다. ‘20대를 통제 범위 안에 두기 위해’라는 답을 말한 2명 이외에는 저마다 다른 의견이었다. 20대 통제범위 편입을 주장한 우수정(가명, 22) 씨는 “언론사 쪽에서 20대를 자신들의 통제 범위 안에 두고자 함이 아닐까? 예를 들어 ‘~세대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는 주로 자극적인 보도로 해당 세대에게 불필요할 정도로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김효정(24) 씨는 세대를 정의하는 이런 움직임이 20대를 설명하기 쉽게 하려는 데 있다고 보았다. 그녀는 “보통 세대론을 다룬 기사는 20대에게 당신은 지금 이런 세대에 속해 있고 특징은 어떻고 문제점은 무엇이다, 라고 규정한다. 이런 기사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도 용이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인지비용 감소’의 측면을 지적한 유사 의견도 있었다. 송영옥(23) 씨는 “언론 보도를 보는 독자에게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한 세대를 정의하는 것은 무척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 역할을 언론이 대신함으로써 독자가 어떤 개념을 조사하거나 인지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언론의 여러 가지 역할 중 한 가지 정도인 듯하다.”고 했다. 기타 ‘흥미로운 이슈 생산’, ‘대중 선동을 위한 언론 플레이’ 등의 답이 있었고 “언론이 별명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나 언론과의 직접적인 연결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출처 : http://micimpact.com/attach/7/9315306071.jpg



20대 세대론 이후, 순기능<역기능

 
20대 세대론의 결과로 여러 가지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떤 단어가 히트하면 20대를 한데 묶기 좋은 단어로 널리 쓰이게 되고, 그 흐름을 타 새로운 용어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특정 세대를 정의하는 공통된 개념을 갖게 하는 등 사람들의 의식을 파고드는 역할도 수행한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이러한 세대론 이후 나타나는 징후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이 더 우세했다. 

 오영지(가명, 25) 씨는 “현재 20대는 어떠하다는 고정관념, 편견을 갖게 한다는 점이 역기능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우수정(가명, 22) 씨는 순기능은 딱히 없는 것 같다며 “다양한 개성이 존재해 사실상 간편하게 묶기 힘든 집단을 무리해서 하나로 묶으려고 한다. 개인 반발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장인범(24) 씨 역시 순기능이 있는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대학생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개념들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 나도 이래야 하는 건가’ 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도 있다.”며 역기능에 대해 이야기했고, 정작 20대도 쓰지 않는 말을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 나왔던 다양한 말들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이 ‘88만원 세대’라는 점 때문에, 20대 세대론이 부정적으로 흘렀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효정(24) 씨는 20대 세대론을 ‘불편한 진실’로, 허일(23) 씨는 ‘현실도피의 원인’으로 규정했고, 송영옥(23) 씨는 ‘모두에게 좋은 말은 없다’며 “내가 속한 20대의 다양한 ‘~세대’ 속에서 긍정적인 말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20대 세대론이 주는 순기능으로는 ‘현실감각을 길러준다’고 답한 의견이 중복되었다. 김효정(24) 씨는 “20대에게 내려지는 정의를 통해 20대 스스로 자신의 상황과 구조 등을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했고 오영지(가명, 25) 씨도 현실 파악에 도움이 된다고 동의했다. 송영옥(23) 씨는 2번 질문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자의 인지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을 순기능으로 들었다. 허일(23) 씨는 ‘주어진 환경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제공한다’, ‘세대 간 공감과 융합을 이끌어낸다’ 등의 의견을 밝혔으나 순기능이 썩 크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0대 세대론을 다루며 느꼈던 것은, 현재 일어나는 20대 세대론에 대한 시각의 세대 간 차이가 의외로 작다는 것이었다. 규정되고 명명되는 20대는 이러한 세대론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 비교적 많이 고민하고 있었고, 그 아래에 깔린 의도들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본인의 주장을 밝혔다. 20대 세대론이 지니는 장점과 한계 모두를 짚으면서 20대를 향한 긍정적인 담론은 오히려 기대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는 20대 세대론이 무용하지 않으며 세대를 분석하는 적절한 틀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날카로운 분석만큼 중요한 것은 '해당 세대의 공감'이다. 세대론을 만들어 내는 대중매체, 정치인, 기업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한 이름 붙이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20대의 '공감 얻기'에 더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