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4,450원짜리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하루에 열 시간씩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5만원이 조금 못되는 돈을 벌 수 있다. 일주일에 5일 일한다고 가정하면 약 25만원, 이렇게 셈하면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의 돈이 계산된다. 


방학 동안 풀타임 알바를 해서 100만 원 정도의 돈을 벌어본 적이 있는지? 다행히 집에 여유가 있다면 사고 싶은 노트북이나 디카를 장만 하는 수준일 것이고 집안 사정이 어렵다면 학비는 안 되겠고 다음 학기 용돈에 보태는 정도로 써야 할 것이다.

 


시급 4,450원, 이 금액은 지난 2월 홍익대 청소노동자 어머님들이 49간의 농성으로 이루어낸 성과이다. 홍익대 노동자들의 파업은 성과를 이루어 냈고, 연대 이대 동국대등을 비롯하여 다른 학교 노동자들에게도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해 주었으며 파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일부분 개선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부모님에게 용돈을 타는 대학생에게도 필요한 물건을 다 사기에 모자란 한 달에 100만원이라는 금액이 어떤 가정에는 가족들의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금액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더 충격적인 사실을 언급하자면 이것은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단언컨대, 아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이 열악한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이외의 고용형태를 말하며,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등 고용이 불안정하고, 고용환경이나 퇴직금등의 복지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5월 2일에는 각 신문사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가 증가하여 지난해 2009년보다 7.4%늘은 4만 명에 육박하였다는 기사가 나왔다.


한국철도공사, 코오롱, 이랜드, 기륭전자, 동희오토, 현대자동차, GM대우. 이제까지 비정규직 문제로 노동쟁의가 일어난 기업의 목록이다. 여기에 홍익대로 시작되어 최근 동국대에 이른 청소노동자들의 파업까지.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고 이제 노동자가 될 대학생들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자신은 피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토익공부 좀 더 열심히 하면, 조금 더 스펙 쌓으면, 학점 잘 따면 나는 피할 수 있겠지.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되겠지.

 


조금만 더 현실을 현실적으로 바라보자. 일부의 대학생들은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것. 이상을 추구하느니 현실적으로 내 공부를 더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원자의 ?%만이 갈 수 있다는 회사에 가기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이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원한 회사에 줄줄이 떨어져 낙담한 대학생들. 더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에 다녀야 하지만 어렵게 돈을 버시는 부모님께 이젠 학원비도 눈치가 보인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목숨 거는 대학생들.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해보지만 육체적 피로가 심하고 공부를 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도 힘들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째 취업 재수를 하고 있는 그들. 이제는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지 싶다. 결국 원하는 회사에 갈 수 없었던 이들. 이들의 탈출구는 무엇이던가? 기피했던 비정규직 직원이 되어서 라도 돈을 벌어야 할 수 밖에 없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스펙을 쌓으며 열심히 노력했지만 꿈은 산산이 깨어진다.  


비정규직 문제는 생각보다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비정규직이 될 확률은 몇 퍼센트인가. 그 나머지 몇 퍼센트를 꿈꾸는 당신. 사실 너무 이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