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디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가. 자신의 어느 부분까지 인정할 수 있는가. 우리는 매일 같이 내 안의 불편한 감정들과 마주한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 불편한 감정들은 살면서 점점 무디게 되고 익숙해져 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무뎌지지 않는 감정들이 있다. 바로 자격지심과 그로 인한 열등감이다.


자격지심은 사전적으로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자신을 미흡하게 여기고 깎아내리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스스로 초라하고 한심하게 생각한다. 열등감은 이와 달리 누군가와 지신을 비교해 생기는 감정이다. 즉 감정을 만드는 제 3자가 있다는 말이다. 열등감은 다른 사람에 비해 자신이 뒤떨어졌다거나 자기에게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만성적인 감정 또는 의식이다. 즉 이 두 감정은 제3의 인물의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겠다. 하지만 자신이 꿈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생기는 마음의 병이라는 점과 자신의 부족한 점으로 인해 스스로를 채찍질 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러한 감정은 그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불청객'이 되어 우리를 불쾌하게 만든다. 내 안의 불청객이 되어버린 셈이다.






내가, 내가 아닌 너이고 싶은.



“ 그 아일 따라가려고, 쫒아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내가 너무 싫어요. 매 순간 정원이랑 나를 비교하면서 비참해 지는 내가 너무 싫어요. 마음이 지옥 같아요. 정원이를 보고 있으면 제가 형편없는 불량품 같다고요.”


이는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대사이다. 대사를 외치는 극 중의 악녀 ‘황금란’은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휩싸여 괴로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 금란의 악한 행동은 여느 드라마의 악녀와 별 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많은 시청자들은 금란의 못된 행동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금란을 진심으로 미워할 수 없다고 말한다. 더욱이 금란을 이해할 수 있으며, 금란이 ‘진짜 악녀’는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이는 즉 금란의 대사와 행동으로 그녀의 내면 숨겨져 있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열등감에 시달릴 때면 금란과 같이 자신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꿈꾸곤 한다. ‘내가 저 사람일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할 텐데, 내가 저 사람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하염없이 떨어뜨린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격지심이 이내 자곡지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상대를 부러워하며 질투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을 고깝게 여기고 삐딱하게 보는 마음을 갖게 된다.






자격지심, 관계의 중심에 서다.


자격지심이 있으면 아무도 나쁘게 말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가 오해를 해서 괴롭게 된다. 타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의로 자신의 자격지심을 건드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와 자격지심은 가까운 사람마저 멀어지게 만든다.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의 시선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상대의 말 한마디에 자신을 진심으로 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결국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즉 타인의 진심조차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격지심과 열등감은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계를 맺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상대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도 꽤 찾아 볼 수 있다. 공부를 많이 했지만 가난한 사람이, 공부는 덜 했지만 재력이 뒷받침 되는 사람을 만나는 식이다. 또는 외모는 뛰어나지만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사람이 외모가 잘나지 못했어도 소위 빵빵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한 예가 되겠다. 이렇듯 관계의 중심에 서 있는 자격지심은 결국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관계의 덫’이 되고야 만다.



자격지심, 그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


심리학자 아들러에 의하면 우리는 부족함을 느껴야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즉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오히려 자기 계발과 자아 발전의 계기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등감이 성공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해도 열등감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열등감은 성공의 근원입니다.” “열등감을 극복하세요.” 와 같은 이야기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흔히 듣고 있지만, 사실 수시로 밀려드는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무슨 수로 버릴 수 있단 말인가.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지 않는 한, 뚱뚱한 사람이 날씬한 사람이 되지 않는 이상 완전히 열등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열등감은 공평하다. 나 혼자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란 말이다. 내게 열등감을 느끼게 해준 그 상대도, 또 다른 누군가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누구에게나 말 못할 열등감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조금은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열등감이 '불청객'이 아닌 '환영객'이 될 수는 없을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