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캐럴 미군 기지의 고엽제 매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밥을 먹다가 앵커 목소리에 문득 ‘고엽제? 익숙한 단어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현대사 시간에 베트남 전쟁 당시 선생님이 짧게 설명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났다. 고엽제는 베트남 전쟁 당시 정글에서 은신하며 활동하던 게릴라군 을 공격하기 위해 대량으로 뿌린 수풀 제거용 약품이었다. 고엽제는 기형아 출산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약품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위험한 약품인 고엽제가 우리나라에 매몰되어 있다는 소식에 앵커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화면을 응시하였다.

고엽제 매몰 의혹 사건의 발단

발단은 미 애리조나 주 주 지역TV방송인 ‘CBS5’의 탐사보도를 통해 시작 되었다. 미 퇴역군인이 33년 전인 1978년 경북 칠곡에 있는 미군 기지인 캠프 캐럴에 맹독성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를 250드럼 매립했다고 주장한 것을 보도했다. 보도를 계기로 고엽제 매립 의혹이 불거지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주장이 나왔다. 캠프 캐럴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직원이 “고엽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주한미군이 뭔가 나쁜 물질을 매립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여러 차례 들었다.”고 주장했다. 고엽제 매몰 주장이 잇따르면서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고엽제 매립, 얼마나 위험한가?

1978년 묻힌 뒤 33년이 지나면서 드럼통이 부식돼 내용물이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매몰 의혹지인 캠프 캐럴은 낙동강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위치해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주민들의 체내에 축척되어 있을 수 있다. 또한 매몰지에 아무런 보호조치가 없다면 지하수로 흘러들어 갔을 수 있다. 지하수가 농경지로 흘러들었을 경우 오염된 농작물을 먹은 사람의 몸 안에 다이옥신(고엽제의 성분)이 축적된다. 다이옥신은 물에 녹지 않고 지방에 흡착돼 인체와 환경에 오래도록 잔류하고 잘 분해되지 않아 대대로 피해를 끼친다. 고엽제 피해자의 2세들은 말초신경병, 하지마비 등에 시달리게 된다. 이처럼 고엽제가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환경부는 사전답사를 통해 주민들의 체내 다이옥신 농도를 측정하기로 하였다. 고엽제 매몰과 누출 여부를 구명하기 위한 발굴 조사가 절실한 실정이다.

 ‘캠프 캐럴’ 조사 현장

“조금이라도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면 우선 안전 조치부터 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환경단체 관계자)
 “지하수가 위험하다면 식수로 쓰는 미군들부터 이 물을 못 먹게 하겠죠. 엄밀한 조사를 한 뒤 조처하겠습니다.”(미군 사령관)
 23일 환경부와 환경단체로 구성된 민관공동조사단은 캠프 캐럴 기지를 방문하여 매몰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라고 주장하였다. 관심의 초점이 된 곳은 매립 의혹이 제기된 헬기장 주변이었다. 헬기장에 고엽제를 묻었는지, 어떠한 작업이 진행됐는지, 어떻게 관리됐는지 등 질문이 쏟아졌다. 가장 큰 의혹은 고엽제 매몰로 인해 헬기장의 고도가 높아진 것이 아닌가에 대해서 이었다. 그러나 미군 기지관리사령관은 “헬기장은 통상적으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장애물이 없는 곳에 짓는다.”며 고엽제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26일 경북 칠곡 ‘캠프 캐럴’에서 발견된 고엽제의 발암물질이 인천 부평 ‘캠프 마켓’ 미군기지에서도 검출되었다. 고엽제 매몰 의혹이 커지자 27일 고엽제 매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한미 공동조사단이 꾸려졌다. 한미 공동조사단은 지표 투과 레이더를 이용해 고엽제가 묻힌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계획이다. 또한 캠프 캐럴 기지 반경 2km 안에 있는 지하수를 조사하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다른 미군 기지들에 대해서의 조사여부는 검토 중이다.

정부, SOFA 개정 검토

미군 기지 내 고엽제 매립 의혹이 커지면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 보완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엽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현행 SOFA에 미비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을 경우 보완하거나 고칠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엽제 부분에 대해 가장 필요한 것은 사실관계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측이 협력을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하였다.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엽제 매립 사태의 끝은 정밀하고 정직하게

환경부는 ‘캠프 캐럴’ 왜관 지역의 다이옥신 농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발표하여 국민들을 안정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한·미 합동조사단의 첫 조사를 앞두고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미 퇴역 군인들의 주장, 국내 군인들의 주장이 이어 나오면서 고엽제에 대한 불안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토양과 하천의 조사 결과를 볼 때 아직 낙동강 쪽으로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정부와 환경부는 미군기지 뿐만 아니라 과거에 미군기지가 운영되었던 지역과 현재도 운영하고 있는 미군기지 주변지역 등을 보다 정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 또한 SOFA를 벗어나서 한국 측이 주도적인 조사권을 잡아 결과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