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http://www.kipu.or.kr/)


고려 대학교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받고 있다. 고려대학교뿐만 아니라 한국외대, 한남대, 동국대, 대진대 등 다수의 학교들이 동일한 상황에 처했다. 각 학교들이 2년 이상 고용자의 정규직 전환을 규정한 정규직법을 이유를 들어 4학기 이상 강의한 시간강사를 대상으로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해고된 시간강사들은 박사 학위가 없는 이들로, 박사학위 소유자는 전문가로 분류돼 비정규직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해고사태는 강의를 개설하고 학생까지 모집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해했다고도 볼 수 있다. 고려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고대강사 75명 해고된거 관련해서 정말 학습권 침해일까요??”라는 문제제기에 한 학생이 “학생들은 일단 강사나 과목 커리큘럼을 보고 수강신청을 했고 이것이 학교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되었다면 학습권 침해가 명백하다고 생각합니다.”(닉네임 ‘잘못했어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대학별 시간강사 해촉 현황' 자료를 보면, 이날까지 전국 112개 대학에서 해고된 대학 시간강사의 수는 모두 1219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슈가 되었던 부산대 등의 대량해고는 학내 반발로 전원 철회되었으나 고려대는 이전 88명에서 13명 감소한 75명이 해고되었다. 특히, 한남대는 195명을 해고하고 한대는 124명을 해고하는 등 사립대에서 대폭적인 해고 움직임을 보였다. 이 날 집계된 사립대의 시간강사 해고 인원은 총 1208명이다.


 

(출처:재민의 포토앨범 http://imagebingo.naver.com/album/image_view.htm?uid=lijaemin&bno=39699&nid=10479 )

고려대 정문 앞에는 일인시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8월 중순부터 계속되었던 일인시위는 현재 월요일에는 김영곤 교수가 나서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학생들이 나서서 하고 있다. 10일 오후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는 고려대 안암캠퍼스 정경대 건물 주변으로 갔으나 점심시간 즈음이어서인지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단지, 하루 앞둔 고연전 준비로 들뜬 학생들이 오고 갈 뿐이었다.

오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이번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H양(심리학과. 여)은 “마치 학교가 이익단체의 대변인같이 변질되는 것 같다”며 “배움의 장이라는 학교가 배움을 실천하고 있던 한 사람을 그렇게 무방비상태로 내몰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퍼지고 있는 이익을 앞세우는 개발 지향적 정책들이 대학 고유의 교육적 역할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또 다른 H양(서어서문학과, 여)은 “내가 들었던 강사님은 의욕도 넘치고 잘 가르치셨다. (강의평가 점수를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면) 강의평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강의 질이 낮을 것이라 판단하는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4일 학교 측과의 면담에서 학교 측은 “박사학위를 따지 못해 강의 질이 낮은 강사들을 해고한 것은 당연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K군(행정학과, 남)은 “이런 풍토 속에서 누가 얼마나 대학원을 가고, 학문을 위해서 자기 노력을 바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시간강사의 처우문제 개선이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K군(법학과, 남) 또한 “법을 제정하라고 의회에 요구한다던가 그런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법적 제도라든가 계약 시 어떤 조항을 넣을 수 있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K양(언론학부, 여)은 “원래 비정규직으로 계약한 거니 학교의 해고 통보는 이미 예견되었던 게 아니냐”며 비정규직의 구조적 문제와 이번 해고 문제는 논점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번 사태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데에는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K군은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 처리로 이미 수강신청을 다 했던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못했다”며 엄연한 학습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자신도 수업 하나를 신청했다가 갑작스럽게 폐강되는 바람에 수강신청에 혼선이 빚어졌다고. H양 또한 “갑자기 교수님들이 바뀌는 바람에 다른 수업 교수들도 바뀌는 등 수강신청에 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건 명백한 학습권 침해다.”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서 안타깝지만 원론적으로 이 일이 잘못된 것임은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우리가 나서서 변하는 것은 없다’며 학습권 쟁취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시간강사 분들은 ‘한 번 찍히면 평생 교단에 설 수 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적극적인 항의를 못하는 실정이다. 비정규 교수의 처우문제는 몇 년전부터 대두되어 온 이슈이다. 그러나 다른 비정규직 문제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또한,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의지 없이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 전환을 맞아 정부가 우려했던 비정규직 대량해고사태가 대학가에서 먼저 일어난 것은 아닌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