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가 너무 비싸 도서 값도 비싸 독서를 할 수가 없어.
서점 할인 혜택 없어 앉을 자리 없어 인터넷 뭔가 부족해.
다 알려주겠어 다 말해주겠어 새로운 세상 헌책방 가봐.
싼 책이 있어 커피도 있어 문화가 있어 나에게 말해줘.
용돈 없는 신입생 알바 하는 고학생 계절 듣는 복학생 모두 모여 헌책방( X2)
헌책방 프리덤 저렴한 가격 (오오오)
헌책방 프리덤 문화가 가득한 그 곳
헌책방 프리덤       
                            

2년간 군대에 있다 바깥에 나오니, 모든 게 다 올라 있었다. 등록금도, 밥값도, 방값도, 그리고 책값도. (아, 최저임금도 오르긴 올랐더라. 300원.) 어지간한 대학 교재는 3만원을 훌쩍 넘겨버리고, 대학 교재는 할인도 잘 되지 않는다. 계절학기를 신청했더니 교재값만 5만원이 넘게 들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12시간을 뼈 빠지게 일해야 겨우 교재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수업은 ppt 로 이루어져, 아마 내가 이 책을 읽을 시간은 12시간이 안 될텐데, 5만원을 내고 책을 사야 한다. 두 과목에 5만원이 넘게 들었으니, 여섯 과목을 듣게 될 다음 학기가 걱정됐다. 혹시나 하여 헌책방을 찾아봤다. 그 곳은, 별천지였다.

전통의 헌책방

나는 '헌책방'이다 라고 말하는 듯한 저 포스를 보라.

신촌역 1번 출구를 나오면, 으리으리한 백화점이 있다. 서있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백화점에서 나오는 냉기에 잠시 땀을 식힐 수 있었다. 1번 출구를 나와 걷기 시작한다. 길가의 건물은 차츰차츰 낮아졌다. 그리고 파는 물건도 소박해진다. 현대백화점에서 KFC로, KFC에서 만 원짜리 가방을 파는 로드샵으로. 10분 쯤 걸었을까, 소박해질 데로 소박해진 상점들 가운데에 공씨책방이 서 있었다.

공씨책방은 헌책방이다. 초록색 간판에 흰 글씨로 공씨책방, 네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헌책방답게, 입구 앞에는 오래된 책들이 대중없이 쌓여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수많은 책들로 시야가 막혔다. 착각이었겠지만, 은은한 책향(冊香)마저 나는 것 같았다.

책천지였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땅에 쌓여 있는 책, 묶여 있는 책 등 시선 닿는 곳마다 책이 있었다. 물론 대략적인 분류를 거쳤겠지만, 초보자가 책을 찾기에는 어려운 구조였다. 그럼에도 책을 찾는 재미는 쏠쏠했다. 심심치 않게 신경숙이나 은희경, 김훈 등 인기 작가들의 책이 엿보였고,『아버지』,『가시고기』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또 대학 교재류가 무첫 많아서 차라리 없는 걸 찾는 게 빠르겠다 싶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헌책방이 그렇듯 공씨책방 역시 책의 마지막 장에 숫자로 가격을 표시하고 있었다. 3이 적혀 있으면 삼천원이고, 4.5가 적혀 있으면 사천오백원이리라. 책을 둘러보다보니 저편에 내가 어제 산 교재가 엿보인다. 원가보다 2만원을 싸게 팔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헌책방

2만원을 손해봤다는 생각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다시 신촌역으로 돌아갔다. 2호선을 타고 을지로입구역에서 내린다. 을지로입구역 4번, 5번 출구 사이로 걸어가면 대형서점 ‘북스리브로’ 가 있다. 서점 한 켠에, U-book 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리브로가 운영하는 중고서점이다. 대형서점이 운영하는 헌책방답게, 깔끔했다. 매장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테이블엔 인기 도서를 모아놓은 코너가 있었고, 그 오른편엔 최신 경제서적이 쌓여 있었다. 도서들도 소설, 비소설, 인문, 사회, 경제 및 자기계발 등으로 비교적 잘 분류되어 있었다. 인기 도서를 모아놓은 테이블을 슬쩍 보니 놀랍게도 지금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흠집하나 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격은 반값. 그 이외에도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브리다』등 최신인기서적이 많았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헌책방이 주는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저 끝에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보인다. 책의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장서는 공씨책방보다 부족했지만 유북에서 파는 도서들은 대부분 B급 이상의 상태였다. 심지어는 책 안에, 책을 구입할 때 들어있는 광고지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책장 정리 상태 또한 훌륭해, 헌책방을 처음 찾는 이에게 적합할 것 같았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새 책 같은 헌책들은, 헌책방은 고색창연하다는 편견을 멋지게 날려버린다. 또 대형서점에서 운영하는 만큼 헌책을 구매해도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우리 시대, 변해가는 헌책방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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