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에서는 마법사 사이에서 태어나는 순혈 마법사, 마법사와 머글 사이에서 태어나는 혼혈 마법사, 머글 사이에서 태어나는 마법사 잡종, 마지막으로 머글, 이렇게 4가지로 인종이 구별된다. 이 세계에서 순혈 마법사는 잡종을 무시하고, 같은 마법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머글들도 머글 사이에 낀 마법사들을 싫어하며 배척한다. 이러한 차별이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인종이나 민족이 혈통이 다른 양친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배척하고 같은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혼혈인. 그들의 현재
 
“나는 비록 한국인들과 외양은 다를지 몰라도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입니다.”
 
혼혈인도 한국인과 같이 주민등록증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행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혼혈인을 외부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최모양은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저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것을 느껴요. 전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일본인 혼혈이라는 것을 밝히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요.”라고 말했다. “대놓고 놀리지는 않아요. 다만 혼혈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시선이 좀 차가워져요. 생각해보면 직접적으로 차별을 받은 것 보단 간접적으로 받은 차별이 더 많았던 거 같아요. 이 나라 안에 살고 있는데도 속해있다는 느낌보다는 겉돌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저는 혼혈인이로서는 편하게 산 편이죠. 외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인과 똑같으니까요. 근데 서양인과 동양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외관부터 다르잖아요. 사람들은 그들을 처음부터 한국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보지 않아요. 특히 흑인과 결혼한 2세를 보는 차별은 상상을 초월해요. 제 친구는 아버지께서 흑인이셨어요. 어머니는 한국 분이셨고요. 그 아이는 학교에 가도 피부색이 다르니까 친구들이 많이 놀리고 심지어 같이 있으면 불결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대요.”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혼혈인들은 혼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났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들이 피부로 느끼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단일민족국가였다.

우리가 혼혈인을 배척하는 이유
 
단순히 순수한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혼혈인을 배척하는 것이라 말하기에는 2% 부족하다. 우리가 혼혈인을 배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교육의 결과이다. 이미 윤리 책이나 국사 교과서에서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 국가이다.’ 또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단일민족국가의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라는 구절은 사라졌다. 하지만 과거에 단일민족국가라고 교육받았던 세대들은 '우리는 같은 혈통이다, 단군의 자손이다.'라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이기 때문에 혼혈인은 우리 민족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심화되어, 혼혈인들 때문에 단일민족국가인 우리나라가 순수성을 잃는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번 박힌 인식은 쉽게 바뀌기 힘들다. 그렇게 잘못 박힌 인식 때문에 그들은 혼혈인을 같은 민족으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나라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그들을 향한 약간의 배려

근본적으로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다. 다문화 가정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때문에 혼혈인 또한 순수혈통 한국인처럼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다문화 가정 체험이나 다문화 가정 관련 프로그램을 열어 서로간의 화합을 이끌어내면 혼혈인들에 대한 곱지 않던 인식은 점차 옅어질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은 겉에서 맴돌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한발자국만 다가가서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변할 것이다. 이제는 폐쇄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문화 사회로 나가기위한 성숙한 시민의식과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