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느 곳에서나 조직 내에서 남들과는 다른 행동과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소수자,왕따 혹은 아웃사이더라고 불린다. 고함20에서는 이번 기획을 통해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세상의 아웃사이더' 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집단주의,획일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웃사이더들. 피쳐폰 사용자, 성소수자, 혼혈인 등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차이와 다양성을 이해하는 한국 사회가 오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출시는 그의 인생 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주변 음식점을 손쉽게 찾아볼 수 도 있고,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영화표도 예매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출시를 통해 더 큰 변화를 경험한 것은 피쳐폰 사용자들이다. 지금껏 잘 사용해 왔던 핸드폰이 고물 취급을 받게 되면서 친구들의 연락도 뜸해지고 게시판을 통해 교내정보를 확인하기도 어려워졌다. 더 나은 편의를 제공하는 기기의 등장으로 지금껏 누리던 편의에서 조금씩 소외되기 시작한 것이다.

SNS 주변인

스마트폰이란 운영체제(이하 OS)가 설치되어 어플리케이션을 실행 가능한 핸드폰을 말한다. OS는 기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어하는 프로그램인데 스마트폰의 경우 컴퓨터와 달리 기기에 따른 전용 OS를 사용한다. 하지만 OS가 설치되었다 한들 모두 스마트폰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옴니아2’의 경우 ‘윈도우 모바일’이라는 OS가 설치되었음에도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기기적인 결함을 제외하고서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스마트폰에 대해 정의를 내려 보자면 SNS를 이용가능한 핸드폰이라 할 수 있겠다. 반면에 문자서비스(SMS)를 이용해야 친구에게 연락 할 수 있다면 피쳐폰인 것이다. 피쳐폰 또한 스마트폰과 문자를 이용하여 충분히 소통 할 수 있지만 스마트한 그들의 답장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더뎌진다. 여기서 스마트폰 이용자와 피쳐폰 이용자 간의 소통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피쳐폰 이용자는 커뮤니케이션의 주변을 맴돌게 된다.

울리지 않는 전화기

거의 모든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무료 문자를 200~300건 정도만 제공한다. 따라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주로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게 되는데, 신통방통한 스마트폰도 할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피쳐폰 사용자와의 스마트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때문에 피쳐폰 이용자는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뜸해지고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PC를 통해 이용하던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의 SNS서비스도 스마트폰으로 이용가능하게 되면서, 집으로 돌아온 피쳐폰 사용자는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온 친구들의 포스팅과 댓글 속에서 점점 소외된다. 어느 샌가 자주 가던 분식점에서 조차 이벤트 정보를 ‘트위터’를 통해 제공하면서 하나씩 얹어주던 서비스 김말이도 얻어먹지 못하게 되었다. 

왜 넌 아직도 스마트폰이 아니야?

걸면 걸리는 걸리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순식간에 1500만을 넘어섰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5천 200만인 것을 감안하면 약 1/3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셈이다. 특히 20대의 스마트폰 가입률은 매우 높아 이제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친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때문에 이제 대학 내 대부분의 모임도 SNS를 통해 공지하고 연락하며, 피쳐폰 이용자에게는 문자로 따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모임 밖에서 피쳐폰 이용자의 목소리는 작아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계속 피쳐폰을 사용하는 걸까? 과 학생회에서 활동하는 김지혜(가명)씨는 피쳐폰을 사용하는 이유로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23년간 스마트폰 없이 잘 살아 왔고, 지금도 필요한 연락은 이걸로도(피쳐폰) 다 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 중 저에게 필요한 기능도 딱히 모르겠고요.”

금전적 부담 또한 피쳐폰을 이용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4학년에 재학 중인 노민우(가명)씨는 스마트폰의 요금제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이야기한다. “한 달에 30만 원 정도를 용돈으로 쓰는데, 그중 통신비로 2만원 조금 넘게 쓰고 있어요. 그런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5~6만 원 정도가 통신비로 나간다고 하니 부담스러워서 못쓰겠어요.”

이외에도 ‘011, 016등의 전화번호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 좋은 스마트폰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어서’ 등이 피쳐폰을 고수하는 이유로 꼽혔다.

소외받는 소수

피쳐폰사용자가 소통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데 에 있다. 스피치스터디에 매주 참석하는 김가연(가명)씨는 자신을 제외한 팀원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어 매번 미안함을 느낀다. “저한테만 별도로 신경을 써야하니 미안하죠. 저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은데 아직 약정이 남아있어서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선택한 스마트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피쳐폰 사용자가 남에게 불편을 주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피쳐폰 이용자에게 “너 스마트폰 안 쓸 거야?”라고 물으면 대부분 머쓱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새 주류가 되어버린 스마트폰과 이것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SNS. 하지만 피쳐폰 유저에 대한 배려 또한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이다. 소통의 방법이 변했다 한들 그것이 친구사이를 멀어지게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오늘 피쳐폰을 사용하는 친구들에게 문자를 한통씩 보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