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가 쏘는 화살 하나하나가 날아와 박힌다. '죽이기 위해' 쏘는 활이 아닌, '구하기 위해' 쏘는 활. <최종병기 활>을 관람하고 집에 돌아오는 마음에는 그가 쏘는 활과, 그 눈빛, 그리고 그 눈빛에 담긴 '쏘는 자의 진심'이 남는다. 올 여름 유일의 최종 병기 액션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았다.

병자호란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는 <최종병기 활>은 인질로 잡혀간 여동생 자인(문채원)을 구하기 위해 적군을 추적하는 신궁 남이(박해일)와 청나라 장군 쥬신타(류승룡)의 대결구도로 이루어진다. 남이는 동생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쥬신타의 군사들을 죽이고, 결국 청나라 왕자까지도 살해하고 만다. 쥬신타는 자신이 꼭 지켜야만 하는 왕자를 남이가 죽이자 잔인한 복수를 위해 남이를 쫓고, 두 주인공은 활 대 활로 정면 대결하게 된다.


그야말로 최종병기, 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활'에 집중한다. 기다랗고 날카로운, 날렵한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 영화는 그야말로 '잘 빠졌다'. 화살을 활에 메운다. 당긴다. 눈으로 목표물을 훑는다. 시위를 쥔 손을 살짝 비튼다. 3초의 정적이 흐른다. 화살이 날아가 박힌다. 목표물을 훑는 눈, 그리고 쏘기 전 3초만으로 보는 이는 긴장하고, 날아가 박혔을 때 미세하게 흔들리는 깃에서 통쾌함을 얻는다. 활은 손만 놀리면 몇 번이고 쏘거나 찌를 수 있는 총이나 칼이 아니다. 그래서 활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는 '진중함'이라는, 대중영화로서는 쉽지 않은 매력까지 보인다.

그렇다고 활이 단순히 공격 도구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남이가 말했듯 그의 활은 '죽이기 위한' 활이 아니다. 활은 주인공 남이와 함께 여동생 자인을 '구하기 위해' 북쪽으로 끊임없이 내달린다. 그래서 그가 쏘는 화살은 궁지에 몰릴 때까지도 쉽게 적을 죽이지 않는다. 나의 친구를 죽인 화살을 뽑아, 나를 향해 날아온 화살을 뽑아 적을 겨냥하는 것은 화살을 쏘는 자에게 있어서는 절실함이자 절박함이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뿐 아니라 주인공의 적, 쥬신타에게도 그 절실함이 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 그러니까 남이에게는 여동생, 쥬신타에게는 왕자를 지켜야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절실하고도 절박한 마음은 활을 쏘기 전 3초의 신중함으로, 동지를 죽인 화살을 뽑아 타인에게 겨눠야 하는 모순적 상황으로 나타난다.

번득이는 눈, 번득이는 류승룡!

박해일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은 쥬신타 역을 맡은 류승룡이다. 조선 땅에 쳐들어오는 첫 등장에서부터 그는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한다. 그의 대사에 한국말은 없다. 하지만 그가 구사하는 만주어에는 쥬신타라는 인물의 모든 것이 담겼다. 그의 표정, 어투, 손짓, 그리고 눈빛. 날 것의 무언가가 느껴지는, 그래서 가장 류승룡이 돋보이는 최고의 장면은 바로 압록강 절벽에서의 추격 장면이다. 남이를 쫓아 압록강 절벽을 맨손으로 올라가던 중 떨어지려는 동지를 살리기 위해 한 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는 자신이 살기 위해 절벽의 거친 돌을 쥐고 힘겹게 버티는 상황에서, 위에 올라선 남이가 겨누는 화살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말 그대로 번득거리는 눈빛! 위에서 말한 절실함은 바로 이 장면에서, 이 놀라운 배우에게서, 그리고 이 섬뜩한 눈빛에서 극대화된다.

결국 남이는 쥬신타를 없앨 수 있었던 그 상황에서 활을 쏘지 않고 가버린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대면한 상황에서, '왜 나를 죽이지 않았느냐?'는 쥬신타의 물음에 남이는 끝까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남이는 눈앞의 화살을 두려워하지 않는, 번득이는 그 눈빛에서 남이의 것과 같은 절실함을,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최종병기 활>은 화살의 날렵함과 묵직함을 동시에 닮았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단순한 킬링 타임 액션 영화가 아닌 이유이며,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뒤로 하고 두 엄지 손가락을 올려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