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우인 다카오카 소스케가 지난달 23일 트위터에 “채널8(후지TV)은 이제 정말 보지 않겠다. 한국TV라고 생각을 자주 한다. 후지TV가 한류 드라마를 지나치게 많이 방송한다.” 등의 글을 올리면서 한류를 비판하였다. 한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소속사에서 해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에서는 한류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이 동조하면서 한류 반대 시위를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류 반대 시위의 시작


다카오카 소스케의 발언을 계기로 한류 열풍을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었다. 후지TV가 한국 드라마를 지나치게 많이 방송하는 데 불만을 가진 일부 네티즌들이 인터넷 게시판, 트위터 등을 통해 집회 참가자를 모았다. 7일 오후 후지TV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후지TV가 일본 방송인지 한국 방송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방송한다.”면서 방송면허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위의 초반부 인원은 약 600명이었으나 점차 불어나 2000명의 인원이 시위에 참가하였고 시위는 1시간가량 계속되었다. 일본의 방송사들이 한국 드라마 편성을 늘리고 있는 데 대해 논란이 있긴 했으나 시위까지 번진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시위는 이번만이 아닌 오는 21일에도 벌일 예정이다.

왜 후지TV 건물인가?

시위 장소를 후지TV 앞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매체가 후지TV라고 판단 한 것이다. 후지TV는 낮 시간대에 한국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방영한 시간이 타 방송사의 2배를 넘었다. 또한 카라, 소녀시대 등 한류 스타를 프로그램에 기용하는 데도 적극적인 매체다. 한류 반대 시위가 벌어진 날에도 후지TV 앞에서는 FT아일랜드가 출연하는 공연은 1만여 명의 관중이 모일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두 번째로는 후지TV가 일본 우익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소샤가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세력은 국수주의를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들의 의견에 동조하기는커녕 한류 붐을 일으키는데 먼저 앞장서는 것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한류 열풍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한류 열풍은 거세지고 있다. 후지TV뿐 아니라 다른 공영방송 등에서도 한류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으며, 각 방송국은 걸그룹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위는 곧 경쟁력의 약화

일본 연예계는 외국 상품이 살아남기 힘든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부 상품의 유입이 어렵기 때문에 일본인들 역시 해외 상품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인기를 끌 수 있던 것은 폐쇄구조를 가진 구조가 한 몫을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 연예계가 일본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일본 연예계의 화두로 떠오를 만큼의 권력을 가질 정도로 막강하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최근 발생한 한류 반대 운동은 폐쇄적인 시장 구조만 믿고 발전과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일본 연예계 상품들이 해외 상품에 쉽게 밀려나고 있을 정도로 허약하고 경쟁력이 없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위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오랜 연습생 시절을 통해 춤과 노래를 닦은 가수, 혼신을 다하여 연기하는 배우, 탄탄한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드라마, 저렴한 판권과 출연료 등으로 한류 상품은 나날이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한류 열풍이 일어나기 전부터 한국의 기획사들은 꾸준히 일본 진출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 결과 일본 연예인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한류의 영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시청률과 흑자를 중시하는 방송매체의 입장에서 한류 상품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류에 편중됐다고 지상파 TV를 비판하고 시위를 하는 것보다는 그 에너지를 자국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데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시위만이 방법이라면 그 방법은 자국 문화를 지키기보다 더 약화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