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고함20 기획/대학, 학과 차별 (6)

화나십니까? 화내십시오.

이렇게나 무뎌 졌습니다. 사소한 것에도 공평함을 외치며 차별하지 말라고 떼쓰던 우리는 이렇게나 무뎌 졌습니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나누어 먹을 때도 공평하게 꼭 같이 나누려고 조심조심하던 우리는 이렇게나 무뎌졌지요. 무엇 때문에 학과별로 등록금의 차이가 있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어도, 대학교가 요구하는 편입의 자격을 거쳐서 선발되더라도, 똑같은 학교를 다님에도 ‘유망학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받아도 우리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화를 낼 기운조차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등록금 인상의 소식이 있으면 이에 맞서 싸워야 하고, 일방적인 학제개편이 있으면 하던 일을 미뤄두고 피켓을 들어야 하니 숨 돌릴 틈조차 없습니다. 혹은 화를 낼 기회조차 없는 지도 모르지요. 등록금 산정 기준에 대한 이유를 ..

차별에 대응하는 대학생의 몇 가지 자세

※ 출처 : http://ywca.ywca.or.kr/images/info/wz/0403/4_2.gif 차별이란 말에 우리는 몸서리치지만, 동시에 차별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참으로 다양한 차별이 있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결코 쉽게 근절되지 않을 차별의 요소가 있다면 단연코 ‘학벌’ 차별을 들 수 있겠다. 학교 졸업장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삶에 충실했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가 되고, 그 지표는 취업 시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학업 영역을 벗어나 사회인이 되는 과정에까지 학벌은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취업 지원 시 받은 차별 종류 1위가 학력(49%), 2위가 학벌(47.2%)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2009년 1월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 우리는 어릴 적부..

차별의 수혜자, 차별은 당연하다?

고3은 자신의 적성에 무관하게 취업이 제일 잘 된다고 알려진 상경계열에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똑같은 대학 내에서도 상경계열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취업의 문턱에 가 보지도 못한 그들은 어른들의 조언과 최상위에 랭크된 상경계열 배치표를 통해 상경계열 입학을 목표로 한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소신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똑같이 대학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상경계열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뭐, 다른 학교도 다 그렇지 뭐.” 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경영학을 복수전공 한다. 우리는 차별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대학 내 차별에..

배움의 장에 휘몰아치는 구조조정의 바람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회사에만 부는 것인 줄만 알았었다. 구조조정이라는 말의 뜻도 모른 채, 그저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우리 아빠가 혹은 친구의 아빠가 회사를 옮기게 될 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1997년, 신문이며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는 꽤나 깊게 머릿속에 박혔었고 이후로도 경제지표가 요동칠 때면 심심치 않게 들어 왔다. 그것의 본질은 ‘효율’을 앞세워 자본주의의 논리에 움직이는 자본주의 십계명의 제 1항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대학생들조차 ‘구조조정’의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그들의 전공이 비인기 과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나라 전체가 효율을 외치며 사기충전하고 있는 마당에, 대학이라고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한 학교의 울타리 안에..

대한민국 대학생이라서 느낀다, 차별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 과거 KTF의 광고 중 육군사관학교의 여생도를 소재로 만들어졌던 캠페인의 카피.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차이는 당연히 인정하는 것이지만, 이를 근거로 사람을 구분 짓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면 상식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다. 언제나 차이에 대한 인식은 그 대상물을 우열 관계 속으로 편입시키고, 이러한 우열 가름은 차별을 낳는다. KTF의 광고가 가져왔던 센세이션과는 별개로, 이러한 메커니즘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보편적 양태로 자리하고 있다. ▲ 큰 이슈가 되었던 KTF의 광고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 편 (출처 : http://blog.naver.com/whlovese?Redirect=Log&log..

대졸자라고 다 같은 대졸자가 아니다?

1 올해 설날 즈음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만화 시리즈가 있었다. 바로 ‘xx학도의 명절’ 시리즈이다. 이 만화는 명절에 대학생들이 고향에 내려가 어른들한테 듣게 되는 말을 소재로 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고착된 각 학과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화학공학과를 다니는 대학생에게는 공대에 무슨 비전이 있느냐며 의학전문대학원을 권하고, 불어불문학과 학생에게는 프랑스 말 배워서 무엇으로 먹고 사냐며 삼성전자에 갈 것을 권하는 게 우리네 세상이다. 취업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청년백수 ‘OO만 명 시대’가 갈수록 기록을 갱신해가는 현실은 대학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IMF 이후의 대학에서 과거의 낭만은 점점 사라져가고, 그 대신 남을 제치고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한 경쟁이 그 자리를 메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