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은 자신의 적성에 무관하게 취업이 제일 잘 된다고 알려진 상경계열에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똑같은 대학 내에서도 상경계열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취업의 문턱에 가 보지도 못한 그들은 어른들의 조언과 최상위에 랭크된 상경계열 배치표를 통해 상경계열 입학을 목표로 한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소신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똑같이 대학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상경계열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뭐, 다른 학교도 다 그렇지 뭐.” 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경영학을 복수전공 한다. 우리는 차별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대학 내 차별에 무뎌진 것일까. 분명히 ‘차별’ 받고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무것도 없기에 그저 차별의 수혜자들 틈 사이에 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대학들은 실제로 입학할 때부터 특혜조건을 달기도 한다. 경영학과의 경우, 전액장학금 혜택을 주기도 하고 신설전공은 중점 육성 특성화학과로서 장학금, 기숙시설 및 기숙보조금 등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차별의 수혜자였던 그들의 입장이 궁금했다. 그들에게 차별은 당연한 것일까. 이수진(가명, 22, 성균관대 자유전공, 경제학 복수전공), 박진희(가명, 21,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정수환(가명, 22, 연세대 경영학과), 김민형(가명, 21, 서울대 경영학과)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Q. 대학 내에서 상경계열을 다른 과와 차별화하여 육성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 아무래도 인문학보다 경제, 경영학이 더 실무와 관련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한 현상이 나타나고 대학도 특정과를 키우려고 하는 것 같다. 경쟁해야 하는 사회의 일부인 대학 내에서 차별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취업과 관련해서 상경계열을 제외한 전공의 학생들은 복수전공이라는 제도를 통해 상경계열을 추가로 전공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경제, 경영학 이외 인문학까지 전공한 더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이 그 차별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 : 하나의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인문계열 출신 학생들보다도 실무에 조금 더 가까운 상경계열 학생들이 많이 선호하고 있다. 기업이 상경계열 학생을 선호하는 건 시장논리지만 대학은 시장논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안 된다.’ ‘된다.’ 여부는 당위성의 문제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가 또 적용되기도 한다. 사회가 초경쟁사회이고 취업이 어려워지니까 취업이 대학 평가의 제1의 척도가 된다. 기본적으로는 학교가 차별을 해 서는 안 되지만 학교가 시장논리를 따라가는 것도 기업이 상경계열 학생을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트렌드인 것이다.

김 : 대학 내에서 상경계열을 다른 과와 차별화하여 육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에 학교에서 경영대 정원을 타 단과대보다 늘리고 장학금의 혜택을 늘렸다. 물론 다른 학교에 비해 경영대 정원이 적다. 그러나 다른 단과대의 정원은 그대로 두고 우리 과의 정원만 늘리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 현대적 건물로 유명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LG-POSCO 경영관의 이명박 라운지

Q. 차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차별’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 나는 과를 선택할 때 학교에서 제시한 조건과 차별화 때문에 선택했다. 실제로 학교 내에서 타 학과 학우들에 비해 수혜를 받고 있음을 느낀다.

박 : 차별은 당연한 것이다. 애초에 학교가 학교의 가치를 높이려고 특수한 과를 만들었고 입학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과와 다르게 특혜를 주겠다고 약속을 미리 한 것이다.

정 : 앞서 말했듯이, 많은 학생들이 트렌드에 편승하기 위해서 상경계열에 들어왔다. 차별의 혜택은 사회의 트렌드로 보아 생길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행해지는 차별과 사회에 알려진 차별은 많이 다르다. 과장된 측면이 많다. 학과 간 차별로부터 상경계열에 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역차별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 원래부터 인원이 많은 상경계열 학생에 추가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된 학생들이 많으니까 수혜를 나눠먹다 보니 내가 직접 느끼는 수혜가 없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수혜의 측면에서 보면 학생 수가 학년당 350명에 이중전공 부전공이 플러스 되면 장학금, u-get같은 프로그램 등 실제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그렇게 많지 않다.

김 : 차별의 수혜자 입장에서 이러한 차별이 불편하다. 간혹 경영대 교수님들은 ‘기업이 구조 조정할 수도 있지.’ 하는 친기업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시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경영대 학생들 역시 차별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은 일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기업에서 리크루팅이 많이 들어오고 교환학생도 다른 단과대에 비해 많이 보내준다. 몹시 불편하다. 개인의 능력보다 단순히 학교나 학과의 후광을 입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인식 역시 불편하다.

차별의 수혜자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차별이 당연하다는 것과 차별이 부당하다는 것. 인터뷰이들도 말했다시피 경쟁 사회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수진(가명, 22, 성균관대 자유전공, 경제학 복수전공)씨의 의견에 공감한다. 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차별을 인정하고 차별에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는 ‘상경계열 선호’ 라는 트렌드에 의해 차별받고 있지만 이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정수환(가명, 22, 연세대 경영학과)씨는 이미 ‘상경계열 선호’ 라는 트렌드에 편승하는 사람이 많아졌기에 지금의 주류는 이제 더 이상 주류가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트렌드에 의해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현명하게 차별에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