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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과 자동차,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원자력과 자동차,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심리학자 폴 슬로빅의 연구에 따르면 전문가는 자동차를, 일반인들은 원자력발전소를 더 위험한 요소로 판단했다. 심지어 전문가는 원자력발전소가 흡연, 음주, 권총, 외과수술보다도 덜 위험하다고 보았다. ‘연간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위험요소를 산정한 까닭이다. 반면 일반인들은 직접적인 사망률보다 미지의 요소가 가져올 잠재적인 위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따라서 당장 통계 수치로 피해나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위험성을 내재한 원자력 발전소를 가장 위험한 요소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밤과 4일 새벽에 걸쳐 울산 동구 해역에서 발생한 3차례의 지진을 두고 일반 시민과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가 집..

[데일리칼럼] 데이트 폭력의 위험한 일상성

2012년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데이트 폭력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7,500여 명에 달하는 데이트 폭력 사범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경찰청은 2013년 연인을 살해한 살인사범은 106명이었으며, 5년 평균 살인사범 수는 102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신체적 상해를 입히거나 폭행해 검거된 건수 역시 각각 2570건, 2848건에 달했다고 한다. 데이트 폭력의 법적 정의가 이성애 관계에 한정한다는 것을 되짚어 볼 때, 이는 곧 적어도 매년 7,500여 명의 여성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100여 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데이트 폭력은 언어적, 육체적, 성적, 정신적, 경제적 폭력 등 일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그 피해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

엄마가 서울에 따라왔다 - 학숙살이의 불편함

서울에 사는 청년 10명 중 4명은 지방 출신이다. 이들 중 대학 진학으로 상경한 유학생들을 위해 각 지방의 시민, 장학재단, 지방자치단체는 기금을 모아 서울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학숙은 지방이 대학생 주거 문제를 위해 힘을 모아 내놓은 대안이다. 현재 서울 내에는 11개의 학숙이 운영되고 있다. 값싼 비용과 철저한 보안 시스템으로 매년 입사 경쟁률이 치열하며, 입사만 해도 효도라는 의미로 ‘효도 기숙사’라고도 불린다. 앞서 말한 장점 외에 부모님이 학숙을 선호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사생들을 관리하고 규율하는 ‘구속력’ 때문이다. 부모의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꾸리겠다던 학숙은 엄마가 서울에 따라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사생의 생활을 사사건건 규율한다. 성인이 된 사생들을 통제하는 방안은 벌점제도..

안방으로 쏟아진 어제의 돼지, 오늘의 닭 - 당신의 저녁 식탁에 윤리가 필요한 이유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살처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1월 전북 고창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1,100만여 마리에 육박하는 닭과 오리가 죽었다. 동물판 홀로코스트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가금류지만 2010년에는 우제류였다. 구제역 사태로 인해 돼지와 소를 비롯해 348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그 방식 역시 일일이 약을 주사하거나 가스로 질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9할이 생매장이었다. 이 모든 것이 예방 차원에서였다. 감염되지 않은 동물이 경제적 관점에 의거해 모두 죽임을 당했다. 발병지 반경 3킬로미터 내에 있는 가축이라면 예외는 없었다. 지난 10년 2,500만여 마리의 닭과 오리가 죽어나갔지만, 그 중 실제로 AI에 감염됐던 숫자는 0.0004%인 ..

게시판에 들이닥친 아노미, 학기 초 포스터 전쟁

꽃 피는 춘삼월이다. 새내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여러 동아리를 살피는 동안, 학내 단체들은 매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새내기를 유혹하는 그들의 수단은 다름 아닌 포스터. 오로지 단체를 홍보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종횡무진 게시판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혁명전사요, 예의 차리지 않고 포스터를 덕지덕지 붙여대는 현장은 가히 총성 없는 전쟁터라 할 만하다. 전시에 돌입한 탓인지 학내 게시판들은 모두 아노미 상태에 빠진 상태다. 학내 포스터 전쟁의 ‘왜’와 ‘어떻게’ 이전까지 과열된 포스터 경쟁을 진화하던 소방관은 학내 청소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지난 4일 전국 14개 대학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파업하면서 숨겨져 있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무분별하게 부착된 포스터가 캠퍼스의 미관을 해..

인터넷 거래 사기피해 체험기 – 쿨거래는 없다

지난달 14일 나는 네이버 중고물품 직거래 카페인 중고나라에 글을 올렸다. ‘소형 냉장고 삽니다.’ 며칠간 소형 냉장고를 검색해가며, 이 제품 저 제품 따지고 비교하는 일이라면 이골이 난 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냉장고를 판매하겠다는 사람들이 먼저 문자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첨부된 사진 속의 냉장고는 모두 상태가 좋았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었다. 그렇게 가격흥정도 실랑이도 없는 쿨거래가 시작됐다. 가장 거래 조건이 좋아 보이는 판매자에게 거래 의사를 밝혔다. 늦은 밤이었지만 판매자는 물품을 24시간 화물 택배로 접수한 후 다음날 편하게 출근하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래, 이왕 거래하는 것 하루라도 일찍 해치우자’는 마음으로 ATM기로 향했다. 그놈의 쿨거래 때문이었다. 직접 내게 전화까지 걸어 접..

[고함20 대학평가] 학점의 민낯을 파헤친다고? 이중성적표 학칙 개정

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을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수능 마친 고3, 대학으로 이어지는 선행학습의 늪

해가 갈수록 취업 준비 연령이 낮아진다고들 말한다. 4학년이 되어서야 취업 원서를 준비하기 시작하던 시절은 옛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청년 고용률이 사상 처음 30%대로 내려앉은 가운데, 취업 준비 연령의 출발선 역시 내려앉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처한 각박한 현실과 취업한파를 목도하는 순간 새내기는 더 이상 새내기가 아닌 예비 취업준비생으로서의 위치를 자각한다. 영남권 5개 시·도 교육청은 대입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이 여유 시간을 활용해 조기에 대학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고교-대학 연계 학점인정 프로그램(AP)'을 운영하고 있다. 고3 학생이 도내 대학에서 강좌를 수강하면 영남권 27개 협약대학 가운데 어느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이수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때 개설되는 강좌의 범주는 ..

[데일리칼럼] 악플러에 대한 선처는 누구를 위한 용서인가

가수 백지영 측이 악성 댓글을 남긴 네티즌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임신 4개월 상태에서 유산한 아픔을 겪은 백지영은 인터넷상에 악의적인 댓글과 합성 사진을 올린 네티즌 11명을 고소했다. 이들은 일간베스트와 디시인사이드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백지영의 유산 사실에 대한 욕설과 성적 조롱을 담은 글과 댓글을 수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악플러의 신원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이르는 학생, 회사원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간곡하게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겹도록 뻔한 레퍼토리다. 뻔한 레퍼토리 속에서 뻔해지지 않는 것은 악플로 인한 피해자의 상처밖에 없다. 이미 수많은 연예인이 허위 사실 유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