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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소통', 20대의 표심 잡기 힘들다

연초 지하철 입구를 나서는데 누군가 상반신을 숙이며 인사를 한다. 낯이 있는데 알고 보니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다. “MB심판 하겠습니다”를 외치며 지역 주민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그 분은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파란 깃발이 펄럭이는 이 곳, 부산에서 야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니 어쩌면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부산, 영남에도 변화가 생길 거라는 목소리가 언론과 시민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부산 공동 출마 발표와 이에 맞선 한나라당의 물갈이, 전략공천 예고에 전국적인 관심이 몰리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는 누가 축배를 들고, 어느 쪽이 고배를 마실 것인가. 지난 재보궐 선거, 지방선거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부각되자 ..

학생만 가방 맡기라는 대형마트, 명백한 인권침해

저녁 시간, 교복을 입은 남학생 세 명이 A마트에 갔다. 과일을 진열해놓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데 마트 직원이 학생들을 불러 세운다. “학생들은 책가방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다. 학생들은 멈칫하지만, 곧 그들 중 하나가 대표로 물건을 사오기로 했다. 가방을 맨 학생 둘은 친구가 벗어놓은 가방을 들고 입구에서 기다린다. 그 사이 가방을 들거나 멘 손님들이 여러 명 더 들어왔지만, 누구도 가방을 두고 가라는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학생들은 자기들만 적용받은 지침에 항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마트 직원에게 영문을 물었다. 직원 김모씨는 낮은 목소리로 ‘도난사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왜 학생들만 가방을 맡겨야 되는지, 다른 예방법은 없냐고 되묻자 직원은 ..

돈 나가는 연말, 훈훈하게 소비하는 법

12월은 여러모로 설레는 달이다. 한해의 마무리이자 새해 맞이, 방학 시작, 크리스마스 등으로 들뜬 마음이 되고 모임이나 행사도 잦다. 유통가도 활발한 분위기다. 맛깔나고 푸짐한 음식과 형형색색의 장식품들, 한겨울 추위를 막아줄만한 따뜻한 외투와 난방도구, 선물하기 좋은 기획 상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도 마트를 들렀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여러 개 사버렸다. 큰 봉투를 손에 들고 마트 문을 나서는데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다들 봉투나 상자를 한가득 들고 겨울 거리로 흩어진다. 집에 오는 길에 핸드폰을 보니 곧 엄마 생신이다. 어떤 선물이 좋을지 생각하다가 엄마한테 여쭤봤다. 그런데 엄마 대답이 뜻밖이다. “다들 만원씩만 내놔라.” 엄마는 신문에서 혼자서 투병생..

안가면 불안하고, 가면 실망하는 채용설명회

2011년 12월, 올해도 끝물이다. 취업준비생들은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자나 깨나 ‘취업’이 고민인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 전망이나 실업률을 보며 안심할 수도 없다. 대신 공채 합격 노하우, 가고 싶은 회사의 채용 방식 등 각종 정보를 모으며 불안을 달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요즘은 채용설명회나 채용박람회 등이 활성화되어 있다. 대학교나 취업 포털 사이트, 기업, 정부와 지자체가 주최하고 이들의 형식과 내용은 다양하다. 자기소개서 잘 쓰는 방법, 면접 때 유의사항 등 전반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소서를 첨삭해 주거나 모의 면접을 하는 등 개별 지도를 하는 설명회도 있다. 그리고 1박 2일 캠프를 운영해 참가자들끼리 팀별 과제, 경진대회를 하며 흥..

쫄지 마 20대!, 20대에게 불어닥친 나꼼수 열풍

모바일 메신저 대화명을 ‘쫄지마’로 바꿨다. 잠시 뒤 친구가 말을 건다. “나도 나꼼수 팬!!! 쫄지마ㅋㅋ” ‘나꼼수’는 시사풍자 토크쇼 ‘나는 꼼수다’의 준말이다. ‘쫄지마’는 나꼼수 사회를 맡고 있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자주 하는 말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과도 “이번 주 나꼼수 들었어요?” “○화 언제 나왔어?”로 인사를 대신할 때가 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연예인이나 스포츠 소식으로 범벅됐던 20대 젊은이들의 수다에 나꼼수라는 새로운 화젯거리가 생긴 것이다. 팟캐스트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는 4월 28일 방송을 시작했고, 7월 9일 9회에 아이튠즈 다운로드 1위에 오른 이후 지금은 회당 다운로드 건수가 평균 600만 건에 달한다. 나꼼수는 ‘무상급식과 오세훈 서울시장’, ‘장자연 ..

임용고시생과의 취중토크,

주점들이 불을 하나 둘씩 켜기 시작한 이른 저녁 시간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사범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한 예비 선생님이고, 지난 10월 22일 중등임용시험을 쳤다. 우리는 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우선 이 공부를 몇 년 했는지 물어봤다. 손가락으로 꼽으며 그녀가 대답했다. - 2007, 2008, 2009, 2010, 2011. 5년이네. - 정말 길다. 그럼 왜 선생님이 되고 싶어? - 생각해보면 사범대학에 간 건 부모님 영향이 컸지.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학창시절부터 가르쳐주는 걸 좋아해서 적성에 맞고 국어과목도 재밌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교생실습을 가서 정말 행복했어. 다른 친구들은 힘들어하는데 나는 진짜 하나도 안 힘들고 다음 날 애들 만나는 게 기다려지고 그런 거야. 이건 진짜 내 일이다 싶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