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4일 아침 6시, 서울시 무상급식에 관한 의견을 묻는 투표가 시작되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 복지정책 방향을 가르는데 있어 중대변수가 될 만한 사건이었던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결론은 개표 요건인 33.3%에 훨씬 못 미치는 25.7%로 마감되었다. 진보 진영이 바라던 대로 개표 자체가 아예 무산되었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 출 처 - 뉴 시 스 >

작년 6월 2일에 열린 지방선거에서는 하루에 무려 8가지의 투표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 날이었다. 투표장에 갔더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男 : 교육감은 어느 당 사람 뽑을 거야?
  女 : 진보신당 뽑아야지!

이 대화를 듣고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선거에서는 특정 정당의 지원을 받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단순히 기호 1번, 2번이어야 하는 후보들이 어떻게 해서 당 소속인 것처럼 되어 버렸을까.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포스터의 색채이다. 자신의 당을 대표하는 색채를 포스터에 입혀서 자신들의 진영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위의 대화에 나오는 남녀도 ‘진보 진영’이라는 것을 ‘진보신당’으로 착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선거 문화의 그릇된 인식을 또 하나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인식들이 곪아 터진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서울시 전면 무상급식 찬반투표였다. 

곽노현, 그는 누구인가?  

작년 지방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계의 수장인 서울 교육감에 당선된 그는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 당선자와 함께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이른바 ‘진보적 교육 철학’을 실현하고자, 갖가지 교육적 실험을 단행하였다. 하지만 그의 경력을 들여다보면 초․중등 교육 관련 일선 경험은 전무하다. 그런 그가 학교 현장의 물정은 전혀 모른 채 밀어붙이는 정책들, 특히 지역적으로 인접한 경기도 교육청과 연계하여 추진한 학생인권조례발표, 체벌금지 및 무상급식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른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이러한 정책 추진 양상은 교육관련 당사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왔다. 심지어 그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체벌금지 및 학생인권조례 등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부작용들을 언론에서 지나치게 확대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 마련보다는 언론의 탓을 하는 그를 보며 교육계 역시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요즘 상황이다.


                                                                        < 출 처 - 노 컷 뉴 스 >

곽노현의 승리? 민주당의 승리?


하지만, 그는 무상 급식에 있어서 강력한 우군을 얻었다. 바로 민주당이었다. 무상 급식은 교육청 예산으로는 부족하여 서울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무상 급식 관련 예산을 민주당 쪽이 대다수인 시의원들이 심의, 의결해도, 집행 기관인 한나라당 소속의 오세훈 전 시장이 계속해서 반기를 들다 보니 결국 이렇게 주민투표까지 오게 된 것이다.
 
강력한 복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에게 있어서 이번 서울시의 주민투표는 자신들의 주장을 이슈화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곽 교육감은 이런 민주당이 싫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오세훈 시장, 나아가 거대 여당과의 싸움이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의 힘을 등에 업고 세간의 눈치 한번 보는 기색 없었던 그의 모습은 보기 매우 거북했다. 교육감은 누구보다도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가 객체들의 간섭은 배척하고 학생들을 포함한 주체들의 의견에 더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지도자’ 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갖게끔 하는 더 없이 좋은 기회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명분도 챙기고 실리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곽 교육감은 놓치고 말았다. 지금은 딱 정치인 그 이상의, 그 이하의 모습도 아닌 것이다.

정치가 개입되는 순간 악수 가지고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 우리나라

                                                                           < 출 처 - 뉴 시 스 >

우리나라 정치, 교육 모두 문제가 참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국민들은 건설적인 비판보다 앞뒤 없는 비난으로 일관할 때가 많다. 즉, 무관심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서울시 투표에서 교육관련 정책 문제를 정당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정치 이슈화 시킬 수 있었던 것도 결국에는 우리 국민들의 잘못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 뿐만 아니라 교육감이라는 자리에 대한 관심 또한 절실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