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곽 교육감에게 출국금지 조취를 내려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기여했다
늑대의 탐욕은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대선자금으로 3000억을 받았다는 사실은 탐욕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말해준다. 천문학적인 돈과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세상에 알려진 것을 고려한다면, 그 사이 사이에 얼마나 많은 진실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공정택 전 교육감이 비리에 연루 되고도 최종판결을 받을 때까지 사퇴하지 않고 버틴 것은 아주 작은 일로 보일 정도다. 검찰 또한 ‘떡검’, ‘섹검’이란 별명을 아직 떼지 못하고 있다. ‘차떼기’부터 대표되는 한나라당의 비리를 언급하는 건 이제 고루한 일이 되었다.
그런 그들이 서울 교육감 후보 통합 과정에서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후보에게 2억을 건넸다는 사실에 비분강개하며 성토하고 있다. 그들은 곽 교육감을 위선자라고 부르며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다. 검찰은 정보원의 실명을 밝히지 않으면서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수사내용을 드러낸다.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를 범죄로 규정하는 형법 126조를 피할 수 있다. 언론은 사실에 대한 확신도, 확인도 없이 검찰이 하는 얘기를 그대로 받아 적는다. 거기엔 우리가 늑대가 소년보다 나쁘다는 사실을 잊게 하고 ‘그놈이 그놈이다’라 하며 냉소주의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있다. 우리가 도덕적 우월성이 어디에 있는지에 의문을 가져야만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만평 11.8.30
‘진보 교육감도 보수 교육감과 다를 게 없잖아?’
노무현정부 때에도 이 같은 메커니즘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보도하면 그에 따른 여론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얻어낸 것은 정권교체라는 결과물이었다. 현 정권을 불신하는 태도가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계속해서 드러난 지금, 위기감에 휩싸인 보수주의자들은 노무현정부 때처럼 곽 교육감의 비리의혹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냉소주의가 생긴다면 자신들의 약점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역사는 바뀐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냉소하라. 분명한 건 양치기는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거짓말을 잘하는 양치기가 있다면 정직한 양치기도 있다. 지금 양치기가 거짓말을 한다면 정직한 양치기를 뽑으면 될 일이다. 곽노현 교육감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면 다른 진보 교육감을 선택하면 된다. 아이들의 밥그릇을 뺐지 않는데 동의했다면 말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양을 다시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보수주의자들이 믿는 것처럼 역사는 반복될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흑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했는가? ‘이제는 그들이 우리에게 열광한다’는 광고 문구처럼 ‘역사는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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