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가사에 술, 담배가 들어간 노래를 청소년 유해곡으로 지정했다.  이후 인터넷에는 반 여성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부의 음악 심의 행태에 대한 패러디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진 여성부 폐지 서명운동 인원도 5000명이 넘은 상태다. 거기다 최근엔 가수 옥주현까지 인터넷 상에서 여성부를 비판해 화제가 되었다. 이렇듯 지금 인터넷은 여성부 비난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이러다 정말 여성부 없어지겠다.
  
 

 


아직 여성들은 차별받고 있다 

여성부의 사전적 의미는 ‘여성 및 가족 정책 수립, 영유아 보육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던 중앙 행정 기관’이다. 또 여성부 설립목적 중 하나는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 증진’ 이다. 이 외에도 3가지 목적이 더 있는데 모두 여성, 가족, 그리고 청소년에 관한 것이다.

설립 목적으로 볼 때 여성부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행정기관임에 틀림없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많은 장애물을 안겨왔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이라는 자료를 보더라도 여성들은 고용이나 임금에서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역시 대부분이 여성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사회에서 비교적 낮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몇 년전 등장한 ’알파걸’이란 단어로 알 수 있듯, 오늘날에는 과거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상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파걸의 등장 자체가 남성과 여성의 지위가 역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알파걸의 등장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 보다는 ‘남성이 활동하는 분야에서 몇몇 여성도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정도의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출처 : 2011. 6. 27일자 경향신문


  
  
여성 성적 우수, 알파걸의 등장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의 성적이 더 우수하다는 통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학생들은 내신성적에서 보다 나은 실력을 보이고 있으며, 남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는 내신문제 때문에 남녀공학보다는 남학교를 선호한다. 이런 현상은 고등학교에서 그치지 않는다. 2007년 예비판검사 임용에서 55.6%가 여성으로 채워졌으며 매 년도의 사시 수석 합격자 역시 여성이 대다수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강세였던 외무고시에서는 2008년 최종 합격자 중 67.7%가 여성으로 채워졌다. 행정고시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더니 2008년 처음으로 여성합격자가(51.2%) 과반수를 넘겼다.  

이런 상황이니 “대통령도 시험 봐서 뽑으면 여성이 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여성들도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엘리트 여성 집단을 지칭하는 알파걸조차 우리 사회에선 여러 난관을 뛰어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노동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서도 아직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알파걸은 여성의 극히 일부에 속한다는 점이 문제다. 알파걸들은 이미 성공의 길에 발을 들여 놓았기 때문에 평범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이들은 여성 억압적 현실을 바꾸고자 할 필요가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알파걸의 등장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 준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알파걸의 등장은 남녀의 평등을 상징한다기보다는 그저 '여성' 엘리트와 평범한 '여성'이 분리되는 사회적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알파걸의 등장 역시 근본적인 여성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부 폐지보다는 개선을
 
여성부의 설립목적 중 하나가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 증진’인 것을 보면 지금 여성부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부는 우리 사회의 약자인 여성들을 위해서 할 일이 많은 행정기구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남성 중심적인 시선이 강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장자연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여성의 성이 여전히 상품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획사는 성(性)적 서비스를 경제적 혹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의 성이 상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듯, 그것은 놀랄 일도 아니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와 같은 잘못된 문화와 성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여성부는 존재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명시된 여성부의 설립 목적에 비추어보면, 여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일은 여성부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부가 여성을 위해 할 일은 너무나도 많다.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 특히 성매매, 성추행 등의 문제가 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부는 음악 심의와 같은 일로 필요 이상의 사회 논란만 만들어낼 뿐, 여성 문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조차 간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이런 부분은 여성부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가 아니고 여성부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여성부가 철저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성평등과 여성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본래의 역할을 잘 실천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