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각 방송사에서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라는 이름하에 홍보를 하고 신문사에서도 추석 특집 프로그램 소개에 동참한다. 블로거들 또한 자신의 블로그에 추석 프로그램 TV편성표와 간단한 소개를 올림으로서 명절 분위기를 낸다. 그런데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도 아깝지 않을만한 ‘특별함’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해가 지나도,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식상한 형식

먼저 추석 특집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는 몇 년 동안 같거나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반복되어서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석 특집 프로그램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한복을 입고 나온 스타 부부들의 대결? 아이돌들의 청백전? 외국인들의 노래 자랑? 아나운서 등 가수가 아닌 연예인의 댄스 배틀? 스타 따라잡기 코너? 등등등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은 위의 형식 안에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올해 추석 특집 프로그램 또한 예외가 아니다. MBC의 ‘아나운서 대격돌 - 최고의 며느리감을 찾아라’ ‘제 3회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  SBS의 ‘스타 커플 최강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나라 아이돌을 따라하는 대결을 벌인다는 ‘한류올림픽’ KBS2의 ‘추석 특집 아이돌 대격돌 마법의 제왕’ 제목만 보아도 모두 위에서 제시한 형식에 들어간다고 짐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신선함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SBS에서 방영되는 ‘도전 1000곡’이라는 프로그램은 2009년부터 3년 내내 추석 특집으로 ‘대한민국 최강의 스타 커플들이 펼치는 노래 대결’이라는 형식을 고수해 오고 있다. KBS는 올해 12일에 ‘다문화 가족 노래 자랑’을 방영하는데 작년에도 완전히 똑같은 이름과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그리고 사실 KBS의 전국노래자랑 추석 특집 편 ‘다문화 가족 노래자랑’이 정말 어릴 적부터 명절이면 늘 보아오던 '전국 노래자랑 외국인편'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가 없다.








기존 프로그램 재탕이 특집 프로그램?

추석 특집 프로그램의 또 다른 문제는 특집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을 걸어 놓고 기존 프로그램을 다시 보여준 다는 것 이다. 물론 그동안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보여준 다는 의도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갈 수 도 있지만 그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했던 시청자들에게 하이라이트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덧붙여 요즘 같이 인터넷이 발달하고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기존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것이 얼마만큼 의미가 있는 지 의문이다.

실제로 MBC에서는 9월 13일에 ‘나는 가수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방영한다. 그런데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 들어가면 이제 까지 방송됐던 모든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클릭해서 원하는 공연만을 볼 수 있게 영상을 쪼개 놓았으며 방송용 자막과 편집이 삭제된 무편집 영상까지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다음’에 ‘특별’이라는 단어를 주고 싶다.    





다양한 연령층과 기호를 고려하지 않은 예능 편중 현상  

추석에는 예능 프로그램이 더 득세를 한다. 9월 9일 금요일부터 9월 13일 화요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을 분석해봤다. 약 69개의 프로그램이 추석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기획되었는데, 이 중에 반이 훨씬 넘는 약 38개의 프로그램이 예능에 속했다.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는 SBS의 특선 드라마 ‘위대한 선물’ , KBS2의 ‘노리코 , 서울에 가다’  , MBC의 ‘우리가 사랑한 배우 - 카페 정윤희’ 등 몇 개 되지 않아  각 방송사별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물론 예능이 분위기를 띄우는 데에 좋고 가볍게 볼 수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대표방송이라는 지상파 3사에서, 추석을 맞이하여 기획한 프로그램의 반 이상이 예능이라는 것은 방송사가 너무 재미만을 추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또한 예능에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민족의 명절이라는 추석에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예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지상파 3사는 우리나라에서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언론 매체이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또는 약간의 수신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특히 명절때는 가족이 전부 모이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지상파3사의 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게 될 것이다. 그 점을 인식하고, 사명감을 발휘하여 추석 프로그램에 조금 더 성의를 표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2년 추석, 아니, 내년 설 부터는 매년 반복되는 식상한 프로그램보다는 신선하고 기발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한다. 더불어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프로그램도 많이 제작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