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자주 놀러가는 카페, 그 곳에서 우리는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낙서 금지라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벽면을 가득 채운 낙서 때문이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라지만 추억이 담겨있는 벽치고는 지저분하고 산만하다. 낙서는 카페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낙서는 사람이 다니는 모든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이제는 일종의 놀이로 낙서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벽에 적고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리거나, 추억을 남기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현재 이루어지는 낙서 문화가 올바른 것일까?

낙서, 정말 추억인가요?

낙서를 살펴보면 대부분 ‘00왔다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꼭 그 장소에 갔다는 것을 글로 적어야만 추억이 생기는 것일까? 물론 친구나 연인과 함께 ‘00왔다감’이라는 글을 남기고 후에 다시 와서 그 글을 보고 추억을 회상한다면 그 글은 추억이 된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 글은 낙서, 그 이상의 존재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문화를 더럽힌 쓸모없는 존재일 뿐이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추억을 남기기 위한 낙서를 하는 게 카페나 유명한 음식점에 국한 된 것이 아니다. 해외는 물론 세계 관광 명소에도 낙서가 존재한다.
중국의 만리장성도 예외는 아니다. 장성 벽에 널린 낙서 중 ‘0년 0월 0일 00왔다감’ 뿐만 아니라 ‘korea’, ‘자랑스러운 조국을 위해 대한민국 만세’라는 낙서도 있다. 추억을 남긴다는 명분 아래서 쓴 글들이 도리어 자국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참 대단한 ‘낙서 사랑’ 나셨다. 그죠?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자랑스러운 나라이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유산을 가진 반면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문화유산과 관광 명소에는 낙서로 도배가 되어있다. 낙서를 어린 아이들이 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낙서를 어린 아이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00대학 00과’나 ‘00직원일동’의 낙서를 볼 때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낙서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낙서를 한다는 것이 좋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여행을 갔다온 자신의 자취를 남기기 위해서라는 변명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손에 들고 있는 펜 대신 카메라를 들고 옛사람들의 체취가 남아있는 벽에 글을 쓰는 대신, 사진에 담는 것 또한 자신의 자취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다. 눈에 보이는 글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감동을 새기면 후에 와도 추억은 남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보기 흉하지 않은 진정한 추억이 남는 것이다.


낙서를 한 부분을 지워도 지운 곳에 또 낙서를 한다. 낙서를 막기 위해 법규도 내세워 보지만 사람들의 낙서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자신의 집에 다른 사람이 와서 낙서를 한다면 좋아 할까? 분명 낙서를 한 사람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어떻게든 한 소리 하고 싶을 것이다. 그 곳이 관광명소이건 카페이건 그저 단순한 벽일지라도 낙서를 하는 행위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잘못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