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본다. TV속의 연예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하나같이 예쁘고 잘생겼다. 한 연예인이 자신의 다이어트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저는 매끼니 야채샐러드랑 닭 가슴살만 먹었어요!” 채널을 돌려본다. 한 헬스트레이너가 한창 얘기를 하고 있다. “매끼니 칼로리를 꼭 확인하고 드셔야 해요! 아 그리고 칼로리보다 중요한 GI수치라는 것이 있는데...” 채널을 또다시 돌려본다. 어떤 사람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뚱뚱한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인터뷰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한다. “게을러 보이지 않나요?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 같아요” TV 리모콘의 '꺼짐'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곧 전신 거울 앞의 내 모습을 비추어 본다.

체력관리에서 체격관리로

다이어트 열풍은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단순히 살을 빼서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몸짱”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닌 탄력적이고 멋진 몸매를 가꾸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되었다. 때문에 다양한 운동법의 등장과 함께 그에 맞는 식단은 물론 근육보충제나 다이어트한약 등이 출시 되어 다이어트산업은 굉장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과거에는 국가에서 개개인의 체력을 잠재적 노동력의 가치로써 관리해왔다. 그러나 점점 물리적 체력이 현대 사회로 오면서 개인의 몫으로 돌아갔다. 더불어 과학의 발달로 개인은 자신의 몸을 수치화해서 계산적으로 관리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처럼 과학적으로 몸을 관리해 가꾼다는 것은 개인의 성실성과 절제력을 판단하는 것의 척도가 되었다.


근육 보충제 드세요! 점심은 닭 가슴살!

예전에는 '운동'이란 단어가 몸을 가꾼다는 의미보다는 체력을 기른다는 의미로 쓰였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길러 노후에도 건강하게 지내자, 생산성을 높이자, 위기상황에 능률적으로 대처하자.' 등 체력을 기른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것들 보단 당장 외적으로 보이는 것을 얻기 위한 운동이 유행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것에 과학이 접목되었고 우리는 자신의 신체를 좀 더 단기간에 돋보이게 하기위한 약을 먹게 되고 그에 따른 식단을 짜게 되었다. 아침은 고구마 반 쪽, 점심은 닭 가슴살 150g과 샐러드, 저녁은 밥 반공기와 적은양의 육류음식 등 식단마저 수치화 되버린 것이다.  그리고 운동할 때는 근육보충제를 반드시 챙긴다. 헬스트레이너들은 조언한다. “당신이 지속적으로 멋진 몸을 지키고 싶다면 이러한 식습관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비만인 사람을 떠올려보자. 당신은 어쩌면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다른 체격과 답답하게 느껴지는 움직임. 하지만 생각해보자. 그들은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들인가? 게으른 사람들인가? 그들은 사회의 낙오자인가? 날씬하고 다부진 몸을 가진 당신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할 줄 알며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엘리트인가? 앞서 물은 모든 질문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들이다. 외적으로 보이는 체형 하나로 이러한 수많은 질문들의 답을 낼 수 있게 된 사회. 그것이 오늘날의 우리사회다.

우리가 만든 사회,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 

이제 더 이상 개인이 자신의 몸을 외적으로 가꾼다는 것은 우리사회에 선택 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어버렸다. 겉으로 보이는 몸으로 개인의 능력까지 판단하는 사회에서 누가 몸을 가꾸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온갖 매스미디어에서는 소위 말하는 몸짱 등을 다루며 몸을 가꾸지 않은 사람을 마치 사회의 낙오자처럼 묘사한다. 단순히 말라 보인다, 뚱뚱해 보인다, 남자라면 이래야지, 여자라면 이래야지 하는 개인적 감상이 대중에게 일반화 되었고 이것은 사회의 암묵적인 틀이 되었다. 우리는 그 틀에 자신의 몸을 찍어내야 하고 안 찍어 내는 사람이 있는지 서로 감시하는 상황에 오게 되었다. 능동이라는 이름의 수동으로 말이다.



물론 개인이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돌본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고 칭찬 할 만 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가 만들어낸 시선으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사회가 정해준 모델이 되기 위해 살다보면 나머지 일들마저 또다른 억압으로 개인에게 다가올 것이다. 사회가 만든 이상적 표본에 의해 개인은 능동이라는 이름의 수동을 강요받고 있다. 정말 모든 남성은 180cm의 키에 복근을 키워 식스팩을 가져야만 하는가? 또한 모든 여성이 47kg과 44사이즈의 옷을 입기위해 노력해야만 하는가? 

자신의 몸 관리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정말로 개인의 몫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자.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몸을 사회의 시선에 맞춰 사육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