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故 최동원 선수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고교 야구의 전설, 최초의 메이저리그 입단 제의, 그리고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한국시리즈에서 4승 까지 그는 말 그대로 야구 영웅이었다. 그와 같이 야구에 평생을 받친, 야구영웅이 없었다면 프로야구가 지금과 같은 인기 스포츠가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야구선수가 화제에 올랐다. 요즘 트위터에서 ‘야구계의 위키리크스’ 역할을 자청하는 강병규다. 강병규는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장으로 가서 국고를 낭비했다는 의혹, 상습도박, 시계 판매대금 횡령 혐의 등으로 한동안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하다가 트위터를 통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트위터에서 자신이 대변인으로 있던 선수협과 관련하여 야구 관계자들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을 날리던 것이 주목을 받다가, 이번 주에는 선수협 회장시절의 이종범 선수의 행적을 비난해서 큰 논란거리를 만들어냈다.

재미있는 것은 ‘전설의 투수’인 최동원과, '범죄자'로 전락한 강병규는 상당히 비슷한 점이 있다. 야구계에 공헌한 것이나, 실력으로 보나 어떻게 비슷한 점이 있냐고 화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력외적으로 봤을 때의 행보는 유사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부분이 완벽하게 달랐다. 그 ‘다름’이 최동원을 ‘전설’로, 강병규를 ‘막장’으로 만들었다.




선수협을 만들려고 했던 그들

최동원은 88년도에 해태 김대현 선수가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하는 것을 보고 “같이 운동을 하던 선수가 세상을 떠났지만 도울 방법이 없었다”며 연습생들의 최저생계비나 연금 제도같은 복지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선수협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프로야구 구단 측의 강력한 저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강병규 역시 2000년도에 선수협을 만들 때 참여하여 대변인을 하면서,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호응을 얻어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이 둘은 선수협에 관련된 이후에, 바로 다른 팀으로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한다. 롯데맨이었던 최동원은 삼성으로, 두산(OB)맨이었던 강병규는 SK로 가게 된다. 둘 다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한지라 야구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을 수밖에 없었을 상태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1년 만에 은퇴한다.

은퇴 후에도 둘은 방송 쪽으로 진출하게 되는데, 최동원은 야구 해설위원을 하기도 했고, 토크쇼에도 자주 출연한다. 젊은 사람들은 최동원에 대해서 야구하는 모습보다는 방송에 나오는 넉살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강병규는 야구선수보다는 방송인으로 더 이름을 알린 편인데, '비타민',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해피 선데이’ 등의 굵직굵직한 예능프로그램의 MC를 맡으며 방송인으로서는 성공가도를 걸었다.

정리하자면 둘은 선수의 권익을 보호하는 선수협을 만들려다가, 구단의 압력을 받아 다른 팀으로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했고, 다른 팀에서는 1년정도 활동을 한 후 은퇴를 했다. 은퇴 후에는 방송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여기까지는 행보가 정말 비슷하다. 그러나 둘은 야구에 대한 태도가 달랐다.



야구를 사랑하는 최동원, 야구를 이용하는 강병규

최동원은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했다. 90년도에는 방송에 많이 나가다보니 사람들이 자신을 ‘야구인’이 아닌 ‘방송인’으로 기억할까봐 야구해설 이외의 모든 방송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야구인으로서의 의식을 갖고 있었고, 기회가 닿자마자 한화코치와 2군 감독을 맡는다. 지도자로서 활동을 안 할 때도, 리틀야구와 사회인 야구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야구선수로서의 자존심도 강했다. 선수시절에도 한 번 안타를 맞은 선수에게 “칠테면 쳐봐라” 식으로 안타를 맞을 때와 똑같은 구질의 공을 던지기로 유명했다. 최고의 스타면서도 무명야구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선수협을 만들려고 했고, 구단의 강력한 힘에 굴복하지 않았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빠르게 은퇴를 했다. 그리고 죽기 1주일 전까지도 그는 “괜찮다”라고 했다.

스스로 야구가 전부였다고 말하는 최동원, 야구에 대한 사랑과, 선수로서의 자존심이 수많은 사람들이 선수시절 그에게 열광하게 했고, 지금은 이렇게 그를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강병규는 이와 대비된다. 방송활동을 못하고 궁지에 몰리게 되자, 그는 야구를 자신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방송인으로 무너지니까 야구선수 출신임을 강조하며 선수협에 관련된 많은 야구 관계자들을 비난하면서 화제를 만들었다. 야구선수로서는 구단과 KBO에 타협하지 않고 나왔다는 점을 말하면서 일말의 자존심이라도 지키고 싶었던 걸까?

그의 비난에는 일견 이해할 수 있는 면도 있다. 선수협은 당시나 지금이나 제대로 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트위터로 야구계를 비난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생각하는 선수협 내 배신자 중 하나인 양준혁에 대한 과거의 ‘개인적인 악감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가 야구계를 위하는 마음에 건전한 비판을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비난을 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그가 혹시 종편이나 케이블에서 한자리 하려고 저러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그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자신의 야구선수 시절 경력을 팔아먹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 한다는 의심이 들만한 상황이다. 강병규 본인이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런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 자체에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야구를 정말 사랑하고, 야구선수로서의 자존심이 있었더라면 적어도 이런 식으로 트위터에서 툭툭 던지듯이 가볍게 선수협 문제를 이야기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수협 문제는 누구를 비난한다고 해서 본질적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강병규, 최동원을 가슴에 새겨라

▲출처 - 연합뉴스
강병규는 야구팬들로부터 “잃을게 없는 상태가 되니, 함부로 말을 막 한다”며 ‘막장’ 취급을 받고 있다. 강병규의 도덕성이 무너진 이상, 그리고 계속 트위터로 툭툭 던지듯이 말하는 이상 그가 하는 말의 진정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강병규는 최동원을 배워야 한다. 그가 진정 야구계를 위한다면 특정선수를 비난하는데서 그치면 안 된다. 선수협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진중해질 필요성이 있고, 야구계를 위해 일하는 실질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가 지난 과거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나아가 사회인 야구나, 리틀 야구의 육성을 힘쓰면서 야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면 사람들도 그를 다르게 평가할 것이다.

그는 트위터에 “최동원... 그 이름을 가슴에 새기며 야구를 배웠다.”고 했다. 최동원의 이름을 가슴에 새겼다면, 야구 사랑과, 야구선수로서의 자존심 역시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