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이 첫 방송을 탄지 이 주일이 지났다. 하이킥 시리즈는 현실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가도를 달려왔다. 이번 하이킥3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업에 실패한 가장에서부터, 예상외의 진지함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항문외과의사까지, 갖가지 인간 군상이 등장하여 극의 사실성과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캐릭터는 ‘백진희’. “돈없고, 빽없고 빚만 많은 청년백조”인 그녀는 88만원 세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88만원세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백진희는 88만원세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과 씁쓸함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졸업반 대학생이다. 학비가 없어 3학기를 휴학한 그녀에게 남은 것은 학자금 대출로 인한3000만원의 빚과 220원의 통장잔고뿐. 제대로 된 집도 구하지 못한 채,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고시원에 지내는 그녀는 옆방 사람에게 폐를 끼칠까봐 통화도 크게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취업마저 힘든 상황이다.

 20일 방송된 에피소드는88만원세대의 애환을 가장 잘 드러내 보였다. 백진희는 극 중 동아리 선배 박하선과 함께 한 고깃집에서 술에 취해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녀는 덜 익은 고기 몇 점을 허겁지겁 상추에 싸 먹고는 “6개월 만에 고기를 먹어서..”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는다. 그런 그녀는 “저 정말 취업준비 열심히 했거든요. 정말 열심히 해서 토익도 900점 넘었구요. 컴퓨터 자격증만 3개구요. 그런데 서류 200번 떨어지고 면접은 50번 떨어졌어요”라고 넋두리한다. 덧붙여, “대학 4년 반 동안 추억도 없고 알바한 기억밖에 없는데 남은 거라고는 학자금 대출 3658만원이네요”라며 하소연한다.
 
 물론 이와 같은 설정이 모든 20대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20대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아래 부족함없이 대학생활의 영위하고 있다. 그렇지만, 백진희는 88만원 세대의 가장 낮은 곳을 비춤으로써 20대가 맞닥뜨린 참혹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이킥은 이렇게 88만원 세대를 방송에서 캐릭터의 하나로 다룸으로써 88만원 세대라는 담론이 거부할 수 없는 현실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www.interview365.com/news/7752



20대의 절실함마저 농락하는 자본과 권력의 힘

 그녀는 88만원 세대를 묘사하는 동시에, 그 세대를 둘러싼 세태를 비판한다. 지난 22일 방송된 에피소드는 20대를 둘러싼 현실이 갖는 부조리함을 드러낸다. 200번 서류에 떨어지고 50번 면접에 떨어진 그녀지만 오매불망 취업만을 바라며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그녀는 ‘삼진물산’이라는 기업에서 서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선 면접장에서 그녀가 처음 받은 질문은 “어제 코스피 지수가 몇이냐?”는 것. 하지만, 백진희는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면접관은 3학기째 휴학 중이냐는 둥, 옷에 뭐가 묻었다는 둥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을 보인다. 점차 불합격이 확실해지는 순간, 삼진물산 박규사장이 등장한다. 사장은 “나는 10초만에 짜장면 먹고 일했다”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자랑한다. 이에 백진희는 “저는 더 빨리 먹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사장은 10초안에 짜장면을 먹으면 합격시켜 주겠노라고 말한다. 백진희는 9분 37초만에 짜장면을 흡입하고 결국 취직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출근 첫날, 박규 사장은 첫 출근부터 늦는 사원은 있을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진희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각을 하게 된다. 지각한 사원이 ‘짜장면10초안에 먹기 신공’을 발휘한 진희라는 사실을 안 박규 사장은 면접 때처럼 공정하게 10초의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다. 진희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 10초 안에 골인하는 듯 했으나 볼펜에 미끄러져 결국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 아느냐. 공정하게 나눠주는 것이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 공정하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너희들은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진희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낙오되었다’고.

 누군가에게는 꿈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계일지도 모를 취업이지만, 그들에게 그런 절실함과 고통 따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임의로 규칙을 정해버린 후, 그에 맞지 않으면 거침없이 ‘탈락!’을 외친다. 그들이 가진 자본과 권력 아래 ‘공정’이라는 단어조차도 제멋대로 정의된다. 그렇게, 진희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농락당한다. 진희를 갖고 논 사장의 이름이 ‘박규’인 것은 가혹한 현실에 대한 비난의 의미이다.



 백진희라는 인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20대를 둘러싼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증명하고 있다. 하루하루 아둥바둥하며 살지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현실의 장벽 앞에 좌절하고 절망하는 백진희와 그녀를 닮은 우리 20대. 하는 일 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그녀에게도 볕들 날이 있을까? 오늘도 퍽퍽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백진희에게 부디 환한 웃음꽃이 피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