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학교 곳곳엔 학생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또 곳곳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담은 전단을 나누어주고 있다. 9월 21일 캠퍼스를 걷던 오후, 바람이 유난히 차다. 안성캠퍼스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데,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 재학 중인 A모씨를 만나서 이야기 해보았다.

학생들의 의견을 담은 전단


음, 일단 간단한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 저는 산업과학대학 산업정보계열 10학번이에요.

방금 어떤 수업을 듣고 왔나요?
- 경영학원론 수업을 듣고 왔어요.

왜 경영학 수업을 들으셨어요? 경영학원론은 경영학부의 전공기초수업이지 않나요?
- 음, 얘기가 길어지겠군요.

어떤 이유인지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 저는 1학년 1학기를 다니고 1년 휴학을 했어요. 1년 뒤, 1학년 2학기로 복학을 하고 수강신청을 하려고 보니 학과 수업이 없어졌어요. 알고 보니 구조조정이 되어 과가 없어지는 바람에, 제가 원래 선택하려고 했던 정보시스템학과 수업 대신 경영학부 수업 커리큘럼에 따라 들어야 한다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죠.

그럼 휴학을 할 때 구조조정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는 말은 많았어요. 그렇게 얘기만 들었지 진짜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복학신청하고 수강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수업을 선택할 수 없어서 당황스러웠어요.

구조조정으로 인해 과가 없어져서 특히 불편한 점이 있나요?
- 우선은 산업정보계열 전공기초 수업이 경영학부에 없으니까 그게 제일 불편해요. 수업을 들을 때에도, 경영학과 학생들은 어느 정도 전공에 대해 관심도 있고 아는 것도 있으니까 저는 부담이 되죠. 그리고 소속감이 없다는 게 제일 슬픈 것 같아요. 뭔가 어중간한 느낌?

그럼 소속을 말할 때는 어떻게 말해요?
- 그냥 산업정보계열이라고 해요.

소속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어떤 게 있나요?
- 선·후배도 없고, 구체적으로 과로 나누어진 게 아니라 선배라고 말도 못하죠.

지금 학생회 측에서 학생들을 위해 많은 대응을 하고 있는데 작년에도 그랬어요?
- 구조조정 얘기는 많았지만, 적어도 내가 1학년 1학기 다닐 때에는 지금처럼 학생들의 대응은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지금 구조조정에 대해 얘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음, 민감한 부분이긴 한데, 어느 부분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은 해요. 그런데 굳이 할 거면, 대상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통·폐합이 되는 것에 대한 선택의 기회도 줬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보시스템학과’를 아무리 전공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하더라도,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럼 나중에 취업할 때 인사담당자도 ‘이 과는 없어지지 않았나?’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는 당연히 불리한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통·폐합에 관련된 얘기도 많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우선, 많은 사람들이 언론에 보도된 것만 보고 잘못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보면 ‘와, 안성캠퍼스 학생들은 좋겠네.’ 이런 말이 많아요. 그걸 보면 솔직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아요. 통·폐합이 된다고 해서 학생들이 서울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학적 표기도 서울로 되는 게 아니에요.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 안성캠퍼스가 서울캠퍼스에 비해 시설이 낙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각 과 별로 수업권을 보장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캠퍼스 이전 한다고 더 이상 안성캠퍼스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인천 검단신도시 그리고 하남에 신캠퍼스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게 물 건너갔다는 기사를 봤어요. 사실상 더 이상 캠퍼스 이전을 할 수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캠퍼스 하나를 만드는데 몇 년은 걸리잖아요. 그럼 일단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실상 신캠퍼스는 별 도움이 안되죠. 당장 내가 이 캠퍼스에 다니고 있는데, 등록금 내고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솔직한 외침


음, 그럼,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난 후배가 없는데……. 음, 나도 밥 사줄 수 있는데 후배가 없네요.

 A씨는 조심스러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솔직했다. A씨는, 그리고 많은 학생들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원하고 있다.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공부하는 것. ‘구조조정’, ‘통·폐합’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는 뜨겁다. 덩달아 학생들도 혼란스럽다. ‘다음 학기에는 군대를 가야지’, ‘휴학하고 유학을 가야지’ 했던 학생들은 불안하다. 내가 없는 사이,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9월 28일 학생총회를 알리는 현수막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많은 학생들이 학우들의 권리를 위해 외치고 있다. 오는 9월 28일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서는 학생총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