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대학가요제의 대상 수상팀인 ‘이대 나온 여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네티즌들이 그들의 곡 ‘군계무학(群鷄無鶴)’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리쌍의 ‘광대’, Nouvelle Vague의 ‘This is not a love song'과 도입부가 흡사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 2009 제33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팀, '이대 나온 여자'

그러나 MBC 대학가요제의 박현호 PD는 “3차의 예심, 본심을 통해 수많은 전문가들이 심사했으나 그 어느 누구도 표절을 논하지 않았다”며 이대 나온 여자의 곡이 표절이 아님을 못 박았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G-dragon의 경우와는 달리 ‘표절 논란은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이 제기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견들이 함께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이 확대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온라인에서의 자연적인 확산이 아니라 언론이 중간 개입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최근 2PM 재범, G-dragon, 이대 나온 여자에 이르기까지 옐로우 저널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언론 덕에 ‘이대 나온 여자’도 격렬하게 ‘욕 먹고’ 있는 것이다.


▲ 최근 옐로우 저널리즘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G-dragon과 2PM 재범.


‘이대 나온 여자’가 표절을 해서 대상을 탔든 아니든, 그것이 지금 ‘이대 나온 여자’를 욕하는 당신과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 대중들이 대한민국 음악의 질, 대학가요제의 공신력을 그렇게 걱정하는 사람들이었나. ‘이대 나온 여자’의 노래가 표절이라면 리쌍이나 Nouvelle Vague가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고, 그 때 욕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표절인지 아닌지를 두고 벌이는 논쟁은 소모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표절 논란 속에서 ‘이대 나온 여자’는 대학가요제 대상 팀으로서 받아야 할 온당한 평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가사가 보여주는 진정성은 최근의 대학가요제를 통틀어 가장 멋진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것을 은유적이면서도 직설적인 가사로 풀어낸 그들. ‘이대 나온 여자’가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표절 시비 앞에서 묻혀버리고 있는 것이다.

‘개성 없는 이 세상’에서 ‘사회에 바친 개성’을 찾는, ‘피기도 전에 짓밟혀버린’, ‘강요된 삶을 살고 있는’ 20대에게 ‘젊음에 맞는 개성을 찾자’, ‘젊음아 세상을 두려워 말자’라고 외치는 그녀들의 강렬한 메시지는 표절 논란 앞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돈’이라는 절대 군주 앞에서 토익, 자기소개서에 매달리는 20대들의 현실, ‘자본의 노예’, ‘세계화의 희생양’이 된 20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모두 같은 눈코입을 하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네’라는 노래 속의 가사는 돈과 성공이라는 가치만을 위해 달려가는 똑같은 20대를 묘사한 가사였다. 지금 이 가사는, ‘이대 나온 여자’의 이 가사는 언론이 표절이라니까 ‘이대 나온 여자’를 매장시키기라도 하겠다는 듯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대는 똑같은 네티즌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대 나온 여자’라는 팀명에서부터 여대, 특히 이화여대에 대한 편견을 정면으로 비웃고, ‘군계일학’을 패러디한 노래 제목 ‘군계무학’을 통해 20대라는 세대를 정확하게 통찰해 낸 그들의 개성과 세상 앞에의 당당함, 그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표절 논란과 상관없이 분명히 존중되어야 할 것들이다.

‘이대 나온 여자’에 대한 소모적 표절 시비는 좀 멈추고, 잠시 그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함께 음미해 보았으면 한다.



이대 나온 여자 - 군계무학(群鷄無鶴)


난 지겨워 재미없어 개성없는 이 세상은 이 노래는 마치 사회에 바친 개성을 찾는다
실종전단지 실종된 개성을 찾습니다 나인 모릅니다 피기도 전에 짓밟혀버린 꽃입니다
음악일 뿐입니다 듣고 흘림 그만이지 뭐 나그네 뮤지션
개똥철학의 서사시 편하지 않은 선의의 해코지
뻔할뻔짜만큼 fun하지 않은 개성을 상실한 젊음은 모두 다 유죄

나나나나나나 강요된 똑같은 삶을 살지 말자
나나나나나나 내 꿈을 현실과 바꾸지 말자
나나나나나나 젊음에 걸맞는 개성을 찾자
나나나나나나 젊음아 세상을 두려워 말자

모두 같은 눈코입을 하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네
돈 벌어야 해 어서 나 성공해야만 해 개성 따위 챙길 여유 없어 나

현실은 뭐 현실은 돈 돈돈이란 절대군주가 통치하는 세상
손때 묻은 토익책 움켜쥐고 오늘도 쓴다 망할 자소서
내 어릴적 꿈들은 담배연기와 함께 사라져가네
돈없고 백없는 백수를 위한 나라는 없지 그럴리 없지
386세대는 말하지 복 받은 20대는 불평도 많지
우린 자본의 노예 세계화의 희생양 복도 참 많다 아싸 좋다

나나나나나나 강요된 똑같은 삶을 살지 말자
나나나나나나 내 꿈을 현실과 바꾸지 말자
나나나나나나 젊음에 걸맞는 개성을 찾자
나나나나나나 젊음아 세상을 두려워 말자

모두 같은 눈코입을 하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네
돈 벌어야 해 어서 나 성공해야만 해 개성 따위 챙길 여유 없어 나

나나나난 나나나나나 나나나난 나나나나나
나나나난 나나나나나 나나나난 나나나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