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바랜 부모님의 연애시절 사진을 보고 가슴이 설레고, 헌 책방의 쾨쾨한 냄새를 좋아하며, 유행하는 일레트로닉 음악보다는 통기타에서 울리는 소소한 음악에 더 끌리는 당신. 그대에게 닥 맞는 ‘아주 오래된 낭만’을 선물합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포스터



지난 7월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미국,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질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고 200만 관객몰이에 성공하였다. 영화는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순위10위 안에 드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유일하게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중국 수출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소중한 날의 꿈],[돼지의 왕]등 여러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화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TV에서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전성기가 돌아왔다. 그 중심에는 4000억원에 가까운 몸값을 자랑하는 뽀통령 ‘뽀로로’가 서있다. 소아과에서 아이들에게 주사를 놓고 ‘뽀로로’ 밴드를 붙어주었더니 아이들이 더 이상 울지 않는다는 이야기부터 ‘뽀로로’가 채소를 먹으니 덩달아 편식을 하던 아이들도 채소를 잘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 까지 모두 뽀통령의 위엄으로 불린다.

하지만 과거가 없다면 현재도 없을 터. [마당을 나온 암탉]부터 ‘뽀로로’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달라져가고 있는 지금, 지나간 한국 애니메이션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 42.8%,  ‘날아라 슈퍼보드’

[날아라 슈퍼보드]의 한 장면



‘날아라 슈퍼보드’는 ‘식객’,‘꼴’로도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씨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의 스토리라인에 충실하다. 주된 이야기는 화과산에서 태어난 돌원숭이로 손오공이 원숭이 왕 노릇을 하다가 하늘로 가서 말썽을 부린 뒤 억만근 쇳덩이 밑에 깔리는데 그 후 지나가던 삼장법사가 손오공을 구하고 요괴들을 봉인하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날아라 슈퍼보드’의 원작 만화책 제목은 ‘미스터 손’인데 1990년 KBS에서 처음 방영되면서 ‘날아라 슈퍼보드’로 이름을 바꿨다. 이 작품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5기까지 방송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무려 11년 동안 방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기부터 시작된 시청률 하락으로 종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한번쯤 사오정의 “나~~방”을 따라 외치며 개인기 연습을 해보았을 것이다. 또한 코를 들어 올리며 저팔계 흉내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최불암 개그와 함께 ‘사오정 개그’라는 신조어가 탄생하였으며 당시 많은 어린이들의 소소한 개그물이 되었다.

순정만화의 최고봉, ‘달려라 하니’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 하니와 흔치 않은 목소리의 홍두깨 선생님.



KBS에 의해 방영된 초기 방송용 애니메이션인 ‘달려라 하니’는 순정만화이다. 이 작품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소녀 주인공 하니가 역경을 딛고 육상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07년 만화가 이진주씨의 작품인 ‘달려라 하니’는 뮤지컬로 재구성되었다. 그리고 주인공 하니는 서울 강동구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도 했다.

하지만 ‘달려라 하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청량한 목소리로 씩씩하게 주제곡을 부르는 목소리일 것이다. 당시 최고의 여가수였던 이선희씨가 불렀던 주제곡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달려라 하니’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인 홍두깨와 구은애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흉내 내고 있다.

우리들의 영원한 친구, ‘아기공룡 둘리’

[아기 공룡 둘리]의 한 장면



육식공룡이지만 초식공룡 엄마를 둔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둘리는 1987년 KBS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여졌다. 만화는 떠내려 온 빙하에서 눈을 뜬 둘리라는 아기공룡이 엄마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 중 둘리는 자신에게 초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한 번에 방송되던 ‘아기공룡 둘리’는 대한민국 대표만화로 손꼽힌다.

이러한 둘리의 탄생 배경에는 만화가 김수정씨의 이야기이자 시대의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있다. 만화의 캐릭터가 교과서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면 심의를 통가하기 어려웠던 시대적 현실과 한 지붕 여덟 가족이 흔하던 시대적 모습이 바로 그 것이다. 시대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기공룡 둘리’는 지난 2003년 둘리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그리고 아직도 둘리는 생활용품이나 문구등으로 우리의 삶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다시 찾아봐요

이렇듯 한국 애니메이션이 재조명 받기까지에는 다양한 한국 애니메이션들의 존재가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다시 한 번 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가? 다시 그 캐릭터들을 만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망설이지마라. 그들은 지금도 자신들이 서 있던 그 곳에서 다시 돌아올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