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장 선거를 통해 서울시립대의 이사장이 결정됐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고? 서울 시장은 곧 서울시립대의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금 서울시립대의 이사장은 바로 박원순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그가 내세웠던 공약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이 연일 화제다. 시립대가 설립이래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것이 처음이라 할 정도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말 그대로 시립대이기 때문에 시장의 권한이 크다. 그런 그의 공약에 따라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아직 시의회의 결정이 남아있지만 시립대는 벌써 축제분위기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공약을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기위해 182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연간 평균 477만 원인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은 내년부터 200만 원대로 떨어지게 된다. 

출처: 서울시립대 홈페이지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았는데 유난히 눈에 띄는 주장이 있었다. 바로 서울시립대에 다니는 지방 학생들에게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점이 타당하냐는 주장이다. 올해 서울시립대의 입학생 출신 비율을 봤을 때, 60.3%가 서울지역이 아닌 지방출신이었다. 또한 최근 3년간 입학생 중 지방 학생 비율은 절반을 넘어왔다. 이러한 시립대의 상황에 대하여 김정재 서울시의원은 ‘지방 학생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등록금을 내주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 했다.

하지만 과연 서울시립대에 다니는 지방학생들에게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점이 그렇게 옳지 못한 일일까? 글쎄, 그것은 학교의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서울시립대는 서울시가 주인인 ‘시립대’인 만큼 엄연히 지방학생들에 비해 서울시 학생들을 우대하고 있다. 애초에 입학전형에서 서울시 소재 학생만 쓸 수 있는 ‘서울핵심인재’라는 학생부전형이 따로 있다. 게다가 서울시 출신 학생들은 입학할 때, 입학금까지 면제된다.

 

그리고 서울시립대는 대학이다. 학생들이 서울시립대로부터 입학을 허가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시립대로부터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울시립대에서 키우는 인재들이다. 그들에게 출신지에 대한 꼬리표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 대한 투자는 출신을 넘어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방출신 학생이라고 졸업 후 무조건 서울로부터 등을 돌리고 지방으로 가버리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러한 불만을 지닌 이들에게 왜 대학생들이 올해부터 '반값등록금'을 외치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왜 우리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나가 시위하는지 모르는 것일까? 지금 우리나라 대학 학비는 말 그대로 너무 비싸다. 아무리 서울시립대 등록금이 타 대학에 비해 싸고 앞으로 더 싸진다 해도, 자기가 낸 세금으로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 이유가 있을까? 그럼 자신이 낸 세금은 조금이라도 타지방사람들에게 이익을 주지 않게 해야 되는 것인가?

 

서울시립대 반값은 단순히 서울시립대생들만을 위한 ‘반값’이 아니다. 분명히 다른 국립, 사립대들에게 영향이 있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일단 시립대의 등록금이 내려간다면, 타 대학 학생들이 자신들 학교의 비싼 등록금에 대한 반발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등록금의 이유로 유능한 인재들이 시립대에 대거 지원하게 되면 다른 대학들은 경쟁력을 잃고 만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국 대학들은 시립대의 영향으로 등록금 인하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그토록 수많은 학생들이 상상하고 바라왔던 반값등록금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우리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일이 아닐지라도 ‘반값등록금’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감사원을 통해 대학등록금의 비합리성이 다시 드러난 지금, 우리가 다시 한번 ‘반값등록금’에 희망을 가져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