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범죄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살인사건 중 54%가 묻지마 범죄로 인한 살인사건이란다. 묻지마 범죄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전세계적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되면서 오는 심리적 불안감과 불행을 폭력으로 표출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우리나라에서 묻지마 범죄의 시초를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사건은 2003년 2월18일에 일어났다. 오전 9시 53분, 대구광역시 1호선 중앙로역에서 12량의 지하철 객차가 뼈대만 남긴 채 모두 타버린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50대 중반의 지적장애인인 한 남자가 자신의 신병을 비관해 ‘혼자서는 죽기 싫다, 같이 죽자’며 휘발유를 담은 페트병 2개에 불을 붙인 뒤 바닥에 던진 것이다. 이 사고로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을 당하였으며 사고 다음날 정부는 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만 자주 접했던 ‘묻지마 범죄’가 한국에서도 일어나자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2004년 11개월 동안 21명을 무차별적으로 살인한 ‘유영철 사건’과 2006년 부유층과 사회에 대한 증오심에 자신과 관련이 없는 5명을 그저 살인한 ‘정남규 사건’ 등으로 묻지마 범죄는 악질 범죄의 전면에 부상했다. 최근에는 대구 도심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출근시간, 지적 장애인 한명이 무차별적으로 70대 할아버지를 살해하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우울증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16세 남자고등학생이 예쁜 여자만 보면 흉기로 찌르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시각에도 계속 일어나는 묻지마 범죄는 방법은 각자 다르지만 우발적, 현실 불만이 공통된 이유다.


묻지마 범죄란?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해?

 묻지마 범죄란 아무 이유 없이 행해지는 범죄나 살인행위를 말한다. 그러니 범죄를 저지른 목적이나 이유, 정해진 범행대상도 없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일반 살인에 비해, 가해자와의 상관성이 없는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은 모두 적’이라는 극단적인 사고가 형성 되었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이나 자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또한, 폭력이나 알콜 중독 등 정신적 병리 상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정당행위’ 또는 ‘사회의 이로운 행위’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죄의식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제 2차 범행, 3차 범행으로 이어진다. 갈수록 범행 수법이 대담해지면서 같은 장소에 있는 ‘아무나’가 표적이 되고 ‘기분 나빠서’ ‘그냥’ ‘그냥 한번 해보고 싶어서’등의 단순한 이유로 살인까지 이어지는 묻지마 범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는 진짜 영웅들.

 얼마 전 끝난 2011년 8월 대구세계육상 선수권 대회 시즌 당시, 대구지역의 범죄율이 2010년 8월 당시보다 무려 10%이하 감소했다는 집계가 보도되었다. 거슬러 올라가 2002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감동과 흥분을 일으켰던 월드컵 때 역시 범죄율이 낮았다. 이유는 전국적 축제 분위기로 ‘공동체 의식’ 심리가 작용해 범죄율이 많이 줄었던 것이다.

얼마 전 PD수첩에서는 ‘정신질환 그들은 왜 흉기를 들었나?’를 방송하며 정신질환자 범죄자가 매년 2000건에 달하며 그들을 흉악범인가, 치료받지 못한 환자인가에 대해 얘기했다. 사회 전반에서는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정신 이상자’이기 때문에 범죄 요인이나 방법들을 예측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정신 이상자’판정이 났을 때는 형량을 줄이거나 보호소에 수송돼 정신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03년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연쇄적으로 20명을 살해한 유영철에 대한 감정 결과도 ‘반사회적 인격 장애’라고 하지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발작하는 것 말고는 간질 발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범죄의 심각성과 예외성을 감안해 반드시 정밀 진단을 통해 정신병 여부와 정신병이 인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정밀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린 시절의 가시적인 폭력이나 장기적으로 축적되는 정서적 학대, 폭력이 그들의 정서에 스며들면 범죄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직접적인 폭력에 벗어난 후에도 애정 결핍에서 오는 욕구 불만으로 사랑과 주위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심리가 범죄로 이어질 수 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 혹은 자녀가 이런 범죄의 사각지대에 노출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 보다, 범죄자가 이 사회에서 나타나지 않게 하기위해 주변인들에게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교육 부분에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게 범죄자들이 초, 중, 고등학교 시절에 품행 장애를 드러내지만 오로지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 몰두하는 교육 현실에서 품행 장애를 일으키는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을 베풀어줄 여유가 없으니 범죄 예방이 될 리가 없다.

묻지마 범죄와는 다른 형태의 범죄지만 한 때 대한민국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한 범죄자 ‘신창원’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머리 한번만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거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이것이 신창원 만의 일일까, 가정에서 소외받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조차 소외 받는다면 그들을 잡아 줄 사람은 더욱 찾기가 힘들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 되었던 걸프전의 영웅 콜린 파웰이 연설 중에 자신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웃집 아저씨’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가난과 부모님의 무관심으로 어렸을 때부터 도둑질하고 싸움을 하며 자랐지만 이웃 아저씨가 자신을 일탈 현장에서 벗어나게 도와줬다고 한다. 그때 이웃집 아저씨의 사랑과 진심어린 희망의 메시지가 없었다면 범죄의 나락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콜린 파웰의 연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유와 범행대상도 확실치 않은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범죄자들의 심리를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범죄자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범죄로 이어지는 각 경로들을 찾아 미리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수 밖에는 없다. 사소하지만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나가는 가에 따라 커다란 결과적 차이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이제 더 이상은 범인 혼자만의 이유와 기준으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심에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범죄자들이 사랑과 관심의 변화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영웅은 바로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