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5일, 출범 10돌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동시에 기념식장 밖에서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현병철위원장에 대한 항의와 사퇴요구가 있었다.

언론검열, 통금시간, 장발단속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30~40년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인권후진국이었다. 하지만 1980년 후반부터 시작된 인권운동과 시민운동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2001년 인권위를 설립한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인권위를 반갑게 봐주는 정권은 없었다. 인권위가 오늘날까지 오기에는 험난한 길을 걸어와야 했다. 특히 인권위가 법무부 산하 특수법인이 아닌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출범하는데는 3년간의 투쟁이 필요했다. 이러한 투쟁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인권위가 설립된 것이다.

출처 : 한겨레


하지만 오늘날, 이명박 정부하는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설립된 인권위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를 시도하다 끝내 인권위 조직 인원을 21%로 감축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은 안경환 위원장이 중도사퇴한 인권위원장 자리에 인권과는 전혀 상관없는 행보를 보여온 현병철씨를 취임시켰다.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운영에 반발해 기존 전문위원들이 집단사퇴를 하지만 인권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빈자리를 친정부인사들로 채웠다.

 

서울 을지로 1가 인권위 건물 출처 : 경향신문

오늘날 인권위에 대한 평가도 긍정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지난 6월 1일 유엔인권 이사회가 발표한 한국의 ‘표현의 자유’ 보고서는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견해를 표현하는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와 박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10월 4일 중도 보수성향의 전문가들이 발표한 ‘인권기본계획’는 국내 인권상황이 크게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와 비정규직 인권, 인간답게 살권리 분야가 가장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미네르바사건, 박원순서울시장에 대한 국가의 명예훼손 소송, 피디수첩 사건, 집시법의 야간시위 금지 규정 등 이명박 정부 아래 오늘날 인권의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다.

인권은 사람이 갖고 있고,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권력을 위해 정치적 도구로 인권을 이용하거나 침해하는 행위는 있을수 없다. 인권위가 정치와 독립해야 하고, 소수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사실은 국민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10돌을 기점으로 인권위가 잃어버린 초심을 바로잡고 더욱 성숙할 수 있는 기점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이번 한미 FTA의 비준안 통과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가 지난 23일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시위를 불법시위로 간주하고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에 물대포를 쏘아대며 시위대에 맞서고 있다. ‘식물인권위’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들을 위한 인권위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