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다. 한글 창제를 하게 된 세종의 마음과 한글을 만드는 과정, 한글 창제 당시 반대 세력들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현대인들의 대화 속에는 비속어, 외래어가 난무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뿌리깊은 나무가 인기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튼튼한 스토리도 한 몫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대인들에게 한글에 대해 다시 새롭게 생각하고 세종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주인공 장운은 이웃집의 땔감으로 나무를 해다 주는 일을 한다. 나무를 해다 줄 때마다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 가는데 정자에서 눈이 빨간 양반 할아버지를 만난다. 한양에서 왔다는 할아버지는 장운에게 새로 만들어진 글자를 가르쳐준다. 그리고 글자를 외워오면 쌀 한 되를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장운은 누이에게도 가르쳐 주고, 오복이와 난이도 가르쳐 주어 글로 기록을 해 둘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이인 덕이가 돈 때문에 먼 곳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하지만 장운이와 덕이는 새로 배운 글자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토끼 눈 할아버지는 눈병에 걸린 세종대왕을 가리킨다. 눈병에 요양 차 초정이라는 동네에 와서 세종대왕은 장운을 만나게 된다. 한글 창제하려던 시기는 세종은 많은 사대부들이 반대하였기에 고민이 가득했던 때이다. 즉 한자만이 우수하고 품위 있는 글로 여겨졌고 글자를 창조하는 일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인 것이다. 세종이 바라고자 한 바는 장운처럼 백성들이 어려운 한자로 백성들이 글자를 못 읽고 그에 따른 피해가 생기는 일을 막고 싶었던 것이다. 장운은 세종대왕이 가르쳐 준 글자로 편지를 주고받아 소식을 알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게 된다. 또한 사람들은 쉽게 배우고 신기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는 바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는 의의이자 백성을 위한 마음인 것이다.

 장운의 아버지는 석수장이였으나 손이 다친 뒤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장운은 아버지가 하던 일에 관심이 있었고 곧 재미가 들려 주변사람들에게 돌을 깎아 선물을 해주었다. 이러한 장운의 솜씨가 석수장이 점박이 눈에 들어 궁궐 안에다 짓는 기술단으로 한양에 입성하게 된다. 그곳의 석수장이들에게도 한글을 알려주던 장운은 임금의 부름에 불려가게 되는데 그 곳에는 빨간 눈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꽃 확을 다듬기 시작하는데 손윗사람과의 갈등으로 연꽃 확이 깨지고 만다. 속상해 있던 장운에게 임금은 물길로 쓰면 되겠다는 말에 장운은 큰 깨달음을 얻고 연꽃을 다듬기 시작한다. 연꽃 확을 어떻게 다듬었냐는 임금의 질문에 장운은 “돌을 깨어 내면 안에 든 꽃잎이 눈을 뜨고 피어난다.”고 대답한다. 이에 임금은 “장운아, 그러고 보니 나도 돌을 깨고 있구나.”라고 대답한다.

 장운은 가난한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도 불평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선에서 생활한다. 이러한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장운이의 환경을 자기 스스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원동력은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장운에게 기회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현대인들의 삶에서 가난한 환경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생긴다. 이는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원동력을 가지지 않았으며 갖고자 하는 노력 또한 하지 않았다. 주변 탓을 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았다면 가난한 환경에 대한 해답이 나왔을 것이다. 또한 매사에 ‘안될거야, 못하겠지.’와 같은 부정적인 태도라면 자신의 불우한 환경에 대한 해답은 어둠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가 세종대왕 중심이라면 초정리 편지는 세종대왕의 마음이 중심이다. 즉 초정리 편지에는 세종대왕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백성인 장운의 입장에서 쓰였다. 이것은 세종대왕의 마음을 부각시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를 위한 방법은 없을까하며 마음 깊이 고민한 세종의 마음이 드러난다. 백성들이 글을 못 읽어 피해보는 무지에 대한 슬픔에서 시작하여 백성이 깨우치는 상황을 보고 뿌듯해하는 기쁨까지 세종의 마음이 드러난다. 뿌리깊은 나무와는 다른 백성의 측면에서 한글 창제의 뜻을 되새겨보게 된다.

 책이 동화이기는 하나 어른들이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책이다. 옛 사대부들은 한글을 반대하고 한문을 우시하듯이 현대인들은 한글보다는 영어나 제2외국어에 치중한다. 또한 인터넷 용어, 외래어, 비속어가 급속하게 번져 한글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한 민족을 대표하는 글자로서 유일하게 창시자가 있는 글은 한글뿐이다. 위태로운 한글 체계 속에서 혁명적인 생각과 백성을 위한 마음을 생각해보면 기존에 한글에 대해 가벼이 여겼던 마음을 다시 되새겨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창제 후에도 한글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널리 쓰이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는 사대부들의 반대 때문에 그리했을 것이다. 어찌보면 외로이 사대부들과 싸우면서도 한글을 반포하기 위한 세종의 마음. 즉 백성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세종의 마음을 헤아려야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