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요시노 이발관>은 <카모메 식당>, <토일렛>으로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데뷔작이다. 일본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깨지지 않을 것만 같은 전통과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상 사이의 대립을 그려냈다. 대립의 양상을 우화적인 방식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일맥상통한다. <요시노 이발관>의 기본적인 인물 구성에서부터 디테일한 화면 배치에 이르기까지 영화 전반에 우화적 장치가 지배적으로 깔려 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인물은 각각 전통과 변화를 상징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요시노는 전통을 고수하려는 인물이다. 그에게 ‘바가지 머리’는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전통으로, 아이들이 바가지 머리가 아닌 다른 머리를 한다는 것은 전통을 파괴하고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가지 머리가 꼭 아니어도 되지 않겠냐고 묻는 남편에게 “저에게는 바가지 머리도 (우리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에요.”라고 정색하며 말하는 장면은 요시노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요시노도 전통에 대해 그것을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대지 못하는데, ‘어른들이 그랬으니까, 예전부터 그랬으니까’가 근거의 전부다. 약간은 순진한 믿음인 것이다.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은 나카가미다. 다른 마을에서 전학을 와 염색을 하고 왁스를 바른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또래 아이들에겐 부러움이나 시기의 대상, 요시노에게는 타도의 대상이다.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문화를 가진 도시를 살던 나카가미는 전통적인 것을 ‘인습’으로 받아들이고 요시노에게 큰 거부감을 느낀다. 나카가미는 모두가 바가지 머리, 단 하나만을 정답으로 여기고 있던 마을에 다른 가능성들을 스스로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그를 따르는 친구들과 함께 바가지 머리에 대한 반기를 든다.



요시노와 나카가미라는 두 인물로 대표되는 전통과 새로운 것의 대립은 현실 속에서 꽤나 다양하고 넓은, 보편적인 상황에 적용 가능하다. 학생 때는 머리를 단정하게 잘라야 한다는 어른들과 두발 자유는 당연한 것이라는 학생들 간의 ‘영화 같은’ 대립은 물론이다. 이따금씩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인습처럼 느껴지는 모든 전통들이 그렇다. 여자들은 남자들과 제사를 함께 지내면 안 된다던지, 어른의 눈을 쳐다봐서는 안 된다던지, 또 어느 대학에서는 나이가 많아도 학번이 낮으면 존댓말을 써야 한다든지 하는 그런 것들.

영화는 두 인물, 두 세대, 나아가 두 사상의 갈등이 극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다시 해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현실의 수많은 갈등들에 대해서 메시지를 던지는 듯도 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갈등과 대립과 오해들도, 결국에는 끝을 맺게 되어 있다는 교훈. 그 갈등의 근저에 서로에 대한 증오가 아닌 애정, 어쩔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정이 숨어 있다면 그 끝이 올 거라는 교훈 말이다. 

나카가미를 비롯한 초등학생들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이끌어간다.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의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요시노 이발관>은 한 편의 성장영화다. 그래서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한 번쯤 볼만한 영화다. 변화를 이끌고 싶은, 또 관습에 저항하고 싶은 20대라면 요시노와 나카가미가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 가는지, 요시노 이발관에서는 바가지머리가 아닌 메뉴를 취급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나카가미의 헤어스타일은 결국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실제 세계에 현존하는 우리가 겪는 갈등 상황들이 자꾸 떠오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