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국도는 부산에서 시작해 포항을 거쳐 영덕, 삼척, 강릉, 속초로 이어지는 동해안의 국도이다. 누군가에게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달렸던 수단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1박2일의 7번국도를 달려 당도한 여행지를 본 기억이고, 어떤 이에게는 삶의 터전으로 7번국도는 제각각의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소설 <7번국도 Revisited>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국도인 7번국도와 나, 재현, 서연 그리고 세희와 잠깐씩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소설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사랑, 외로움, 희망 등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이 뒤엉켜 있는 역전적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그렇기에 책의 중반부에 가서야 이들이 어떻게 만나게 된 사이인지 왜 같은 음악을 향유하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그 음반에 적힌 1991년 5월 콜럼버스보다 위대한 발견을 위해서…… J & S라는 문구의 비밀도 그 이야기로 풀렸다. 그날 청계천에서는 불꽃놀이를 하듯이 쉴 새 없이 최루탄이 터졌고, 둘은 시가행진하는 귀국 장병처럼 뛰어다녔다. (중략) 그날 두 사람은 지금 서로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음반이란 바로 그 위대한 발견의 기념품이었다.’


소설 속 ‘나’와 ‘재현’은 비틀즈의 <Route 7>이란 LP를 사고팔기 위해 만나게 된다. 재현에겐 사랑했던 여자와의 추억이나 지워야 할 물건이었고, 나에겐 현재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LP들 중 하나였다. 며칠 뒤 찾고 싶었던 재현과 수집한 것을 빼앗기기 싫었던 내가 실랑이 끝에 ‘카페 7번국도’에 LP를 보관하여 언제든 볼 수 있게 하되 주인은 나라는 것으로 합의한다. 이것이 둘의 만남의 시작이었다. LP를 맡긴 날 저녁, 둘은 카페 7번국도에서 세희라는 여인을 두고 각각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지난 사랑을 잊지 못 하는 남자와 수집에 열 올리는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왜? 한 남자의 지난 사랑에 대한 애달픔과 또 다른 한 남자의 무의식 중 외로움으로 갖게 된 수집이 뜻하는 바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소설 속 두 남자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사랑을 한다. 외로움과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 그런 것들을 채우기 위해 사랑을 한다. 하지만 두 남자가 사랑하게 된 세희는 사랑의 감정에 확신이 없다.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기억 없이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그리고 외할머니의 죽음 이후 외로움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 생각하니까. 이렇듯 작가는 현대인의 단면을 등장인물 속에 꼼꼼히 투영시켜 놓았다. 외로움에 취약한 인간의 모습을 소설 전체에 스며들게 했고, 이를 극복하려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았다. 나와 재현은 7번국도를 여행하고, 세희는 아버지를 찾아 일본으로 간다, 또 재현이 사랑했던 여자 서연은 캐나다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사람마다 외로움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 다른 것이다.


소설 말미에서 나는 세희에게 편지로 고양이 킬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양이에 의해 가족을 잃게 되고 홀로 살아남은 사람이 십대 후반에 자신이 발명해 낸 특수 고양이 처단기로 고양이들을 죽이면서 시작된다. 그는 복수심 때문에 하루에도 백 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을 죽인다. 이에 멸종 위기에 처한 고양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희망을 택한다. 죽어가는 고양이만큼 새끼를 낳는 것이다. 그러던 중에 홀로 남은 사람이 복수심이 아닌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죽여 왔단 것을 깨닫고 고양이들에게 찾아가 복수를 하라 전한다. 아기 고양이들은 너무나도 어른스럽게 우리는 당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며 희망을 믿었기에 사랑한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했기에 살아남았지만 당신은 이미 죽은 것이라고도.

작가는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 한 것일까? 만일 작가가 인간의 외로움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인간에겐 기본적으로 외로움이 있고 그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사랑을 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명제를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위에서 언급한 네 명의 인물 외에도 7번국도씨, 카페 7번국도 주인, 포항역 수화물 직원의 생을 담고 있다. 이들 모두는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는 같은 것 같기도 하면서 다르다. 약간씩은 변형되었지만 소설의 한 구절, 노랫말의 부분 부분과 이야기가 공존하는 김연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속에서 자신의 외로움과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