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문화의 불모지다.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은 이제 하나의 명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당연시 된다. 실제로 지방 사람들과는 달리 수도권에서 사는 이들은 오르셰 박물관전’, ‘빈 센트 반 고흐 유작 전시회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알 법한 초 호화전시회를 누리는 것이 사실이며, 많은 이들이 지방에서 사는 불편함 중에 하나를 문화 생활이라고 꼽을 정도로 지방과 서울의 문화 수준은 차이가 난다. 그러니 자연스레 지방 사람들은 문화 생활을 자신과는 관계 없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문화 공연에 대한 무관심으로 자연스레 연결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여기, 지방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일명 POMA(Pohang Museum of Steel Arts)로 불리는 포항 시립 미술관이 바로 그 곳이다.

   

                   

작지만 차별화된미술관, 색다른 전시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아

      
POMA는 포항의 환호해맞이 공원의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고, 북부해수욕장이 옆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접근 또한 용이하다. 장소 선택부터 이른바 친 시민정책을 펴고 있다                       


위치도 위치지만, 미술관의 위상을 결정 짓는 것은 전시회의 질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포항 시립 미술관은 현재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상설 전시관에는 포항이 가장 처음으로 배출해낸 서양화가인 초헌 장두건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거장들 대신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대여료와 수익성의 문제로 유명 전시회를 열 수 없는 지방 미술관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미술을 소개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배경지식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친근한 전시 위주로 꾸려 가고 있는 것도 POMA의 주목할 점인데, 2010 12 29일에서 2011 27일까지 열린 미디어의 정원이라는 전시가 그 예이다. 한국의 미디어 아트를 소개하는 취지의 이 전시회는 손을 흔들며 지나가면 나뭇가지에 불빛이 들어오는 등의 체험 위주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어서 예술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POMA친 시민정책이 가장 빛이 났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포항 해맞이 공원에 위치한 포항 시립 미술관(Pohang Museum of Steel Arts)


 
그 뿐 아니라, 제철소로 유명한 도시에 있는 미술관답게 큰 주제를 ‘steel’로 선정해 스틸 아트를 필두로 미디어 아트와 같은 현대 미술 작품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 일례로 개관 1주년을 맞이해 열린 철의 연금술 전 10.28일부터 열리고 있는 파라테크놀로지 이상하고도 이로운 기술들이 그것이다. 보통의 미술관 = 회화라는 공식을 깨고, 지역의 특성을 살린 미술 장르를 시민들에게 선보이겠다는 포항 미술관의 야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가본 파라테크놀로지 이상하고도 이로운 기술들에는 삼청동(혹은 개인) 갤러리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스틸 아트 작품들이 전시되어있었다. CD롬으로 만든 조각, 수조 속에 드럼을 넣어 양수를 표현한 작품과 같은 오브제들은 회화에만 국한되어 있던 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고,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러한 자극들은 평소 문화 생활에 대한 혜택과 문화 생활에 따른 기쁨을 누리기 힘들었던 지방도시 시민들에겐 새로운 방식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영리하게 시민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POMA 스텝들의 치밀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POMA는 단순히 전시회만을 기획하는 것이 아닌, 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미술지식을 전달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비록 20점에 지나지 않는 작은 전시일 지라도 매번 도슨트 투어를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렇게 도슨트 투어를 실시함으로서, 미술작품과 좀 더 친해지고 싶은 이들이나 아이들에게 미술작품을 설명해 주고 싶은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포항공과대학 과학기술진흥센터와 함께 아동들을 대상으로 미술 과학 융합 프로그램인 다빈치 키드를 진행하고 있어, 색다른 미술 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에게 환영 받고 있다. 이런 세심한 배려들과 즐거움을 주는 전시회와 프로그램들은 아무 기대 없이 이 곳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지방 미술관의 편견을 깨고 자신의 지역에 대한 더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의 눈처럼 표현한 작품. 남지의 드러내다 #1~#16

조각은 사람의 손 체온으로 움직인다. 이장원의 Untitled

 

개관 2년의 신생 미술관, 가야 할 길도 멀어

 

2009 12월에 개관해 그 역사가 약 2년 밖에 안 되는 신생 미술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포항 시립 미술관의 행보는 꽤 성공적이다. 하지만, 포항 시립 미술관에는 개선되어야 할 몇 가지 문제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있으나 마나 한 뮤지엄 샵이 그것이다. 실제 필자는 2011년에 열린 백남준 특별전이나 철의 연금술사 전을 보고 관련된 엽서나 도록을 사고 싶었지만 구입할 수 없었다. 뮤지엄 샵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 갔으나, 그 곳에 있던 것들은 전시와 아무 상관 없는 클림트의 연인이 프린트 된 시계와 고흐의 초고화질 포스터들이었다. 더구나 이런 것들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이나 핫트랙스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실망은 더욱 컸다. 물론 유료관람이 아니기에 매번 전시마다 기념품을 만들기 어려운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연유로 명화와 관련된 물품을 판매할 수 밖에 없다지만, 미술관의 개성이 묻어나 있지 않은 물품들을 미술관에서 살 이가 과연 몇 명이나 될 지 미지수다.

 
공식 사이트 게시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어린이 관람문제나 근무자의 태도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의 소음 때문에 관람에 집중 할 수 없었다는 불평과 매우 얌전하게 관람을 하였지만 직원들이 조그만 속삭임 까지도 허용하지 않더라는 불평의 공존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라는 햄릿식 고민을 관계자들에게 안겨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근무자들이 복도에서 수다를 떨고 있더라, 근무자들이 너무 불친절 하더라는 태도 문제에 대한 지적도 POMA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불평에 대해 POMA 관계자는 하루 8시간의 근무이기에 약간의 자유 시간을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이처럼 결론 없는 대답은 근무 시간 내내 한 자리에만 있어야 하는 직원들을 위한 관장의 배려이겠지만, 적당한 직원 휴식공간이나 몇 시간 주기로 포지션을 바꾸어 주는 센스로 대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고쳐야 할 점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포항 시립 미술관의 미래는 밝다. 위의 작품은 물 속에 드럼을 넣은 이 학승의 양수 속에서


 

 

기대해 볼 만한 미래, 성공적인 친 시민정책의 예를 보여줘

확실히 지방 중소 도시의 미술관은 여러 면에서 대도시의 미술관 보다 규모가 작다. 그렇다면 그 미술관의 도 대도시의 그것에 비하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반화의 오류를 깨는 예가 포항 시립 미술관이라고 하겠다. 독특한 전시회와 오브제들은 대중들에게 현대 미술의 흐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여, ‘현대미술에 무지한 대중’, ‘대중과 현대 미술의 괴리라는 명제를 깨부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많은 이들이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값진 것이리라. 미술관의 규모에 집착하지 않고 그 속에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전시물로 대중들에게 어필한다는 생각은 여태까진 볼 수 없던 그러한 것이었으니까. 이러한 행보에 필자는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기사 말미니, 그리고 우리끼리니, 편하게 경상도 말로 한 마디 하겠다지방 미술관은 볼 께 없다꼬? 포항미술관은 다르거든. 이제 포항에 와서 바다만 보고 회만 먹고 가는 것은 촌스러운 짓이란거 니 모르나? 포항 시립 미술관 정도는 가봐야지 포항 제대로 둘러봤다고 말할 수 있는기다. 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