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스톱>을 꿈꿨었다. 한 편의 청춘 시트콤 같은 대학생활을. 상상 속에서 대학은 언제나 즐거운 곳이었다.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 따위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고, 성적표에 전전긍긍하며 우편함을 뒤질 일도 없는. 친구와의 다툼도 없고, 갈등이라고는 여자 친구와의 사랑싸움밖에 없는. 획일과 구속 대신 낭만과 자율이 숨 쉬는, 그런 유토피아를 꿈꿨다.

막상 대학에 입학해보니 대학생활은 <논스톱>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학은 하나의 ‘덫’이었다. 강제적인 ‘야자’는 없었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순수 자율의지에 의해 밤을 새워야 했고, 친구와의 다툼은 없었지만 언제나 보이지 않는 관계의 장벽 앞에서 고민해야 했다. 분명 구속도 없었지만, 그 대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부여됐다. 대학 생활이란 ‘치즈’는 막상 먹고 보니 하나의 ‘올가미’였던 것이다.
 
그런 대학생활을 잘 그려낸 웹툰이 있다.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치즈인더트랩>이다. “평범한 여대생 홍설, 그리고 어딘가 수상한 선배 유정. 미묘한 관계의 이들이 펼쳐나가는 이야기.”라는 설명이 달린 이 웹툰은 많은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순정만화 뺨치는 그림체, 흥미진진한 스토리 등 많은 장점이 있는 웹툰이지만, 많은 20대들이 이 웹툰의 흥행요인으로 ‘공감’을 꼽는다. <논스톱>과는 달리 대학이라는 달콤한 ‘치즈’에 내재된 ‘트랩’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원 전원 점수 D니까 그렇게들 아세요

<치즈인더트랩>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부분은 조모임 에피소드다. 주인공 홍설이 소위 말하는 프리라이더 3명과 조를 이뤄 과제를 수행하게 되나, 결국 홍설 혼자 과제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팀원 모두가 D학점을 받은 부분이다. 게다가 프리라이더 3명은 반성하는 기색조차 없어, 홍설을, 그리고 독자들을 분노케 했다.

실제로 조모임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대학생의 ‘트랩’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은 조모임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치즈인더트랩>이 보여주듯, 대부분의 조모임은 ‘백지장을 맞드느니 차라리 혼자 들겠다,’나, ‘백지장은 맞들면 찢어진다.’ 정도로 끝난다. 홍설처럼 ‘독박’을 쓰거나, 아니면 의견충돌로 망해버리는 결과가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네이버 아이디 spi****는 “대학생활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는 의견을 남겼고, kjm1****1는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폭발했을 것 같다. 대학생이라 공감이 200% 되네.”라는 댓글을 남겼다.

작년에 저축한 돈으론 어림도 없어. 대출받아야 하나?

조모임 때문에 D학점이 확정된 이후 홍설이 중얼거린 말이다. 원래 홍설은 학과에서 수석을 다툴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도 나날이 어려워지고, 아버지는 “여자애가 비싼 돈 내고 대학 다닐 필요는 없지” 라고 말할 정도로 보수적이다. 그런 형편 때문에 홍설은 장학금을 꼭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D학점을 받았으니, 그는 학자금 대출을 받든, 아니면 알바를 하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웹툰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는 대학생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대학생 대출 역시 이미 6조를 넘었다.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엔,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허락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대출을 했다 해서 문제가 끝난 것도 아니다. 주인공 홍설은 취업 상담을 받은 후 우울한 마음에 끝내 눈물을 보인다. 학점은 좋지만 영어 점수도, 다른 스펙도 없는 지금 상태로는 취업이 요원하다는 것. 이것은 현실의 대학생들도 겪는 문제다. 이처럼 취업이 힘든 사회에서, 학자금 대출은 결국 하나의 ‘트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만화 속 홍설의 중얼거림과 눈물이 만화를 넘어 현실에서도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학점이 인생의 다가 아냐~ 연애도 한철인데

‘학점’과 ‘돈’만이 대학가의 트랩은 아니다. ‘연애도 한철인데.’ 홍설의 고등학교 친구가 남긴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대학생은 ‘높은 학점’을 강요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연애 역시 ‘강요’당한다. 대학가에 널리 퍼져있는 한 마디는 이 사실을 확실히 보여준다. “25살까지 솔로로 지내면 마법사가 된다.”라는 말이다. 농담 같은 말이지만 이 말은 대학생들의 인식과, 강박을 잘 보여준다. 어느 틈에 대학생들은 ‘연애하고 싶다.’와 ‘연애해야 한다.’가 혼재된 상태가 된 것이다.

지난 7월 <고함20> 기획의 일환으로 발행되었던 기사 <솔로를 비웃지 마라-커플 권하는 사회>에서 썼듯 사회와 대학은 연애를 강요한다. ‘연애도 한철이다.’라는 말은 결국 ‘대학생이라면 연애 한 번은 해봐야지’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대학가에서, 흔히 이성친구가 있는 사람은 ‘승리자’라는 말로 포장되곤 한다. 승리자라는 말이 생기는 순간 자연스럽게 솔로는 ‘루저’가 된다. 때문에 이 루저들은 솔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연애’가 강요의 대상이 되는 순간, 결국 연애 역시 하나의 ‘올가미’가 되고 만다.

대학생이 <치즈인더트랩>에 공감하는 이유

웹툰 <치즈인더트랩>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문제들을 잘 보여준다. <치즈인더트랩>은 홍설과 남주인공 유정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스토리의 골격으로 삼는다. 그러면서도 대학가의 세세한 ‘트랩’들을 놓치지 않았다. 학자금 대출이나 취업 문제 등의 큰 트랩부터, 조모임이나 연애 문제 같은 작은 트랩까지. 또 본문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학이란 공간 안에서 새로이 엮이는 수많은 ‘관계’들의 문제까지.

청춘 시트콤 <논스톱> 역시 대학생의 문제들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논스톱>이 대학생들이 겪는 문제들을 풍자와 웃음 코드로 활용했던 것에 비해, <치즈인더트랩>은 공감 코드로 활용했다. 20대가 <치즈인더트랩>에서 <논스톱>에서 얻을 수 없었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유다. 웹툰 속에서, 주인공은 긴 여정 끝에, ‘엄친아’ 캐릭터인 유정과 연애를 시작했다. 이 연애는 과연 ‘치즈’일지, 아니면 또 하나의 ‘트랩’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