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공지영이 종편채널에 출연한 김연아와 인순이를 비판한 것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공지영은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하여 TV조선에 출연 한 김연아에게는 “아줌마가 너 참 이뻐했는데 네가 성년이니 네 의견을 표현하는 게 맞다. 연아 근데 안녕!"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jTBC 행사에서 공연을 한 인순이에게는 ”인순이님 그냥 개념 없는거죠”는 라는 말로 더욱 강도 높게 비난한다. 

본격적인 논란은 그 후에 시작된다. 비판의 정도가 심하다 느낀 한 트위터리안이 “중앙일보에 즐거운 나의 집 연재했잖아요?” 라고 물으니 공지영이 “2006년 그때는 노무현때였다.”라고 답한 것이다. 중앙일보에 소설을 연재하고 조선일보에 글을 썼던 과거의 행적이 지적되면서, 그가 종편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비판하는 것은 이중적인 행동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종편 출연자를 누가 비난할 수 있나?

이번 논란에는 3가지 쟁점이 있다. 먼저 종편에 출연한 연예인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냐는 점이다. 공지영이 김연아와 인순이를 ‘종편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했는데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이분법이다. 

연예인이 특정 기업의 CF를 찍거나, 특정 방송사에 출연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아야 할 영역이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도덕적인 문제는 될 수 없다. 신념을 갖고 종편 방송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칭찬할 수 있으나 ,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그러한 행위는 누군가한테 정치적인 신념을 강요하고, 나아가 윤리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서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우리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 구조에서 특정 개인을 비난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개인에 대한 비난이 정당화 될 경우, 불법세습을 하며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재벌기업에서 일하는 '대기업 직원'들부터 비난받아야 한다. 소비자들 또한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의 제품을 쓰는 소비자들이 전부 비난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난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조중동을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조중동에 글을 쓰거나, 종편 방송에 참여한 사람을 전부 비난하면, 도덕적 우월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상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앞에서 지적했다.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재벌이 자본을 독점하고, 수구언론이 자본을 바탕으로 득세하는 이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아리송한 변명이 일을 크게 만들어
 
두 번째는 공지영의 이중성에 대한 논란이다. 공지영은 중앙일보에 ‘즐거운 나의집’을 연재했고 그 전에는 조선일보에 글을 연재한 적도 있다. 그런 공지영이 지금에 와서 종편채널 출연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사실 조중동에서 글을 쓴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진보적 지식인들 중에도 조중동 일간지나, 조중동 계열의 잡지에서 글을 쓰고 있거나, 썼던 사람이 상당히 많다. 특히 글만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의 경우에 활자매체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조중동의 영향력을 무시할수 없는 환경이다.

또한 사람의 신념은 바뀔 수도 있고, 언제나 일관되게 살 수만은 없다. 조중동에 글을 썼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 종편을 비판하는 행위를 한다고 해서 이중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동안 조중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정부의 특혜를 받으며 출범한 종편은 더욱 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과거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일에 대해서 아리송한 변명을 한 것은 분명 이중적이라고 비난받을만한 부분이었다.  그가 자신이 중앙일보에 소설을 연재했던 일에 대해 “2006년 노무현 시절이잖아요.”라며 정당화시키는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자신이 과거 중앙일보에 연재한 것은 떳떳하고, 지금 김연아 인순이가 종편 출연하는 것은 떳떳하지 않은 행위라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마지막 쟁점을 찾을 수 있다.
 




뻔뻔한 태도에 화만 나

결국 마지막 쟁점은 “2006년, 노무현 시절이잖아요.”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냐는 것이다. 2006년 노무현 시절의 중앙일보는 어쩌면 약간 달랐을지도 모른다. 삼성엑스파일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중앙일보 사장 홍석현이 주미대사로 가있었으므로, 중앙일보가 지금보다는 민주당 세력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부분은 전혀 다르지 않다. 삼성이 모기업이며, 기득권 세력의 친기업, 반노동적인 의견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대체 중앙일보의 어떤 것이 지금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공지영은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는 다음날도 자신의 ‘종편출연자 비난’ 글에 대해 일체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안보였다. 오히려 “냉철, 거리 저 이런 거 못해요. 능력이 없어요. 그런 거 말고 열심히 사랑하고 안아주고 챙겨주고 이런 건 좀 해요.” 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말로 상황을 무마하고 있었다.

최소한 그는 자기 입장을 명확하게 표현했어야 한다. 정말 2006년의 중앙일보가 달랐다고 생각했으면 거기에 대한 의견 표명을 더 해야했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변명이 구차했으며, 사려 깊지 못한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인순이에 대해서는 “개념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중앙일보에 글 쓴 것에 대해서는 “그냥 봐 달라”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는 평소 굳게 믿고 있던 자신의 이분법적 세계관이 갑자기 공격을 받으니, 당황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런데 마침 공지영의 주변사람들은 “네가 어떤 일을 하든 나는 너를응원 할 것이다.” 식으로 그를 무조건적으로 격려해주니, 그는 그들만의 리그에 계속 머물게 되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고칠 생각조차 안하는 것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무조건 알바라고 몰아붙이는 것을 보니, 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아예 까먹은 것처럼 보인다.



공지영은 달라져야 한다

공지영은 세상을 '정의, 상식 (조중동이 아닌 것)' vs '불의, 비상식 (조중동)'으로 간단히 재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누구보다도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게 되는 작가가 세상을 이렇게나 단순하게 보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더구나 자신이 지금 비판하는 행위가, 사실은 과거에 자신이 했던 행위라는 것을 알아버린 상태, 즉 자기모순의 상태에 놓였을 때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도피해버리는 것을 택했다. 이 부분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는 있으나, 자신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는 것 같아서 유감스럽다.

많은 대중들은 공지영에게 크게 실망했다. 공지영 스스로 대중들이 왜 자신에게 실망했는지 깨닫고 반성하길 바란다. 그가 반성해야 할 것은 자신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 글을 썼던 과거가 아니라, 사려깊지 못했던 정치적 발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논란으로 부디 그가 많이 배웠으면 한다. 앞으로는 정치적인 사안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판단하지 않기를,  나아가 자신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