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운명이 오늘 결정된다. 서울시의회는 오늘 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에 학생인권조례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9만7천여 명의 서울시민이 서명하여, 주민발의로 상정된 학생인권조례가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조차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과되더라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임신 또는 출산 등으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부분을 뺀 반쪽짜리 인권조례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수 세력과 기독교단체등은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나 출산을 조장할 수 있으며 그릇된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난한다. 심지어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정문진 시의원은 “동성애를 인정해준다면 에이즈로 인해 아이들을 출산하지 못한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만을 명시했을 뿐이며, 어떻게 이 부분을 “동성애를 조장한다.” 고 바라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학생인권조례는 당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성소수자와 임신한 학생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상식적인 원칙에 의거한다. 만약 이 부분만 삭제되고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다면, 도리어 성소수자와 임신한 학생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교내집회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어 조례안에서 수정되거나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교총에서는 교내집회가 학교의 정치화를 초래하고, 종교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종교교육을 금지시켜 사학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집회․결사와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도 규정되어있는 기본권이다.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가 명시된 것일 뿐이다.

만약 학생인권조례 원안에서 논란이 된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서 통과시킨다면,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하나마나한 일이다. 오히려 인권보장의 예외를 두는 반인권적인 조례가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며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던 사람들과, 그 뜻에 동참했던 시민들의 의견과도 어긋난다. 학생인권조례는 반드시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