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났다. 17일 일어난 김 위원장의 사망은 이틀이 지난 19일에서야 공식 발표가 났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자 한국 사회는 혼란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오후 12시 TV를 통해 전해진 뉴스는 국민들을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 또한 놀라게 했다.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 당국 조차 파악하지 못한 소식이었던 것이다. 이는 대북정보망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정보망의 허점 외에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김 위원장 조문을 둘러싼 논쟁이다. 몇몇 트위터리안이 김 위원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현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문성근씨는 “모든 것을 떠나 같은 민족구성원으로서 삼가 조의를 표하며 평화공존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우리 정부가 지혜롭게 대처하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트윗을 작성했다가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커피 전문점 탐앤탐스의 공식 트위터는 김 위원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가 네티즌들로부터 공격을 받자, 사죄의 의미로 홍보팀장이 절을 올리는 사진을 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현하는 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독재자로 군림해온 김 위원장과 그를 둘러싼 북한 체제에 관해 대다수 국민들의 반감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쟁은 해프닝에서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 사망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러한 일은 처음이 아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조문 파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노영민 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언에 따르면 “당시 보수 언론이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6•25를 일으킨 전쟁범죄자에게 조문할 수 있느냐’는 논리를 적극 주장했고 이에 극우인사들이 적극 동조하면서" 조문을 하느냐 마느냐에 관한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김영삼 정부는 김 주석을 ‘동족상잔의 전쟁을 비롯한 불행한 사건들의 책임자’로 규정하며 국내 조문단의 방북을 허가하지 않았다. 조전보다 격이 낮은 성명으로 대신했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는 급격히 경색되었다.  
  
 앞선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현재 조문과 관련된 논란 또한 '김일성 조문 파동' 때와 같이 필요 이상으로 김 위원장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물론 특수한 남북관계와 김 위원장에 대한 국민정서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 개인에 대한 반감으로 어떤 의사표명도 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뉘앙스로 대응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조문, 조의 표명 여부는 ‘외교’적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다. 보다 실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히 필요하다. 김정일 체제를 지나 김정은 체제가 시작되는 지금, 새로운 북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점검해봐야 할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하다. 현재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우회적 조의 표명’을 하기로 한 상태다. 또한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파견하는 대신, 이희호 여사,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민간인의 조문 방북을 허용했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김 위원장이 사망하고 후계자인 김정은이 북한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 지금, 우리의 대북 외교를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발점에 조문이 놓여있다. 감정을 배제하고 실리를 먼저 생각할 때, 남북 관계를 새로이 풀어갈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